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피살 어업지도사, 월북으로 보기 어려워

자진 월북으로 단정했던 문재인 정부 결론 뒤짚어
최창근
2022년 06월 16일 오후 1:11 업데이트: 2022년 06월 16일 오후 1:11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은 6월 16일, 2020년 9월 발생한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 정보공개청구 원고 승소 판결 항소 취하를 발표했다.

국가안보실은 “2020년 9월 22일 서해 연평도 인근 북방한계선(NLL) 해상에서 실종 후 북한군에 의해 피살된 해양수산부 어업지도선 1등 항해사 이해준 씨 유족이 제기한 ‘정보공개 거부처분 취소소송’에 대한 항소를 오늘 취하할 예정이다.”라고 공식 발표했다. 국가안보실은 “이번 항소 취하 결정이 우리 국민이 북한군에게 피살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유족에게 사망 경위도 제대로 알리지 않은 채 정보를 제한하였던 과거의 부당한 조치를 시정하고, 국민의 알 권리를 충족시키는 데 조금이라도 기여하기를 기대한다.”밝혔다. 다만 “항소를 취하하더라도 관련 내용이 이미 대통령지정기록물로 이관되어 이전 정부 국가안보실에서 관리하던 해당 정보를 공개하는 것은 현재로서는 어려운 상황으로, 진실 규명을 포함하여 유가족 및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충분한 조치를 취할 수 없는 상황을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김태효 국가안보실 제1차장은 6월 16일 오전, 윤석열 대통령을 대신하여 유족이자 소송 당사자인 고인의 형과 통화해 국가안보실의 항소 취하 결정을 비롯해 관련 부처 검토 내용을 설명했다. 이를 두고 국가안보실은 “앞으로도 유가족이 바라는 고인의 명예 회복과 국민의 알 권리 실현을 위해 노력해 나갈 예정이다.”라고 밝혔다. 수사를 책임진 해양경찰청도 수사 및 정보공개 거부처분 취소 소송에 대한 브리핑을 할 예정이다.

국가안보실의 항소 취하로 인하여 1심 판결이 확정돼 이해준 씨 유족은 고인의 사망 경위 등을 비롯한 관련 정보를 열람할 수 있게 됐다. 서울행정법원은 2021년 11월, 유족이 당시 청와대와 해양경찰청 등을 상대로 낸 정보공개청구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하고, 군사기밀을 제외한 고인의 사망 경위 등 일부 정보를 열람할 수 있도록 했다. 이에 문재인 정부 청와대와 해양경찰청이 국가안보 등을 이유로 해당 판결에 대해 항소하면서 정보 공개가 이뤄지지 않았다.

2022년 5월 10일, 문재인 전 대통령 퇴임과 함께 사건 관련 자료 대부분은 최장 15년간 비공개되는 ‘대통령 기록물’로 지정됐다. 윤석열 대통령 취임 후 국가안보실은 최근까지 ‘국가의 중대한 이익을 해칠 우려가 없는 한도 안에서 최대한 정보를 신속하게 공개한다.’는 방침에 따라 공개할 수 있는 정보가 뭔지 법률·보안 검토를 진행해 왔다. 유족들은 당시 대통령 보고 및 정부 지시 등 일부라도 공개된다면 진상 규명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현재까지 알려진 정보를 취합하면 정부는 “2020년 피살된 고 이해준 어업지도사가 자진 월북(越北)을 시도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는 취지의 결론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당시 문재인 정부 청와대와 여당이던 더불어민주당이 이해준 씨가 자발적으로 월북을 시도한 정황이 있다고 밝힌 것과 상반된 내용이다.

이해준 씨는 2020년 9월 21일, 서해 최북단 소연평도 일대 해상에 있던 어업지도선에 타고 있다가 실종된 뒤 다음 날인 22일 NLL 일대 북측 해상에서 북한군에 의해 사살됐다. 북한군은 이해준 씨의 시신을 공개적으로 불태웠다. 이 사건을 두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대단히 미안하게 생각한다.”는 통지문을 보내기도 했다.

문재인 정부 당시 수사를 책임진 해양경찰청은 이해준 씨 사망 일주일 후 중간 수사 결과를 발표하며 “이씨가 월북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잠정 결론 냈다. 해양경찰청은 그 근거로 이 씨가 평소 채무 등으로 고통을 호소했고, 실종 당시 슬리퍼가 선상에 남겨져 있었다는 점 등을 제시했다.

다만 이씨 유족과 당시 야당이던 국민의힘을 중심으로 이해준 씨가 사고로 북측 해역으로 표류했을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했다. 국민의힘은 “문재인 정부가 대북 관계 때문에 진실을 은폐한다.”며 의혹을 제기했다. 윤석열 대통령도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 시절이던 2022년 1월, 이 씨 유가족들을 만나 “관련 자료를 모두 공개하고 북한에 의해 죽임을 당한 고인의 명예를 되찾아 드리겠다.”고 약속했다.

한편 해양경찰청은 이해준 씨 사건 수사 중지 결정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6월 16일 단독 사건 관할 인천해양경찰서는 “이 씨를 총격해 숨지게 한 북한군에 대한 살인죄 혐의 수사를 중지한다”는 ‘수사 결과 통지서’를 6월 16일 이씨 유족에 전달했다. 해경은 “이씨는 북한군의 총탄 사격을 당해 사망한 것으로 인정되나 피의자가 북한군인으로 인적사항이 특정되지 않고 북한의 협조 등을 기대할 수 없어 수사를 중지한다.”고 수사 결과 통지서에 명시했다. 국가안보실의 정보 공개 청구 소송 항소 취하는 해양경찰청의 재수사로 이어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