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감찰관, 내부고발 서식에서 ‘직접 정보 필요’ 조항 삭제 확인…“언론 조사 대응 차원”

Ivan Pentchoukov
2019년 10월 3일 업데이트: 2019년 10월 4일

미국 대통령 탄핵 정국을 촉발시킨 내부고발장과 관련해 내부고발 서식이 슬그머니 변경됐음이 확인됐다.

지난달 30일(이하 현지시간) 미국 정보기관감찰관실(ICIG)은 고발장 서식이 변경됐음을 인정하며, 변경 과정과 이유를 해명하는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변경 이유로는 ‘절차 개선’, ‘언론의 조사에 대한 대응’이 제시됐다.

앞서 26일 ‘우크라이나 의혹’ 고발장 공개 이후, 미국 보수진영에서는 고발장이 처리요건을 충족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에 따르면 감찰관실 고발장 서식에는 ‘직접 정보 필요’라는 조항이 있는 반면, 고발장 내용은 대부분 누군가에게서 들은 간접 정보로 이뤄져 요건 성립이 안된다는 것이다.

‘직접 정보 필요’라는 조항에서는 “내부고발자보호법에 따라 고발사항을 처리하려면 ICIG가 신뢰할 수 있는 직접 정보를 보유해야 한다”며 “간접 정보나 근거 없는 주장만 제시한다면, ICIG는 정보기관 내부고발자 보호법에 따라 고발사항이나 정보를 처리할 수 없을 것”이라고 명시했다.

내부고발 서식에 안내된 ‘직접 정보 필요’ 규정. 새로 업데이트된 서식에서는 빠졌다. | ICIG 홈페이지

논란이 확산되는 가운데 고발장 서식이 작년 5월에 올려진 구버전이며 올해 업데이트된 신버전에서는 ‘직접 정보 필요’ 조항이 삭제됐다는 사실이 추가로 드러나면서 반향은 증폭됐다.

미국 보수매체 패더럴리스트는 “작년 5월부터 올해 8월 사이에 직접 정보를 요구하는 조항이 비밀리 삭제됐다”며 “새 서식은 반트럼프 고발장이 공개되기 직전인 2019년 9월 24일 오후 4시 25분 (감찰관실 홈페이지에) 업로드됐다”고 보도했다.

사회적 파문이 확산되자 언론 취재를 피하던 감찰관실은 30일 보도자료를 내놓고 해명에 나섰다.

보도자료에서는 “지난 6월 핫라인 접수 담당자를 새로 채용하는 과정에서 접수 절차와 서식을 점검했다. 또한 언론의 조사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해당 조항이 내부고발자가 직접 정보를 보유해야만 한다는 뜻으로 잘못 읽힐 수 있어서 고쳤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의혹 고발장은 지난 8월 12일에 접수됐으며 변경 전 서식으로 작성됐다. 이 서식에는 “간접 정보에 근거한 고발은 처리하지 않을 수 있다”고 기재됐지만 관련법에는 그런 규정이 없어서 처리에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게 감찰관실 설명이다.

그러나 감찰관실은 관련법과 맞지 않는 조항을 지난 15개월 동안 그대로 둔 이유를 묻는 본지 질문에 아무런 답변을 하지 않았다. 또한 작년 5월 이후 간접 정보만으로 접수된 고발장이 있느냐는 질문에도 답하지 않았다.

내부고발자보호법은 정보기관을 대상으로 내부고발자가 국가 정보국장의 권한 하에 위법행위로 의심되는 사항을 보도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번 고발장은 정보국장 권한 밖인 대통령의 위법행위를 주장하고 있다는 점에서도 논란이 되고 있지만 감찰관실과 내부고발자 변호인단은 해당 사안에 대해 언급을 회피했다.

내부고발자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7월 25일 조 바이든 전 부통령과 아들 헌터 바이든의 부패 혐의 조사를 압박하기 위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었다고 주장했다.

이에 민주당 의원들은 “트럼프가 정치적 이익을 위해 자신의 직위를 이용했다”며 대통령 탄핵 추진에 착수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젤렌스키 대통령과 통화에서 2016년 바이든 전 부통령이 “검찰총장을 해임하지 않으면 미국의 대출금 10억 달러를 보류하겠다”고 위협한 사실을 언급한 것으로 보인다.

당시 우크라이나 검찰은 현지 에너지기업을 조사하고 있었다. 해당 기업은 이사회 일원이었던 헌터에게 월 5만 달러를 지급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조사를 지시한 우크라이나 검찰총장은 해임됐다. 그는 유럽법원에서 “바이든에 관한 조사취소를 거부해서 해임됐다”고 말했다.

한편, 미국 NBC는 트럼프 대통령의 “가짜 내부고발자 보고서 제출 직전 오랜기간 유지되던 내부고발자 법령을 누군가 바꿨다”는 트윗에 “법은 그대로다. 서식이 바뀐 것”이라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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