美 초등학생들, 팬데믹으로 영어·수학 능력 20년 퇴보

김태영 인턴기자
2022년 09월 2일 오후 8:37 업데이트: 2022년 09월 5일 오전 9:04

지난 2년간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미국 초등학생들의 학업 성취 능력이 급격히 떨어졌다는 보고가 공개되자 미국 교육계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8월 31일(현지시간) 미국 내 1만 4800명의 만 9세 학생들을 대상으로 전국 학업성취도평가(NAEP)를 진행한 결과 학생들의 영어 및 수학 능력이 20년 전 수준으로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NAEP는 미국 교육부 산하 국립교육통계센터(NCES)가 정기적으로 시행하는 국가 주도의 절대평가 제도이다.

학생들 영어·수학 평가 점수, 20년 전 수준으로 퇴보

평가 결과 영어 평균 점수는 500점 만점에 215점으로 팬데믹 이전인 2020년 초에 실시한 시험 성적에 비해 5점 하락했다. 수학 평균 점수는 500점 만점에 234점으로 7점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뉴욕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이는 NAEP가 출범한 1970년 이래 가장 큰 폭으로 하락한 것으로, 학생들의 학업 성취 능력이 20년 전 수준으로 퇴보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또한 이번 결과에서 하위권 학생들의 성적이 더욱 큰 폭으로 하락해 주목을 받았다.

수학 점수로 비교해 보면 학업 성취도가 90% 이상인 상위권 학생들의 점수는 평균 3점이 하락한 반면 학업 성취도 10% 미만인 하위권 학생들은 평균 12점 하락했다.

하버드대학 교육학과 교수 앤드류 호 박사는 이 평가에서 1점은 대략 3주가량의 학습량에 해당한다고 분석했다.

그는 “수학 시험에서 3점 떨어진 상위권 학생들은 9주간의 학습을 통해 학업을 따라잡을 수 있다면 12점 하락한 하위권 학생들은 36주(약 9개월)가 지나야만 학업을 따라잡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호 박사는 “그런 과정을 거친다 하더라도 (학업이 뒤처진 학생들은) 더욱 발전한 또래 학생들보다 훨씬 더 뒤처질 것”이라며 학업 격차를 따라잡기 위해서는 일반적으로 정해진 학교 수업 일수보다 더 많은 시간이 걸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뒤떨어진 학업 성적, 학년 올라갈수록 문제 심각해져

학업 능력이 뒤처진 문제는 학년이 올라갈수록 더 큰 악영향을 초래할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아넨버그 학교개혁연구소 소장 수잔나 로엡은 “1~3학년 저학년 학생들의 성적은 이후 고학년 학업 성적에도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가장 우려스러운 점은 하위권 학생들의 낮은 점수”라고 지적했다.

그는 “학교 성적이 또래에 비해 크게 뒤처지는 학생들은 학교에서 이탈할 가능성이 커진다”며 “(이러한 하위권 학생들은) 고등학교를 졸업하거나 대학에 진학할 가능성이 작아진다”고 우려했다.

컬럼비아대학교 애런 팔라스 교수도 “만 9세 저학년 학생들은 고교 졸업 시까지 뒤처진 격차를 따라잡기 어렵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번 평가를 주관한 NCES 국장 페기 G. 카는 “코로나19가 미국 교육에 막대한 영향을 주고 학생들의 학업 성장을 방해했다”며 학업 능력 퇴보의 주요 원인으로 팬데믹 기간 동안 학교 폐쇄 등 봉쇄 조치로 인해 대면 수업이 원활하지 않았던 점을 지목했다.

앞서 미국은 2020년 초기에 팬데믹이 확산됨에 따라 미국 국립알레르기·감염병연구소(NIAID) 앤서니 파우치 소장이 학생들의 면역력과 백신 보급 문제 등을 지적하며 강경한 봉쇄 조치를 요구한 바 있다. 

이에 휴교 상태에 들어간 학교의 교사들은 화상 통화 소프트웨어 프로그램 등을 통해 온라인 수업을 진행했다. 이후 주(州)별로 일부 학교에서는 다시 대면 수업을 재개하기도 했지만 캘리포니아 등 일부 대도시에서는 1년 이상 휴교한 바 있다.

학생들 학업 능력 회복 위해 범국가적 차원에서 노력해야

일각에서는 학생들의 학업 능력 회복을 위해 범국가적 차원에서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재니스 잭슨 전 시카고교육청(CPS) 청장은 “학생들을 다시 정상 궤도로 올려놓기 위해 범국가 차원의 해법 마련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미국이 2차 세계대전 이후 유럽의 재건과 경제적 번영을 돕기 위해 ‘마셜 플랜’을 기획했듯이 학생들을 위한 국가 차원의 해법 마련이 필요하다”며 “정치인, 학교 운영진, 교사 노조 및 학부모들은 팬데믹 기간 동안 불붙은 여러 의견 대립 문제를 차치하고 학생들이 학업 능력을 회복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 힘을 모아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더 이상의 논쟁과 비난을 멈춰야 한다”며 “모두가 이 문제를 공동 위기로 인식하고 해결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미국 행정부는 학생들의 학업 능력 회복을 돕기 위해 1220억 달러의 예산을 편성했다. 이는 역대 미국 학교에 대한 단일 투자로는 가장 큰 규모이다. 특히 이 예산의 최소 20%는 학업 능력이 뒤처진 학생들을 끌어올리는 데 사용하도록 편성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