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법무부, 중국 공산당 침투와의 전쟁…역사적 규모로 수사 중

하석원
2020년 3월 6일
업데이트: 2020년 3월 6일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미국 법무부의 움직임이 전례 없는 수준으로 확대됐다. 미국을 향한 중국 공산정권의 공격을 저지하기 위해서다.

지난 2월 기준 미 연방수사국(FBI)은 중국의 무역기밀 도용 관련 사건 약 1천건을 조사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중국 공산정권의 미국 침투 중 일부분에 그친다. 크리스토퍼 레이 FBI 국장은 “거의 모든 산업분야에서 중국에 의한 잠재적 피해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2016년 미국 대선 이후 법무부와 FBI는 특정 정당을 지지하거나 반대한다는 비판에 휩싸인 가운데에서도 중국 공산당의 공세에 대한 대응은 조용하지만 쉼 없이 확대했다. 우선은 산업분야에서다. 법무부 보도자료에 따르면 2019년 이후 2년간 중국의 산업분야 침투와 관련된 기소 사건 수는 오바마 행정부 8년 기간 기소 사건 수보다 많았다.

존 브라운 FBI 대정보국 부국장은 지난달 6일 기자회견에서 “공산주의 국가인 중국보다 더 큰 위협을 주는 나라는 없다”며 “냉전시대 이후 구 소련의 위협도 이 정도는 아니었다”고 했다.

그러나 2018년 11월 중국 침투와 해외 영향력 확대를 막기 위한 범정부 차원 대응 전략인 ‘차이나 이니셔티브’가 출범되면서, 문제 해결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졌다.

제프 세션스 전 법무장관은 “오바마 행정부 2기 동안 중국의 스파이 행위를 감시한 사람은 없었다”며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 들어 스파이 혐의로 2017년에만 4명을 기소했다”고 설명했다.

세션스 전 장관의 지시에 따라 중국의 기술굴기를 억누르기 위한 총력전의 일환으로 중국 국영기업인 푸젠진화반도체를 기술도용 혐의로 기소하기도 했다.

가장 최근인 1월 28일에는 하버드대 화학·화학생물학 학과장 찰스 리버(61) 선임 교수와 보스턴대의 중국인 연구원인 예옌칭 중국 인민해방군 중위가 기소됐다.

리버 교수는 ‘천인계획(千人計劃)’에 참여한 사실을 고의로 숨긴 혐의로 체포됐다. 천인계획은 해외로 진출한 중국출신 인재 지원정책을 내세우고 있지만 이들은 산업스파이로 운용하는 데 악용된다.

그는 2012~2017년 후베이성 우한이공대에서 매달 5만 달러(약 5880만원)를 지원받았다. 별도로 우한이공대에 연구소를 설립한다는 조건으로 150만 달러도 챙겼다.

아울러 미 연방정부로부터도 상당한 지원금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과학자가 외국의 지원을 받는 것 자체가 불법은 아니다. 그러나 미국은 정부 지원을 받았다면 다른 외부후원에 대한 내역을 반드시 공개하도록 하고 있다.

기소장에 의하면, 리버 교수가 2018년 국방부 조사 당시 “천인계획 참여 요청을 받은 적이 없다”고 거짓 진술을 했다.

또한 미국 검찰은 예옌칭 중국 인민해방군 중위를 신분을 감추고 보스턴대 연구원으로 활동하며 미국의 로봇·컴퓨터과학 전문가들과 접촉해 기술을 도용하려 한 혐의로 기소했다.

지난해 12월에는 베스 이스라엘 디코네스 메디컬 센터(BIDMC)에서 연구원으로 근무하던 중국인이 21개의 생물학 연구 시약을 훔쳐 밀반출하려다 보스턴 공항에서 체포됐다.

지난달 6일 레이 국장은 제반 분야에서 갖은 수단을 동원하는 중국 정부의 불공정한 관행이 미국으로 하여금 모든 수단을 동원해 대응하게 한다면서, 수사의 초점을 중국 정부와 중국 공산당의 위협에 맞추고 있다고 분명히 밝혔다.

중국, 미국 기술 훔쳐서 ‘중국제조 2025’ 추진

중국 공산당은 5년 전 ‘중국제조 2025’ 계획을 발표하면서 정보기술(IT), 로봇공학, 녹색에너지, 항공우주산업 등 산업 분야에서 중국이 세계 선두주자가 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레이 국장은 이 목표를 향한 중국의 진전은 주로 미국의 기술혁신을 훔치는 것에 의존해 왔다고 주장했다.

‘중국제조 2025’ 발표 이후 법무부는 중국이 지배하고자 하는 10개 기술 분야 중 8개 분야에서 무역 비밀 절도 사건을 기소했다. 공산주의는 중앙집권적 체제 아래 개개의 혁신이 억제돼 급속한 진전이 불가능하다. 따라서 기술을 개발하려면 기술을 훔쳐야 하고, 이를 위해 국가 차원의 체계적 침투전략이 필요했다.

법무부 기소 관련 보고서에 2003년 이후 중국을 포함한 FBI의 기술 절도 사건이 증가했지만, 오바마 행정부 8년 동안 기소는 9건, 트럼프 행정부 들어 무역 비밀 절도 사건은 이미 12건 기소됐다.

윌리엄 바 법무장관은 과거 정부와 민간 부문의 많은 사람이 중국의 강경한 전술을 지나치게 옹호해 왔다면서 현 정부만이 중국의 각본에 맞서 대항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2012년 이후 연방검사 조사에 따르면 경제스파이 혐의 중 80%가 중국과 관련된 것으로 나타났다.

차이나 이니셔티브 팀의 일원인 앤드류 렐링 변호사는 최근 학계의 기소 사건에 대해 민간계와 학계에 중국의 위협에 눈뜨고 내부 조치를 강화하게 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고 분석했다.

FBI가 수사 중인 사건 중 상당수는 민간기업과 연관돼 있다. 고위 법 집행관들은 민간기업이 중국 내 사업에 미칠 파장을 우려해 중국 정권에 의해 피해를 본 사실이 공개되길 원치 않는다고 말했다.

전례 없는 대중압박 수사

미국내 공산주의 침투를 연구한 트레버 루돈은 법무부가 중국의 위협에 대응하는 움직임은 전례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냉전이 한창이던 시절에도 수십 건이 넘는 경우는 없었다”며 소련의 비밀 요원과 동조자들에 대한 FBI 수사가 여러 해에 전개됐지만, 거의 공식적인 고발 없이 감시만 해왔다고 냉전 시대와 비교·설명했다.

전직 FBI 특수요원 마크 러스킨 역시 FBI 현장 사무실 56곳에 1000개의 사건이 늘어져 있는 것이 놀랍다면서도 수사의 진실을 보호하고 용의자 노출을 피해야 한다는 점을 고려할 때 5000건일 수도 있다고 추측했다.

2018년 이후 검찰은 법무부가 중국 침투와 관련해 혐의 범위를 넓혔음을 시사하고 있다. 첩보활동과 무역 비밀사건은 비교적 입증하기 어렵다. 그러나 미국 정부는 고위직 화이트칼라 범죄까지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하버드대 리버 교수 사건뿐 아니라, 지난해 9월 나노과학자 타오펑 캔자스대 부교수도 자신이 중국 대학에 근무하고 있다는 사실을 숨긴 채 미국 정부로부터 연구비를 받아 기소됐다. 타오 교수는 단순한 행정 실수라고 항변했지만, 미 행정당국은 자국의 세금을 이용해 얻은 연구 성과가 중국으로 흘러갈 수 있다고 반박했다.

미국 변호사 제이 타운은 법무부가 얻은 입법적 변화는 외국대리인등록법(FARA) 개정이라고 짚었다. 정치 활동에 국한했던 외국 대리인의 정의를 외국 정부를 대표한 연구 활동까지 확대한 내용이다.

그는 정치 활동뿐만 아니라 연구 활동에까지 분명한 사안에 외국대리인등록법이 적용될 수 있다며 “대통령이나 법무부가 보조금(장학금)을 받아 사악한 목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사람들을 기소해 달성하고자 하는 바를 분명히 밝히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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