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화당 주지사, 사실상 저커버그 겨냥한 기부 금지법 서명

이은주
2021년 4월 13일
업데이트: 2021년 4월 13일

미국 애리조나주에서 선거 운영에 개인 기부를 금지하는 법안(HB 2569)이 최종 확정됐다.

공화당 소속 더그 듀시 미국 애리조나주 주지사는 지난 9일(현지시간) 선거 운영 자금을 개인적으로 기부하지 못하도록 하는 법안에 서명했다. 이 법안은 주지사 서명에 앞서 애리조나 주 의회 상·하원에서 각각 통과됐다.

이 법안은 정치인을 대상으로 한 기부가 아니라 선거 관리당국이나 지자체, 관련 단체에 대한 기부를 제한한다.

듀시 주지사는 성명을 통해 “선거에 대한 대중의 신뢰가 위기에 처한 상황에서, 우리의 선거는 오염되지 않고 비난의 여지가 없으며 (주) 정부의 유일한 영역임이 분명하다”고 말했다.

이번 법안은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와 아내 프리실라 챈이 지난해 9월 미국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비영리 단체 2곳에 3억 달러(약 3천600억원)를 기부한 이후 입법이 이뤄졌다.

법안에는 두 사람의 이름이 직접 거론되지는 않았지만, 사실상 이들을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추후 거액의 자금력을 가진 인물들이 비슷한 시도를 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한 취지로도 이해되고 있다.

당시 저커버그 부부는 “코로나19 전염병 대유행 기간 동안 주(州)와 지방 도시들의 안전하고 신뢰할 만한 투표를 촉진하기 위한 차원”이라며 기부 취지를 설명했다.

이들은 기부금이 지역 및 주의 선거관리 사무소를 지원하는 비영리 단체 2곳에 전달될 것이라고 밝혔다.

단체 2곳은 기술시민생활센터(CTCL)와 선거혁신연구센터(CEIR)다. 기부금은 각각 2억5천만 달러, 5천만 달러가 전달됐다.

이들 단체는 공동 배포한 성명에서 선거 청렴성을 유지하기 위해 주와 지역이 필요한 자원과 훈련을 제공하고 투표 기반시설을 개선하는 데 기부금이 사용될 것이라고 밝혔다.

두 단체는 자신들을 비당파적 단체라고 소개하고 있다.

그러나 CTCL은 2012년 시카고에서 설립된 중도좌파 성향의 선거개혁 추진 단체로, 민주당의 디지털 활동가를 양성하던 진보성향 ‘새로운 조직화 연구소’(New Organizing Institute·NOI) 출신들이 설립했다. 저커버그 자금 대부분은 CTCL에 돌아갔다.

듀시 주지사는 이날 성명에서 지난해 이들 단체가 제공한 자금이 선거의 무결성을 확보하는 데 도움이 됐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하지만 듀시 주지사는 “선거 공무원이 미래의 유권자 홍보, 인력 배치 또는 기타 비용에 대한 사적인 자금에 의존하도록 강요돼선 안 된다”고 말했다.

또 이 법안이 기부에 대한 감사를 표하지 않는다는 의미로 해석돼선 안 되며 선거의 무결성과 유권자의 신뢰를 보존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선거 당국에 적절한 자원을 제공하기 위해 주 의회와 협력하겠다고 밝혔다.

공익법률재단(PILF)의 로건 처치웰 홍보부장은 3억 달러의 기부금을 선거 공무원에게 직접 전달하는 것은 합법이지만 전례 없는 일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이번 법안 통과를 두고 지역 민주당 의원들은 선거 자금이 부족하다며 공화당에 비난의 화살을 돌렸다.

후안 멘데즈 상원의원은 “억만장자들을 부기맨(귀신)으로 만드는 것은 쉽다. 나도 그들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러나 우리는 이런 상황에 처했다”면서 “우리는 선거 자금이 너무 부족해서 유권자들의 지지를 얻기 위해 기부를 요구하는 카운티들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반해 선거 무결성을 보호하는 조치라는 환영의 목소리도 나왔다.

헤리티지액션의 전무이사인 제시카 앤더슨은 듀시 주지사가 역사적인 선거 무결성 법안을 통과시켜 “모든 애리조나 주민들을 지지했다”고 환영했다.

앤더슨은 법안은 선거 청렴성을 보호하고 민간 자산이 애리조나주의 선거제도 운영에 영향 미치는 것을 배제하기 위해 취한 강력한 조치라고 높이 평가했다.

이어 “애리조나 주민들은 선거 운영을 위한 기업 및 개인 자금 지원을 금지함으로써 외부의 영향력과 당파적 자금으로부터 자유로운 선거 절차를 제공받을 자격이 있다”면서 “이 법은 그러한 시스템을 보호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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