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국무부, 미-중 교류 프로그램 중단 조치 “공산주의 선전·침투 수단”

류지윤
2020년 12월 11일
업데이트: 2020년 12월 11일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 공산당(중공)과의 악한 연결고리 끊기’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국무부는 지난 4일(현지시각) 중공이 지원하는 미-중 교류 프로그램을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국무부는 이런 프로그램들을 공산주의 선전 및 침투 수단으로 봤다.

중단 대상은 △정책 입안자 교육적 중국 여행 프로그램(Policymakers Educational China Trip Program) △미∙중 친선 프로그램’(U.S.-China Friendship Program) △미∙중 리더십 교류 프로그램(U.S.-China Leadership Exchange Program) △미∙중 환태평양 교류 프로그램(U.S.-China Transpacific Exchange Program) △홍콩 교육 문화 프로그램(Hong Kong Educational and Cultural Program) 등 다섯 가지다.

관련 성명에서는 “중공 정부가 운영비용을 전액 지원하고 관리하면서 베이징 당국의 소프트파워 선전 도구로 쓰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한 이런 프로그램의 혜택이 언론과 집회의 자유가 박탈된 중국 일반인들이 아니라, 관료들에게만 주어지며 그들의 방문은 치밀하게 계획된 공작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미국은 중국 관리나 국민과의 상호호혜적이고 공평한 문화 교류 프로그램은 환영하지만, 일방적인 프로그램은 제외한다”라고 강조했다.

친선·우호 내걸고 숱한 만남 주선…미 젊은이들 중앙당교 프로그램에도 초청

이번 조치로 중단된 ‘정책 입안자 교육적 중국 여행 프로그램’은 그동안 ‘미·중 정책 재단’(USCPF)이 운영해왔다.

재단 홈페이지에 따르면 설립자는 왕치(王治) 대표와 존 홀드리지, 아서 험멜 주니어 전 대사 등이 1995년 설립했다.

홀드리지 전 대사는 미국 내 대표적인 친공파 헨리 키신저와 지난 1971년 극비리에 중국을 방문했고, 험멜은 1981년부터 85년까지 주중 미국대사였다. 키신저는 최근 미 국방정책위 자문위원에서 해임됐다. 트럼프 행정부의 친공파 걸러내기라는 분석이 유력하다.

프로그램은 그 명칭에서 드러나듯 미국의 대중(對中) 정책 입안자들을 ‘교육’하고 영향을 미치겠다는 취지다. 미 의회 고위층, 군 장성, 기업가 등을 대상으로 방중단을 조직하고 중공 관리·기업가, 중국 내 미국기업 관계자들과 만나도록 했다.

봄, 여름철 인턴십 프로그램을 통해 젊은 미국 엘리트들도 ‘교육’했다. ‘미-중 관계에서 미래 지도자와 정책 결정자’가 될 이들에 대한 일종의 사전투자였다.

이 밖에도 양국 학자들이 쓴 책과 보고서 등을 출판하고 미술전·사진전·영화제 등 문화행사를 개최해 다양한 방식으로 미국 주요 인사들과의 접점을 늘려나갔다.

지난해 11월 ‘제24차 연례 만찬’에서는 미-중 재계 지도자와 정부 관료, 고위 외교관, 학자 등 100여 명이 참석해 미·중 수교 40주년을 축하했다. 전직 주중 미국 대사들이 사회를 봤다. 앞서 9월에는 한 달간 서예전을 열었는데 주요 전시작들은 중공 창립, 정권 수립시기의 서예와 그림들로 정권 선전과 무관하지 않았다.

‘미-중 환태평양 교류 프로그램’도 내용은 비슷하다. 정치·경제, 무역포럼을 통한 미·중 관계 발전이 주된 목표다. 중공은 지난 40년간 미국을 타도대상으로 삼으면서 미·중 관계 발전을 도모하는 이중 책략을 사용했다. 미국의 피를 자신에게 수혈하며 살을 찌웠다.

프로그램을 운영한 미-중 환태평양 재단은 대표가 조지 H 부시의 백악관 선임고문이었던 공화당 핵심인사 시그 로기시(Sig Rogich), 부대표가 오리엔탈 패트론 파이낸셜 그룹 이사장 리우즈웨이(柳志偉)였다. 권력과 돈의 완벽한 결합이었다.

지난해 10월에는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미 의회 고위급 보좌관 대표단 12명의 방중 행사를 개최했다. 중공과 관련 깊은 ‘민간단체’ 중국인민외교학회의 초청 형식이었다.

구글에 중국인민외교학회와 미중 저명인사(지도자) 포럼을 검색한 결과. 오른쪽이 지난해 개최된 미중 지도자 포럼(中美知名人士论坛) 사진이다. | 구글 화면 캡처

앞서 9월에 재단은 중국인민외교학회와 미·중 관계 발전 등을 주제로 한 ‘미중 지도자 포럼’을 열었다. 포럼 후에는 한 태자당(중공 원로 2·3세 그룹) 멤버 주최로 간담회를 했다. 미국 측 방문단 외에 중공 정·재계, 외교, 군사 분야 10여 명이 참석했다.

6월에는 시그 로기시 대표가 중공과 관련 깊은 재단 임원(중국계 기업인)을 데리고 중공 권력층 집단거주지인 중난하이에서 양제츠 중공 외교담당 정치국원과 만났다.

또 4월에는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 보좌관 라이언 매코나시가 의회 고위급 보좌관 대표단 11명을 이끌고 중국을 방문하는 등 미 의회와 중공 외교 분야 인사들과 만남 자리를 여러 차례 조직했다.

시진핑 중공 총서기의 2015년 9월 방미 당시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과 만남 역시 미-중 환태평양 재단이 주선했다

이밖에 미-중 교육 재단은 ‘양국 학생 지도자 교류 프로그램’을 추진하며 중국에 유학 오는 미국 학생들에게 여행 보조금을 지급하고, ‘영 리더’ 간 교육, 교류 활동을 주선했다. 이 프로그램은 중국 사회과학원, 70여 개 중국대학, 중공 중앙당교 등이 지원했다.

중앙당교는 중공 관리양성 사관학교다. 이런 기관에서 지원한 교육프로그램에 미국의 청년들을 들여보내는 일이 ‘미-중 교육 재단’에서 벌인 일이다. 이는 공자학원 내쫓기에 힘쓰고 있는 미 국무부가 방관할 수 없었던 부분으로 보인다.

중공이 지원하고 심지어 운영하는 미·중 교류재단과 그 프로그램들의 취지와 활동은 한 마디로 중공과 미국의 ‘친구 만들기’다. 그러나 중공이 미국과 진정한 친구가 될 뜻이 없음은 자명하다.

이같은 활동들은 중공이 오랫동안 미 고위층과 각계 인사, 미래를 주도할 젊은 미국인들을 포섭하면서 미국 사회 곳곳에 침투했는지를 말해준다.

미국의 공공정책 전문연구기관 후버연구소가 2018년 중국의 미국 침투를 분석한 보고서 ‘중국의 영향, 미국의 이익'(보고서 PDF)에 따르면, 중공은 미국 정부·대학·언론·싱크탱크·기업·중국계 커뮤니티에 침투해 이들을 조종하고 있다. 행정부 관료·의원·기업 거물 등 다수 인사가 중공과 결탁해 자신의 돈벌이를 위해 국익을 훼손했다는 것이다.

미 국무부의 이번 ‘한쪽만 이득을 취하는 교류 프로그램’ 중단 조치는 중공뿐만 아니라 미국 내 부패 세력을 청산하려는 트럼프 대통령의 의지에도 부합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6년 취임 전후부터 “워싱턴의 늪 제거”를 주장해왔다. 늪 제거는 미국의 자체 정화 노력이자 중공을 향한 또 하나의 타격이 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는 이를 중공과의 싸움이 아니라 “독재에 맞서는 자유의 전쟁”으로 규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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