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기업, 손실 감안하더라도 ‘제로 차이나’ 추세 확산

김태영 인턴기자
2022년 11월 2일 오후 9:26 업데이트: 2022년 11월 2일 오후 9:26

미·중 분쟁 및 대만과의 지정학적 갈등 등 중국의 국제적 긴장이 점점 심해질 조짐이 보이자 일본 기업들 사이에서는 중국 내 생산거점을 일본이나 다른 국가로 이전하는 ‘제로 차이나(탈중국)’ 움직임이 점차 가속화하고 있다.

日 기업, 탈중국화 가속…혼다도 中 공급망 구조조정 준비

일본 데이코쿠 데이터뱅크 자료에 따르면 현재 중국 본토에 진출한 일본 기업은 지난 6월 기준 1만 2706개 사(社)로 최근 10년 새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코로나19 바이러스 팬데믹이 시작된 2020년(1만 3646개 사)과 비교하면 2년 새 940여 개의 일본 회사가 중국을 떠난 것이다.

자동차기업 혼다도 중국산 부품을 최소화하고자 공급망 재편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보도된 바에 따르면 올여름, 혼다는 중국산 부품을 최대한 적게 사용해 승용차와 오토바이를 제조할 방법을 모색하기 위해 대규모 공급망 구조조정 계획을 추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혼다의 글로벌 매출에서 중국은 30% 이상을 차지한다. 이 때문에 혼다가 당장 탈중국을 강행하는 것은 무리가 있지만 중국발 공급망 위기에 대비해 비상 대책을 마련하려는 것이라는 풀이가 나온다. 혼다는 중국 대신 동남아시아 등 다른 국가를 통해 부품을 조달하는 데 드는 비용 등을 추산하며 대책 마련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혼다 대변인은 언론에 “중국과 대만의 군사적 충돌 등 공급망 위기에 대처하기 위해 다양한 대책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혼다와 같은 일본 기업들의 탈중국 움직임은 일본 산업계 전반에 확산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일본의 대중국 경제의존도가 높은 만큼 점진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日, 대중국 경제 의존도 높아”…중국산 수입 중단 시 거액 손실

니혼게이자이 신문은 지난달 18일 “일본이 다른 국가에 비해 대중국 경제 의존도가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고 보도했다. 2020년 기준 일본 수입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26%에 달한다. 미국(19%)이나 독일(11%) 보다 중국에 대한 경제 의존도가 높다.

일본 와세다대학교 토도 야스유키 교수 등이 슈퍼컴퓨터를 사용해 추산한 결과에 따르면 각종 원자재와 부품을 포함해 중국산 제품 80%(약 13조 4700억 규모)를 일본이 2개월간 수입 중단할 경우 가전, 자동차, 수지, 의류, 식품 등 다양한 제품 생산에 차질을 빚어 약 53조 엔(약 510조 3800억 원)가량의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추산했다. 이는 일본 연간 국내총생산(GDP)의 약 10%에 해당하는 수치다.

또한 신문은 일본이 중국 제품을 수입하지 않을 경우 일본산 제품 가격도 대폭 인상될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일본 도쿄에 본사를 둔 공급망 조사업체 ‘아울즈컨설팅그룹’은 가전제품 및 자동차를 포함해 주요 80개 일본산 품목을 생산할 때 중국산 자재 수입을 중단하고 일본 국내 생산으로 전환하거나 중국 외 다른 국가에서 조달할 경우 연간 13조7000억 엔(약 131조 8700억 원)의 생산 비용이 추가로 지출될 것으로 추정했다. 이는 ‘일본 도쿄증권거래소 프라임 시장(최상위 우량기업 시장)’에 상장한 제조기업 순이익 총액의 70%에 해당하는 금액이라고 신문은 전했다.

글로벌 기업들도 중국발 리스크 우려…탈중국 분위기는 대세

이처럼 생산비용 상승과 순이익 하락이 예상됨에도 일본 기업 상당수가 이미 탈중국 대책 마련을 시급한 문제로 다루고 있다. 미·중 분쟁뿐만 아니라 대만 등 지정학적 갈등이 돌발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니혼게이자이 신문이 지난 9월 일본 경영인 100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응답자 96%가 “중국과 대만의 갈등 문제를 우려하고 있다”고 답했으며 82%는 대만해협 무력 충돌 등 유사시 비상 대응책이 있거나 검토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신문은 기업 주가가 중국의 국제적 이슈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도 일본 기업들이 탈중국에 속도를 내는 이유로 꼽았다. 시장조사업체 팩트셋이 전 세계 1만 3000여 개 기업을 대상으로 중국 내 매출 비중과 주가 추이를 비교한 결과 중국 비중이 50~75%에 달하는 기업의 주가는 2009년 대비 평균 10% 하락했다. 반면 중국 매출 비중이 25% 미만인 기업의 주가는 약 60% 상승해 극명한 대조를 보였다.

일본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기업들의 탈중국 분위기는 빠르게 퍼지고 있다. 최근 애플은 신제품인 아이폰14를 중국이 아닌 인도에서 생산했다. 애플 관계자는 2020년 1%였던 인도 생산 비중을 올해 최대 7%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