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서 20년 만에 말라리아 환자 발생…CDC 경보 발령

조지 시트로너(George Citroner)
2023년 07월 20일 오후 8:56 업데이트: 2024년 02월 3일 오후 11:12

최근 미국에서 말라리아 확진 판정을 받은 사례가 잇따라 보고되자 보건당국에 비상이 걸렸다. 해외여행을 하지 않은 미국인이 말라리아에 감염된 것은 20년 만에 처음이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긴급 공지를 통해 지난 2개월 사이 플로리다주에서 4건, 텍사스주에서 1건 등 총 5건의 말라리아 감염 사례가 보고됐다고 발표했다.

플로리다주의 첫 감염 사례는 5월 26일 새러소타 카운티에서 발생했으며, 이후 3건의 지역 내 감염이 추가로 확인됐다.

텍사스주에서는 6월 23일 캐머론 카운티에서 주민 1명이 말라리아 확진 판정을 받았다.

플로리다 및 텍사스 당국은 이번 말라리아 감염의 원인이 삼일열말라리아원충(P. vivax)인 것으로 파악했으며, 감염자들은 모두 치료를 받고 건강을 회복했다고 밝혔다.

다만 플로리다 감염 사례 4건이 모두 같은 지역에서 발생했다는 점을 주목해, 지역 내 추가 감염 사례를 파악하기 위한 역학조사에 들어갔다.

미국에서 말라리아 확진 사례가 보고된 것은 지난 2003년 플로리다주에서 총 8명이 감염된 이후 20년 만이다.

CDC는 “말라리아 환자 발생은 의학적 긴급상황”이라며 “유증상자는 즉시 치료를 받아야 한다”며 주의 경보를 내렸다.

또 “조지아주 등 여러 지역에서 발견되는 아노펠레스(Anopheles) 모기도 말라리아 감염자의 혈액을 다른 사람에게 옮길 수 있다”고 경고했다.

스태튼아일랜드 대학병원의 응급의학과 의사인 에릭 시오에-페냐(Eric Cioè-Peña) 박사는 에포크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CDC의 주의 경보는 미국에서 말라리아의 위험성이 커지고 있다는 사실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이어 “말라리아는 매우 치명적인 질병이며, 미국에서 20년 만에 지역 내 감염 사례가 확인됐다는 것은 대단히 우려할 만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미·멕시코 사이 국경 장벽 | 연합뉴스

재확산의 원인

시오에-페냐 박사는 미국에서 말라리아 감염이 재확산하는 원인으로 해외여행객을 통한 유입, 인구 이동 증가, 불법 이민자에 의한 확산 등을 꼽았다.

그는 “여러 가지 가능성 중 한 가지는 말라리아 위험지역을 다녀온 여행객이 미국으로 돌아와 감염을 확산시키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2013년에 발표된 한 연구에 따르면 말라리아 확산은 인구 이동의 증가와 깊은 연관이 있다. 즉, 인구 이동이 활발해지면서 열대 지역에 국한됐던 말라리아가 전 세계 수많은 지역으로 확산됐다는 뜻이다.

불법 이민자 유입도 말라리아 재확산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미국 관세국경보호청(CBP)에 따르면 현재 미국은 ‘불법 이민 위기’를 겪고 있으며, 전례 없이 많은 수의 불법 이민자들이 남서부 국경을 넘고 있다.

마크 모건(Mark Morgan) 전 CBP 국장대행은 “2019년 CBP의 불법 이민자 체포 건수는 약 115만 건으로 확인됐다”며 “그중 무려 97만 건 이상이 남서부 국경에서 체포됐다”고 밝혔다.

이어 “이는 2018년보다 88%나 증가한 수치”라며 “미국을 포함한 전 세계 어떤 이민 시스템으로도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이라고 강조했다.

불법 이민자의 급증은 사실상 ‘말라리아 청정국가’였던 미국에서 다시 말라리아가 확산하는 데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풍토병 가능성

뇌염을 유발하는 모기 매개 질병인 웨스트 나일 바이러스가 1999년 뉴욕에서 최초로 보고된 후, 단 3년 만에 미국 전역으로 빠르게 확산했다.

미국 44개 주에서 감염자가 발생했으며, 캐나다 5개 주에서도 바이러스 감염 사례가 보고됐다.

당시 보건당국은 이 바이러스에 대해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했고, 결국 미 대륙의 풍토병으로 정착했다. 지금까지도 미국에서 매년 수천 명에 달하는 웨스트 나일 바이러스 뇌염 환자가 발생하고 있다.

최근 미국 내 말라리아 감염 사례가 보고되자 일각에서는 웨스트 나일 바이러스의 사례처럼 말라리아가 풍토병으로 굳어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 섞인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이에 대해 시오에-페냐 박사는 “보건당국의 대응, 기후 조건 등 복합적인 요인이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말라리아가 재유행할 가능성은 있지만, 아직 단정하기에는 너무 이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사태는 감염병, 전염병에 대한 지속적인 경계와 공중보건 인프라에 대한 투자가 필요하다는 점을 상기시켜 준다”고 덧붙였다.

증상 및 치료

말라리아는 모기가 옮기는 5종의 기생충에 의해 발병한다. 최근 미국에서 보고된 5건의 감염 사례는 비교적 치명률이 낮은 삼일열말라리아원충(P. vivax)이 그 원인이었다.

가장 치명적인 것으로 알려진 열대열원충(P. falciparum)에 감염되면 최악의 경우 사망에 이를 수도 있으므로 신속한 치료가 중요하다.

말라리아의 감염 증상은 발열, 오한, 두통, 근육통, 피로감 등이 대표적이며 환자에 따라 메스꺼움, 설사, 구토 증상도 겪을 수 있다.

일반적인 잠복기는 약 14일이지만, 길게는 1년 후에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말라리아 치료에는 일반적으로 클로로퀸 인산염, 아르테미시닌 기반의 치료법 등 항말라리아제가 사용된다.

아직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 사용승인한 말라리아 백신은 없지만, 현재 백신을 개발하기 위한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지난해 12월 발표된 임상시험 결과에 따르면 열대열원충 백신을 3회 접종한 임상시험 대상자에서 감염 예방 효과가 나타났다. 이 임상시험은 서아프리카의 부르키나 파소에 거주하는 성인들을 대상으로 진행됐으며, 백신 접종의 안전성까지 입증된 것으로 알려졌다.

백신개발센터 말라리아 연구 그룹의 국제임상시험부 책임자 매튜 로렌스(Matthew B. Laurens) 박사는 “이번 연구를 통해 말라리아가 풍토병인 지역에서 말라리아를 근절하기 위한 백신이 효과가 있음을 입증했다”고 밝혔다.

*이 기사는 번역 및 정리에 김연진 기자가 기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