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에 옥죄이는 中 공산당, ‘핑퐁외교’ 향수 자극하며 “협력” 강조

장위제(張玉潔)
2021년 4월 26일
업데이트: 2021년 4월 27일

공산주의 중국(중공)이 미국과의 핑퐁외교 50주년을 맞아 양국 협력을 강조했다.

지난 24일 베이징에서 열린 핑퐁외교 50주년 축하 행사에서 왕치산 중공 국가 부주석은 영상 메시지로 미·중 각계 인사 약 700명과 연결해 축사를 전했다.

왕치산은 이날 행사에서 미·중 양국이 중대한 고비에 서 있다며 “협력은 모두에게 이익이고 다툼은 모두에게 상처이니, 협력만이 양쪽 모두에게 올바른 선택”이라고 말했다.

그는 “작은 공이 큰 공을 움직이게 했다”며 탁구공을 작은 공, 지구를 큰 공이라고 부르며 여러 차례 핑퐁외교를 추켜세웠다.

핑퐁외교는 탁구경기를 매개체로 앞서 20년 이상 단절됐던 교류협력을 시작한 1970년대의 미·중 외교를 가리킨다.

그 결과로 1979년 미국은 중화민국(대만)과 단교하고 중공과 수교했다. 미국과 수교는 오늘날 중공이 공산주의 대국으로 성장하는 기반이 됐다.

하지만 핑퐁외교 50주년을 맞은 현재, 미·중은 가파른 갈등의 골을 파 내려가고 있다.

중공은 남중국해에서 항공모함을 전개하며,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군사적 위협을 강화하고 미국에 노골적으로 도전하고 있다.

미국은 일본, 인도, 호주와 쿼드를 결성해 인도·태평양에서 대중공 견제를 강화했다. 영국, 프랑스 등 미국의 동맹들은 유럽에서 중공에 대한 강경한 움직임을 이끌고 있다.

또한 미국은 중국에 대한 반도체 공급 차단, 전 세계 공급체인에서 중국 배제(탈중국화·디커플링)를 추진하며 대중공 포위망을 좁혀가는 상황이다.

이러한 와중에 중공이 50년 묵은 핑퐁외교를 들고나와 “협력”을 외치는 모습에 대해서는 “속이 빤히 보이는 수작”이라는 비난이 나온다. 위기 모면용 기만전술이라는 것이다.

이날 대만의 미·중 문제 전문가 우이쥔(吳奕軍)은 자유아시아라디오(RFI) 방송과 인터뷰에서 “왕치산도 스스로 자신의 발언에 자신감이 없었을 것”이라며 “핑퐁외교 향수를 자극해 미국 내 친 중공 인사들을 움직여 보려는 시도”라고 일침을 가했다.

그는 핑퐁외교 50년은 중공이 원칙 없이 생존과 이익만 추구하는 집단임을 드러냈다며 “당시 중국인들은 중공의 언론선전에 빠져 하루가 멀다 하고 미 제국주의를 비난했지만, 어느 날 갑자기 미국 닉슨 대통령의 방중을 목격해야 했다”고 말했다.

이어 “중공은 미국과 화해 무드를 타고 유엔(UN)에 가입하고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하고 올림픽과 엑스포를 개최하며 세계적인 대국으로 부상했다. 그러고는 일대일로와 신종 코로나를 수출해 전제 정치를 확산시키고 있다”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그 사이 서방은 중국의 경제발전을 돕는다면 공산당이 보편적 가치를 받아들이고 민주주의로 나아가리라는 믿음을 확실히 접게 됐고, 이후 베이징과의 전쟁을 개시했다. 50년을 돌아 미·중 관계는 다시 경색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날 행사에는 미국의 대표적 친중공 인사이자 핑퐁외교 설계자였던 헨리 키신저가 축하 영상 메시지를 보냈다.

중공 관영 신화통신은 그의 메시지를 전하지 않았지만, 관영 CCTV는 키신저가 양국이 서로 세계 경제에서 차지하는 중요성을 인정하고, 양해해주기를 바란다는 뜻을 나타냈다고 전했다.

우이쥔은 “키신저는 이미 워싱턴 정가에서 한물간 인물”이라며 “속 빈 왕치산의 발언과 마찬가지로 키신저의 ‘양국 양해’는 아무런 호응도 얻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재대만협회(AIT) 전 회장 윌리엄 스탠튼은 “키신저는 중국을 짝사랑하는 열혈 팬일 뿐이다. 인생의 대부분을 중국에 아부하는 데 쓴 그는 이제 홍콩 사태, 신장 위구르족 대규모 구금도 못 본 척하는 지경에 이르렀다”고 꼬집었다.

사실상 대만 주재 미국 대사관 격인 ATI의 스탠튼 전 회장은 “키신저가 아직도 50년 전 핑퐁외교를 잊지 못하고 미국과 중국의 양해를 진심으로 바란다면, 왕이 외교부장의 말마따나 누군가 이 어르신을 깨워드려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왕이 중공 외교부장(장관)은 핑퐁외교 기념행사 전날, 미국 대외관계위원회와의 교류행사에서 거듭 ‘평시(平視∙평등한 관계로 봄)’를 언급하면서 바이든 행정부가 트럼프 전 행정부의 외교정책을 이어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중공 기관지 신화통신에 따르면 왕이 외교부장의 ‘평시’ 발언에는 미국이 △중국의 발전을 객관적으로 인식하고 이성적으로 대하고 △중국과 함께 평화로운 공존과 협력을 통한 윈윈의 새로운 길로 나가며 △중국 스스로 선택한 길과 제도를 존중하고 포용해야 하며 △진정한 다자주의를 실천하고 △걸핏하면 중국의 내정에 간섭해서는 안 된다 등의 뜻이 담겨 있다.

왕이 외교부장은 또한 코카콜라를 예로 들어 민주주의에는 다양한 형태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의 주장은 민주주의는 미국에서 생산한 원액으로 전 세계 어디서나 똑같은 맛으로 만들어내는 코카콜라가 아니라, 각 나라에서 그 나라 상황에 맞춘 민주주의를 시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미·중 간 다툼은 민주주의 대 권위주의 대결이 아니라는 주장의 근거로 제시한 내용이었다. 다시 말해 미국의 가치관을 강요하지 말라는 의미다.

왕이 외교부장은 “중국도 사회주의 민주정치를 시행하고 있으며 이는 중국 국정에 부합하고 국민들이 지지하는 것”이라면서 “민주주의 형식이 미국식과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중국에 권위주의, 전체주의 모자를 씌우는 것 자체가 비민주적”이라고 말했다.

이어 “만약 민주주의와 인권을 명분으로 한 ‘가치관 외교’를 벌인다면 이는 타국 내정 간섭이자 인위적으로 분열과 대립을 조장하게 된다”고 주장했다.

그의 발언에 따르면, 중공은 보편적 가치의 부재, 인권 탄압 등으로 국제사회에서 뭇매를 맞게 되자 미국에 ‘미국식 가치관을 강요한다’는 프레임을 씌워 난국을 타개하는 전략을 세운 것으로 보인다.

바이든 행정부는 이민정책에서는 트럼프 지우기에 힘쓰고 있으나, 중공을 상대하는 데 있어서만큼은 트럼프 전 행정부의 정책 기조를 어느 정도 유지하는 모습이다.

백악관은 바이든 대통령이 오는 6월 영국에서 열리는 G7 정상회의에서 ‘전략적 경쟁상대’인 독재국가, 특히 중국에 대한 민주국가연합의 대응을 촉구할 것임을 분명히했다.

앞서 지난 21일 미 상원 외교관계위원회는 경제·과학기술·군사·인권 등 다각도로 중공에 대응하는 ‘2021년 전략 경쟁 법안’을 통과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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