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진보성향 대법관, 코로나19 허위주장으로 구설수

한동훈
2022년 1월 11일
업데이트: 2022년 1월 11일

백신 의무화 심리서 “어린이 10만명 입원, 상태 심각”
CDC “실제 입원 중인 어린이 코로나 환자 3500명”
파우치 “
대부분 코로나와 무관…다른 병으로 입원”

조 바이든 행정부의 코로나19 백신 접종 의무화 존폐가 걸린 연방대법원 특별심리에서 잘못된 수치를 내세운 대법관이 설화(舌禍)에 휘말렸다.

소니아 소토마요르 판사는 코로나19 확산으로 미국에서 “10만명 넘는 어린이”가 “심각한 상황”이라는 부정확한 주장으로 논란의 중심에 섰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지명자이자 연방대법원 사상 최초의 히스패닉계인 그녀는 가장 진보적 대법관으로 꼽힌다.

지난 7일 대법원에서는 바이든 행정부의 100인 이상 민간기업 백신 의무화, 의료기관 종사자 백신 의무화 등 2건의 사안에 대한 변론기일이 열렸다. 백신 의무화 존폐가 걸린 이번 심리에 미국의 관심이 집중된 만큼, 변론은 공개로 진행됐다.

이 자리에서 소토마요르 판사는 “현재 병원들은 산소호흡기에 의존할 정도로 심각한 질병을 앓는 환자들로 만원이다”라며 “지금까지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10만명의 어린이들이 심각하며 상당수는 산소호흡기를 착용한 상황에 처해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추후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밝힌 바에 따르면, 소토마요르 판사의 ‘코로나19 중증 어린이 환자 10만명’ 발언 당시(2020년 8월 이후 기준) 코로나19로 미국 전역 병원에 입원한 17세 이하 아동·청소년은 누적 8만3천명에 못 미쳤다. 또한 현재 코로나19로 입원 중인 17세 이하는 3342명이었다.

로셸 월런스키 CDC 국장은 9일 언론 인터뷰에서 “코로나19 양성 판정인 어린이 입원자는 약 3500명”이라고 확인했다. 월런스키 국장은 ’10만명이 아니라 3500명이 맞느냐’는 질문에 “그렇다”며 “입원이 늘고는 있지만, 고령자 입원에 비하면 15분의 1″이라고 답했다.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았지만, 대다수 어린이 환자들의 입원 사유가 코로나19는 아니라는 증언도 나왔다.

백악관 감염병 관리 최고책임자 앤서니 파우치 박사 등 보건 당국자들은 “코로나19로 입원한 17세 이하 환자 대부분은 다른 질환으로 입원했는데 확진된 경우”라고 말했다.

파우치 박사는 지난해 12월 29일 인터뷰에서 “어린이 입원율은 어른, 특히 고령자에 비하면 매우 적다”며 “물론 병원에는 많은 어린이들이 입원한다. 코로나19가 아니라, 다른 이유로 입원하면서 검사를 받다가 확진 판정이 나왔을 뿐”이라고 말했다.

평상시 무증상이나 증상이 매우 경미해 감염된 줄도 모르고 지내다가 다른 질병으로 병원을 찾았다가 감염됐음을 알게 된다는 것이다.

이는 실제 코로나19 누적 어린이 입원환자 8만3천명 중 상당수가 교통사고, 약물 중독 등 다른 질병으로 입원했음을 추정하게 한다. 즉 소토마요르 판사가 말한 ‘심각한 코로나19 증상 입원 어린이 환자 10만명’은 더욱 사실무근이 된다.

미국의 비영리 팩트체크 사이트인 폴리티팩트(Politifact)는 소토마요르 판사의 발언과 관련해 “어린이 입원율은 다른 연령대에 비해 훨씬 낮은 수준을 유지해왔다”며 “다른 연령대와 비교해 어린이의 입원율, 사망률이 가장 낮다는 것은 데이터로 입증됐다”고 밝혔다.

시애틀 아동병원 중환자실장 존 맥과이어 박사 역시 최근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병원에 입원 중인 아동 확진자들은 사실 코로나19가 아니라 다른 질환이 있어서 병원에 왔다가 양성 판정을 받았다”고 말했다.

로셸 월런스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국장 | Greg Nash-Pool/Getty Images

어린이 입원율 과장, 왜 심각한 논란되나?

아동·청소년의 코로나19 감염과 입원, 중증에 관한 정확한 실태 파악은 코로나19 접종 대상을 어린이로 확대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는 미국에서 매우 중요한 사안이다.

미 FDA는 아직 코로나19 백신의 어린이 접종을 전면 허가하지 않았지만, 일부 지방정부와 교육당국, 학교법인에서는 백신 의무화를 강하게 주장해 백신 부작용을 우려하는 학부모들과 갈등을 빚고 있다.

미국 국립보건정책아카데미에 따르면, 현재 미국 전역에서 학교 백신 접종 의무화를 법으로 제정한 곳은 4개주이다. 반면 학교 백신 의무화 금지법을 제정한 주는 17곳에 달한다. 공화당은 어린이 백신 의무화에 반대하고, 민주당은 이를 밀어붙이고 있다.

소토마요르 판사의 발언에 대해 공화당 의원들과 전 트럼프 행정부 관리들은 “판사가 어떻게 잘못된 정보를 퍼뜨릴 수 있느냐”며 강하게 질책하고 있다.

바이런 도널드 공화당 하원의원은 자신의 트위터에 “판사가 어떻게 코로나19에 대해 이렇게 틀릴 수 있나”라며 “좌파들로부터 잘못된 정보를 듣고 있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이어 코로나19와 관련해 보건당국 발표와 조금이라도 다른 정보를 올리면 칼 차단해온 관행을 지적하며 “트위터가 이처럼 코로나19에 대한 허위정보를 확산시키는 사용자들을 찾아내고 계정을 정지시킬지 궁금하다”고 썼다.

한편, 월런스키 국장은 어린이의 코로나19 입원, 사망 위험이 전 연령대에서 가장 낮으며 산소호흡기를 착용한 숫자가 얼마나 되는지는 확실치 않다면서도 조건이 되는 사람들은 백신을 접종하라고 권고했다.

* 이 기사는 잭 필립스 기자가 기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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