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상원 계류 대만정책법, 미·중 갈등 새로운 뇌관으로 부상

대만을 실질적인 독립국이자 미국의 동맹국으로 인정하는 것이 핵심
최창근
2022년 08월 8일 오후 8:24 업데이트: 2022년 08월 8일 오후 8:24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 여진이 지속되는 중에 미국 의회가 다시 한번 미·중 갈등의 핵심으로 부상했다. 그 가운데는 하원을 통과하여 상원에 계류 중인 ‘2022 대만정책법안(Taiwan Policy Act of 2022)’이 자리한다.

밥 메넨데스(Bob Menendez) 상원 외교위원장(민주당)과 린지 그레이엄(Lindsey Graham) 상원의원(공화당)이 가결을 추진 중인 법안은▲대만을 비(非)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이 아닌 국가 중에서 주요 동맹국으로 지정한다 ▲향후 대만에 4년간 45억달러(약 5조9천억원) 규모의 안보 지원을 제공한다 ▲대만이 각종 국제기구와 다자무역협정에 참여할 수 있는 외교적 기회를 증진한다 ▲중국이 대만에 적대적 행동을 취할 경우 경제적 제재를 실시한다 ▲주미국 ‘타이베이(Taipei)경제문화대표부’를 ‘대만(Taiwan)대표부’로 변경한다는 조항이 포함돼 있다.

비나토동맹국은 나토에 가입하지는 않았으나 미국과 전략적 관계를 맺은 한국·일본과 같은 동맹국을 의미하며 상호방위조약의 효력이 발생하지는 않지만 나토 회원국이 누리는 다양한 군사 및 경제적 지원을 받을 수 있게 된다. 기존 ‘대만관계법’에 적시된 대만에 대한 무기 지원 요건인 ‘방어적 방식’을 ‘중국군의 공격에 대한 억지를 위한 무기’로 확대하겠다는 것도 포인트이다. 더하여 대만에 대한 무기 판매는 미 행정부 내 심사·승인 과정에서 ‘패스트트랙’ 절차를 적용하고 무기와 포괄적 군사 훈련을 제공하도록 한 것은 중국의 침공을 대비해 대만에 대한 무기 지원을 가속화하겠다는 의미가 담겼다. 경제 분야에서는 대만의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 가입을 지원하고 국무부에 대만의 미주개발은행 가입을 승인하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이다. 이는 사실상 대만의 ‘중화민국’을 본토의 ‘중화인민공화국’과 별개의 독립국가로 인정하겠다는 것이다.

대만정책법안은 원래 일정대로라면 8월 3일, 상원 외교위원회에서 처리될 예정이었지만, 핀란드와 스웨덴의 나토 가입 승인 표결로 일정이 순연됐다.

법안 통과를 주도하고 있는 밥 메넨데스 상원의원은 “이 법안은 1979년 대만관계법 제정 이후 가장 포괄적으로 대만에 대한 미국의 정책을 재정립하는 것이다.”라며 법안 처리 의지를 밝혔다. 그는 ‘뉴욕타임스(NYT)’ 기고에서 “중국이 대만을 방문할 수 있는 사람과 그럴 수 없는 사람을 결정하지 못하게 했다는 점에서 펠로시 의장의 행동은 옳았다. 중국의 침략에 맞서기 위한 다양한 전략 중에는 지금 행동하는 것이 중요한 ‘의회의 초당적 합의’가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1979년 1월 1일, 미·중 수교 후 미국 상·하원은 그해 4월 ‘대만관계법(TRA)’을 제정하여 ▲대만 방위 보장 ▲대만에 대한 방어용 무기 판매 ▲하나의 중국 원칙하의 ‘전략적 모호성(Strategic Ambiguity)’에 입각한 대(對)대만 정책 유지 등을 법률적으로 보장했다.

이후 1982년 8월, 미국 레이건 행정부는 ‘6개 보장(Six Points)’을 제시했다. ‘미국은 대(對)대만 무기 수출에 관해 기한을 정하지 않는다’, ‘미국은 대 대만 무기 수출에 있어 중국과 사전 협상을 진행하지 않을 것이다’, ‘미국은 대만해협 양안 간의 중재자 역할을 담당하지 않는다’, ‘미국은 대만관계법을 수정하지 않는다’, ‘미국은 대만(중화민국) 주권에 대한 일관된 입장을 변경하지 않는다’, ‘미국은 대만으로 하여금 중국과 협상토록 강요하지 않는다’ 등이다. 이는 대만관계법과 더불어 미국의 대대만 정책의 원칙이 되고 있다.

이 속에서 상원에 계류 중인 대만정책법안이 가결될 경우 중국과의 갈등은 불가피하다. 법안에 따르면 대만은 사실상 독립국가 지위뿐만 아니라 실질적인 미국의 주요 동맹국 지위를 부여받게 된다. 이는 ‘하나의 중국’ 원칙에 정면으로 위배된다. 중국의 대외원칙인 ‘하나의 중국’ 원칙에 따르면 베이징의 중화인민공화국 정부만이 전(全) 중국의 유일한 합법 정부이며 대만은 나눌 수 없는 중국의 일부분이다. 1979년 1월, 중국과 수교 시 미국은 이 원칙을 수용하고 대만의 중화민국 정부와는 단교했다. 그해 12월 31일 1955년 체결된 ‘중(대만)미상호방위조약’도 폐기됐고 대만 주둔 미군도 완전 철수했다.

하원을 통과하고 상원에 계류 중인 ‘대만정책법안’을 두고서 백악관도 딜레마에 빠졌다.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으로 중국과 긴장이 최고조에 이른 상태에서 의회 차원에서 공격적인 내용을 담은 법안이 통과될 경우 미중 관계가 막다른 길로 들어설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3권분립 원칙에 의거하여 의회의 법률 제정을 행정부가 막을 수도 없다. 이 속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이 이미 수차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게 “미국은 ‘하나의 중국’ 원칙을 지지한다.”고 밝혔는데 이를 사실상 부정하는 내용을 담은 법안이 제정될 경우 미중 관계의 미래는 예측 불가이기 때문이다.

미국 정치전문 일간지 ‘폴리티코(Politico)’는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에서 일부 법안 수정을 시도하고 있으며 의회 내부적으로도 미중 갈등이 격화된 이후 법안 통과 강행에 대한 우려가 포착된다.”고 보도했다. 이에 대하여 그레이엄 상원의원은 “백악관이 약한 길을 택하고 있다. 법안이 상원에 회부되면 바로 통과될 것이다.”라고 반박했다.

공화당을 중심으로 ‘법안 수정은 지나친 중국 눈치보기’라는 강경 기류도 여전하다. 짐 리시(Jim Risch) 공화당 상원의원은 “백악관은 이미 대만 정책을 충분히 훼손해 왔다. 백악관이 법안 처리 과정에 영향을 미쳐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같은 공화당 소속 마코 루비오(Marco Rubio) 상원의원도 “백악관은 중국을 자극하는 것을 매우 우려하고 있다. 대만을 위해서 우리는 할 일을 할 것이다.”라며 법안 통과 강행 의사를 밝혔다.

앞서 트럼프 행정부 시절인 2018년 대만여행법(Taiwan Travel Act)이 제정된 데 이어 2020년 ‘대만동맹국제보호강화법(Taiwan Allies International Protection and Enhancement Initiative Act)’과 ‘대만보증법(The Taiwan Assurance Act)’이 연달아 의회를 통과하였고 그 때마다 중국 정부는 극렬 반발했다.

대만여행법은 미국 공직자가 대만을 방문해서 대만 고위 공직자와 회담하는 것과 대만 공직자가 미국에 입국하여 국무부, 국방무 관리를 포함한 미국 공직자와 면담하는 것을 촉구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대만동맹국제보호강화법에는 미국이 중화민국이 세계 각국 간의 실질적인 외교 관계 증진을 지원하는 내용과 더불어 미국이 대만(중화민국)의 국제적 지위 확립을 지지하는 내용이 담겨있으며, 대만보증법에는 대만을 미국의 동맹국으로 인정하며 대만에 대한 상시 무기 수출을 보장했다. 이 속에서 2020년 키스 크라크 국무부 경제 담당 차관이 타이베이를 방문하여 차이잉원 총통을 예방했고, 같은 해 가오스타이(高碩泰) 주미국 대만대표(대사)가 국무부 청사를 방문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