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망명설’ 中 국가안전부 간부, 상하이 회의 참석 모습 공개

강우찬
2021년 6월 25일
업데이트: 2021년 6월 25일

중국 정보기관 고위 인사의 미국 망명설이 일파만파 확산하는 가운데 이 인사가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한 회의에 참석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중국 공안부는 23일 공식 홈페이지 게시물을 통해 ‘중·러 상하이 협력기구 안전보장 이사회 사무국’ 16차 회의 개최 소식을 알리며 이 회의에 공안부 부장(장관) 자오커즈와 공안부 간부들이 참석했다고 전했다.

이 게시물에서는 자오커즈 부장과 함께 참석한 간부들로 미국 망명설에 휩싸인 둥징웨이(董經緯) 부부장(차관) 등 4명을 소개했다.

둥징웨이 부부장의 모습은 게시물에 실린 회의 현장 사진에서도 확인됐다. 중앙에 앉은 자오커즈 부장 맨 오른편에 둥징웨이 부부장 모습이 보였다. 이는 그가 미국 망명 의혹이 불거진 이후, 처음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하지만 같은 소식을 보도한 중국 관영 신화통신, 인민일보 기사에서는 자오 부장의 발언만 5가지로 전했을 뿐, 둥징웨이 부부장의 참석 여부는 언급되지 않았다. 현장 사진도 실리지 않았다.

다만, 중국 관영 CCTV는 회의 현장을 영상으로 내보냈다. 공안부가 공개한 사진과 유사한 장면에서 약 2초 정도 둥 부부장 모습을 비췄다.

이날 공안부 게시물의 주된 골자는 자오커즈 부장의 회의 참석이지만, 사실상 둥징웨이 부부장 망명설을 공식적으로 부인하기 위한 취지로 풀이됐다.

둥징웨이 중국 국가안전부 부부장(차관) | 웨이보

둥징웨이 부부장의 망명 의혹이 불거진 이후, 중국 공산당과 정부는 이를 직접적으로 부인하지는 않았지만, 둥징웨이 부부장의 동정을 전하는 식으로 우회해서 부인하고 있다.

지난 18일에는 관영언론 수십 곳이 신화통신 기사를 전재해 둥징웨이 부부장이 한 방첩 세미나에서 연설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이 기사에는 이 세미나가 열린 장소와 시간 등에 관한 상세한 내용이 없고 사진도 없어 오히려 의혹만 증폭시키고 끝났다.

한편, 공안부가 둥징웨이 부부장의 상하이 회의에 참석 게시물을 공개한 당일 미국에서도 둥징웨이 부부장의 미국 망명 의혹을 부인하는 기사가 나왔다.

이날 미 매체 뉴스위크는 전날 익명의 미국 정부 관계자가 “둥징웨이 부부장의 미국 망명을 보도한 기사 대부분이 정확하지 않다”고 전하며 망명설을 부인했다.

뉴스위크에 따르면, 또 다른 익명의 미국 정부 관계자 역시 “둥징웨이 부부장이 미국에 망명해 정부기관의 보호를 받고 있다는 소식이 절대 사실일 리 없다”고 말했다.

둥징웨이 부부장의 미국 망명이 사실로 확인될 경우, 지금까지 중국을 탈출한 관리 중 최고위급 인사에 속한다. 그가 중국 대외 정보업무를 총괄하는 국가안전부 2인자라는 점에서 그는 미중 관계를 뒤흔들 만한 기밀 정보를 가졌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미국 안보·정보 전문매체 스파이토크는 둥징웨이 부부장이 지난 2월 외동딸과 망명해 미 국방부 산하 국방정보국의 보호를 받고 있으며, 이 정보는 CIA나 FBI에도 공유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또한 둥징웨이 부부장이 중국의 무기 개발 프로젝트에 관한 기밀 정보를 테라바이트(기가바이트의 약 1천 배)급 규모로 가지고 있으며, 여기에는 우한바이러스연구소의 코로나19(중공 바이러스 감염증)에 관한 연구 관련 정보도 포함됐다고 전해졌다.

둥징웨이 부부장의 망명설이 사실이든 아니든 내달 1일 창당 100주년 기념행사를 앞둔 중국 공산당으로서는 매우 난처한 상황인 것은 확실해 보인다.

중국 공산당 공직자 윤리위원회에 해당하는 중앙기율위원회(중기위)가 90년 전 당을 배반한 지도자급 인물인 구순장(顧順章)을 통렬하게 비판하는 글을 최근 갑작스럽게 올린 것도 둥징웨이 망명설로 술렁이는 공직 사회를 다잡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구순장은 1931년 국공내전 당시 국민당에 투항해 공산당의 기밀정보를 대거 넘긴 인물로, 이 여파로 국민당 내부 정보원들이 일망타진되는 사태가 빚어졌다. 특히 구순당이 속했던 간첩기관인 중앙특별행동과는 둥징웨이 부부장이 속한 국가안전부의 전신이다.

한편, 중국을 이탈해 미국에 머물고 있는, 당교(중국 공산당 간부사관학교)의 유명 교수 출신인 차이샤(蔡霞)는 미 매체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망명설의 진위 여부를 떠나 이런 소식이 나올 수 있는 것 자체가 중국 공산당 내부의 심각한 권력 누수 현상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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