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최고 중국 전문가가 본 기시다 내각의 양다리 외교

박상후
2022년 1월 7일
업데이트: 2022년 1월 7일

일본 내 최고의 중국전문가 엔도 호마레 박사가 기시다 정권의 모순적인 일·중 관계 내막을 분석했다.

엔도 박사는 ‘일중이노베이션센터와 기시다 정권 경제안전보장과의 모순’이란 제목의 글을 발표했다. 일중이노베이션센터는 자민당 내 최고 친중파인 니카이 도시히로 전 간사장이 최고 고문을 맡고 있는 일본-중국 산학협력 지원단체다.

이 글에 따르면 기시다 정권은 경제안전보장을 강조하고 있는데, 자민당의 니카이 전 간사장이 2019년에 일중이노베이션 센터를 설립해 중국 공산당(중공)에 정보제공을 촉진하고 있다.

엔도 박사는 바로 이 점이 대중정책의 모순으로, 자민당과 공명당 연립정권은 친중 색채가 과도해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일중이노베이션센터는 2019년 3월에 중공의 칭화대학과 일본의 츄오대학이 중심이 돼 산학연계를 통해 양국 간 혁신과 협력을 추진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센터의 최고 고문 명단에는 니카이 전 간사장의 이름이 올라 있다. 니카이 전 간사장은 앞서 2017년 칭화대 명예교수로 위촉됐다. 그러나 당시 자민당 간사장 신분으로 엄연한 일본의 거물 정치인이었다. 경제 분야 협력에 관심이 있었다는 설명을 내놓기는 했지만, 이노베이션센터 를 추진할 만한 직위를 마련하려 사전에 주도면밀하게 준비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일본 츄오대는 니카이 전 간사장의 모교이며, 칭화대는 시진핑 중공 총서기의 모교다.

이노베이션센터는 이 두 대학을 축으로 해서 일본의 경제단체연합회(케이단렌·経団連)와 기업을 중심으로 산업뿐 아니라 대학·연구기관의 연구개발, 첨단기술, 혁신에 대한 양국 간 정보제공 협력을 설립 취지로 내세웠다.

말은 에둘렀지만, 차라리 중공에 공헌하고 싶은 게 진짜 목적이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는 게 엔도 박사의 견해다.

그 증거로 엔도 박사는 하마다 겐이치로 센터 이사장이 센터 공식 홈페이지 이사장 인사말에서 “중국 산학연구의 새로운 협력을 위해 적절한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정진하겠다”고 표현한 대목을 들었다.

센터 홈페이지에는 “중국 경제사회 발전을 위한 봉사, 각급 정부에 정책 제안을 실행한다”는 표현도 있다. 2019년 3월, 당시 아베 신조 일본총리는 중국을 국빈 방문한 적이 있다. 이때 아베 총리는 국빈 초청을 받기 위해 일대일로와 관련해 ‘제3국에서의 협력’을 조건으로 내세우기도 했다. 또한 시 주석을 일본에 초청하겠다고 약속하기도 했다.

일중이노베이션센터 홈페이지. 일본을 상징하는 후지신과 중국을 상징하는 만리장성을 함께 배치한 사진으로 중일 협력이라는 센터 취지를 상징하고 있다. | 화면캡처

니카이 당시 간사장은 일중이노베이션센터를 설립하고 한 달 뒤인 2019년 4월 시 주석과 만났다.

엔도 박사는 이와 관련해, 미중 패권경쟁이 격화되고 있는 와중에 아베의 중국 방문이 국제사회에 어떤 시그널을 주겠느냐면서 강하게 반대했으며, 니카이의 시 주석 회견과 관련해서는 ‘중국에 회유된 니카이 간사장, 일대일로에 먹히고 있는 일본’이란 칼럼을 내기도 했다.

엔도 박사는 당시 아베 총리의 특사로 방중해 시진핑에게 친서를 전달하며 굽신거리는 니카이의 모습이 조공외교를 연상케 했다고 비판했다.

센터 홈페이지에는 많은 양국 연구자들의 이름이 올려져 있다. 눈길을 끄는 대목은 츄오대뿐 아니라 토쿄대, 쿄토대 등 일본 내 여러 대학에서 상당히 많은 수의 중국인이 연구에 종사한다는 점이었다.

센터의 중공 측 인사는 칭화대 소속이 많았고 중공 중앙당교 국제전략연구센터의 교수 등 중공 싱크탱크 인물도 있었다. 센터가 어떻게 중공과 중공 정부를 위해 공헌하는지 명확하게 보여주는 사례로 평가된다.

황당한 것은 중국인민항일기념관 직원도 있었다는 점이다. 이를 두고 “반일이어도 상관없다는 게 아주 흥미롭다”고 엔도 박사는 지적했다.

일본의 정보기관인 공안조사청은 2021년 봄, ‘일본 유학 경험이 있는 극초음속 분야의 중국인 연구자’란 제목의 내부자료를 내고 관계 기관에 회람한 적이 있다.

일본의 대학과 연구기관에 교원이나 방문학자 직위로 소속돼 있던 중국인 연구자가 극초음속무기 개발연구에 참여했다가 귀국 후 중공의 관련 기관에서 활동했다는 내용이다. 학술 교류를 빙자해 일본 내에서 스파이 행위를 한 것이다.

엔도 박사는 2021년 6월 미 바이든 행정부가 중공의 기술 절취를 막기 위해 미국 이노베이션 경쟁 법안을 가결하고 미국 대학에서 중공의 인재 영입 프로젝트 ‘천인계획’에 연루된 교수를 체포했다는 점도 거론했다. 그러면서 기시다 정권은 도대체 뭘하고 있느냐고 반문했다.

이어 대중 규탄 결의안을 보류하는가 하면 위구르 탄압 등 인권침해에 가담한 중공 관리들을 제재하는 ‘일본판 마그니츠키 법’의 제정도 기시다 정권은 질질 끌고 있다고 지적했다.

2022 베이징 겨울올림픽 로고 자료사진. | AFP/연합

베이징 동계올림픽 보이콧을 둘러싼 기시다 정권의 행보도 비판했다. 베이징에 현직 참의원이기도 한 하시모토 세이코 도쿄올림픽·패럴림픽 조직위원장과 야마시타 야스히로 일본올림픽위원회 회장을 보내기로 하면서도 마쓰노 관방장관이 ‘외교적 보이콧’이란 단어를 언급조차 하지 않은 점도 비판했다.

기시다 총리는 자기는 베이징에 가지 않겠다면서 마치 대중 강경자세를 취하는 것 같지만, 도쿄올림픽에 시 주석이 오지도 않았는데 기시다가 ‘간다, 안 간다’ 떠드는 자체가 이상하다고도 했다.

또 일본은 미국과 보조를 맞춰 외교적 보이콧을 한다는 인상을 주려하지만 이는 사실 외교적 보이콧도 아니라고도 했다. 덧붙여 그 증거가 중공이 일본에 대해 경고도 하지 않은 점이라고 지적했다.

중공 관영 CCTV는 세이코 위원장과 야마시타 회장의 베이징 올림픽 파견을 나름대로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리고 최근에는 오키나와 미군 기지의 코로나 감염이 확산되고 있는 것과 관련해 하야시 요시마사 외무대신이 맹렬하게 미국에 항의하는 영상을 방송했다.

엔도 박사는 “CCTV가 일본이 미국에 대드는 용기를 칭찬한 것이나 다름없다”고 해석했다. 다시 말해 중공은 일본이 미국에 추종하지 않고 외교적 보이콧도 사실은 하지 않은 것으로 인식하고 있는 것이다.

기시다 정권은 경제안전보장과 관련해 “‘그래도 하긴 했다’는 시늉을 하려 한다”고 엔도 박사가 지적했다.

기시다 총리는 경제안전보장추진법 제정을 약속하고 1월 17일부터 열리는 정기국회에 법안을 제출할 예정이다. 경제안전보장 추진법은 기밀기술 관련 특허의 공개 제한, 공급망 구축지원, 첨단기술 육성 지원 등을 주된 내용으로 하고 있다.

그런데 꼼수는 법안에 중국이란 국명을 생략했다는 점이다. 겉으로는 중국을 염두에 둔 것 같은 모양새를 갖추면서도 굳이 중국을 자극하지는 않겠다는 이중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니카이 도시히로 전 간사장(좌),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 자료사진

니카이 전 간사장이 최고 고문으로 있는 일중이노베이션센터를 통해 일본의 기술이 중공으로 유출될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

“일본 각 대학과 기업에 있는 중국인 연구원들이 ‘우호’라는 외피를 두르고 경제안전보장의 벽을 허물 수 있다”고 엔도 박사는 지적했다. “이는 문화라는 외피를 걸치고 전 세계 교육기관을 거점으로 삼고 있는 공자학원과 마찬가지”라고도 했다.

니카이 전 간사장 같은 자민당의 거물 정치인이 일본의 대학과 대기업을 이끌고 적극적으로 중공 측에 부역하고 있는 만큼 경제안전보장이라는 기치를 아무리 휘둘러도 실효성이 의심스러울 수 밖에 없다고 엔도 박사는 말했다.

자민당 내 인사들은 사상의 스펙트럼이 아주 넓다. 격한 친중부터 반중까지 모두 포진해 있다. 니카이 전 간사장 외에도 후쿠다 야스오 전 총리도 상당한 친중파이다. 후쿠다 전 총리는 칭화대에서 일중관계 강의를 하면서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다. 하야시 요시마사 외무대신도 일중우호의원연맹의 회장을 지냈다.

자민당 내에는 친중에 열렬한 의원들이 상당히 많다. 권력을 쥐게 되는 친중파가 많은 것은 공명당과 연계됐기 때문이기도 하다. 또 친중의 배후에는 니카이 전 간사장이 맹활약하고 있다.

여기에는 중국에서 돈을 벌려 하는 재계 인사들도 당연히 연관돼 있다. 일중이노베이션센터의 중공 측 핵심기관인 칭화대 일본연구센터에는 미타라이 후지오 캐논 전 회장 겸 게이단렌 전 명예회장의 사진이 걸려 있다.

일본의 재계도 거대한 무역 파트너인 중국에 자신들의 생존이 걸려 있다고 여기는 이들이 많다. 이는 자민당이 자초한 측면이 많다. 1989년 6월 4일 톈안먼 대학살 이후 이뤄진 세계 각국의 대중 경제봉쇄를 처음으로 허문 나라가 일본이다. 그 덕에 중공은 숨을 돌리고 지금까지 경제성장을 이룩했다.

그런 중공에 일본의 경제계가 의존하게 되는 악순환을 만든 게 바로 일본의 자민당이다. 기시다 정권은 일본에서 가장 친중적인 정당으로 여겨지고 있는 공명당과 연립했다. 기시다 총리 자신도 중국에 유화적으로 대하자는 친중 유화파이다.

엔도 박사는 자민당이 친중인지 반중인지를 명확히 하는 게 좋다고 말하고 있다. 권력을 쥐는 게 목적이 아니라 일본을 어떤 나라로 끌고 가느냐에 대해 참된 이념을 가지고 진지하게 생각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이중 스탠다드를 유지하다가는 일본이란 나라의 존재감이 없어져 중공이 일본을 우습게 여기고 그들이 편한 대로 조종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한 홍콩에서 민주가 사라진 것에서 알 수 있듯이 중공의 지배하에 놓이게 되면 언론자유와 개인의 존엄, 특히 영혼의 존엄을 잃게 된다고 말했다. 엔도 박사는 오는 17일 일본 정기국회가 소집되면 자신의 이 글을 가지고 열띤 토론이 오갔으면 한다는 바람도 피력했다.

엔도 호마레(远藤誉) 박사 | 자료사진

엔도 호마레(遠藤譽) 박사는 1941년 만주국 신경(현 창춘)에서 태어났다. 국공내전 막바지에 발생한 창춘 홀로코스트를 유년시절에 몸소 겪었고, 일본인이지만 중국어를 모국어처럼 구사하고 평생을 중공 연구에 천착한 인물이다.

창춘 홀로코스트의 참상을 기록한 ‘챠즈(卡子)’라는 저서로 유명하며, 마오쩌둥이 일본군과 공모해 중국을 차지했다는 역사적 사실을 철저하게 규명한 ‘모택동, 일본군과 공모한 남자'(국내 출간명 ‘모택동 인민의 배신자’ /박상후 번역, 타임라인 출판)라는 저서도 냈다.

전 세계에 중공을 연구한 저명한 학자들이 많지만 엔도 박사는 자신의 체험도 있기 때문에 그 수준이 상당히 높다. 비극의 중국 근대사부터 현대 중공 정치의 메커니즘에 통달한 학자이다. 고령에도 끊임없이 미중 무역분쟁과 경제, 화폐전쟁 같은 시사문제를 추적하면서 강의, 저술 활동도 활발하다.

-박상후의 시사논평 프로그램 ‘문명개화’ 지면 중계

*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일부 표현은 원저자가 쓴 ‘중공’ 대신 중국, 중국 공산당으로 변경했다.

이 기사는 저자의 견해를 나타내며 에포크타임스의 편집 방향성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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