加 중공 침투 비상…정보기관, 의원들에 사상 첫 방첩 브리핑

하석원
2022년 1월 14일
업데이트: 2022년 1월 14일

캐나다 정보기관이 주요 정당의 모든 의원들에게 공산주의 중국(중공) 및 기타 적대국들의 침투작전에 주의할 것을 경고했다. 정보기관이 직접 의원들에게 경고한 것은 이번이 사상 처음이다.

캐나다보안정보국보국(CSIS)이 중공 정권과 그 영향력 아래 있는 기업가, 개인, 로비단체 등 대리인들이 관리들에게 은밀하게 접근해 정부의 결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고 글로브앤드메일이 지난 11일(현지시각) 보도했다.

CSIS 대변인은 정보국이 주요 정당 소속 상하 양원 의원들에게 침투 상황을 전달하고 외국의 영향과 개입을 경계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대변인은 구체적으로 어떤 의원들에게 상황을 전달했는지 밝히지 않았다. 그러나 신문은 익명을 요구한 고위 당국자의 말을 인용해 “정보국에 하원과 상원 의원 명단이 있다”며 “이들은 중공 정권이 캐나다에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해 어떻게 움직이는지 알아야 한다”고 보도했다.

마이클 청 캐나다 외교부 부장관은 이와 관련해 “정보국 관리들이 브리핑을 열고 의원들에게 영향을 미치는 파괴적이고 강제적인 외국 간섭 행위가 캐나다 영토 내에서 발생하고 있다고 경고했다”고 확인했다.

청 부장관은 “이 브리핑은 중국과 관련된 것이 맞는다”며 “정보국은 중국 정부가 대리인이나 전문 로비스트를 어떻게 이용하는지도 알려주며 주의를 요청했다”고 말했다.

또한 “외국 정부가 일부 영향을 시도한 적은 있지만, 이번 브리핑에서 정보국은 협박·전향회유·허위정보제공 등 불법적인 행위가 일어나고 있다고 말했다”며 “정보국이 직접 의원들에게 브리핑을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강조했다.

캐나다의 사회민주주의 계열 진보정당인 신민주당 제니 콴 의원 역시 정보국의 브리핑을 받았음을 시인했다. 콴 의원은 중공 정권의 홍콩 자유민주 탄압을 공개적으로 비판해 온 인물이다.

그녀는 “(중공이) 어떻게 개입하며, 어떤 문제가 생기는지 구체적인 사례를 전달받았다”며 “모든 의원이 다 알아야 할 유용한 정보였다”고 말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CSIS는 의원들에게 사소한 것이라도 수상한 움직임을 포착하면 즉각 제보해 줄 것을 요청하고 전담 요원의 연락처를 전달했다.

캐나다 국가안보·정보검토위원회는 지난 2019, 2020년 각각 1건의 보고서를 통해 외국의 간섭에 맞서 대응전략을 수립할 것을 정부에 촉구한 바 있다.

위원회는 중공과 러시아가 비밀정보 접근 권한이 있는 자유당과 보수당, 신민주당 소속 상하원 의원들을 겨냥해 공작을 벌이고 있다면서 “여당이나 야당 누구나 목표물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2019년 보고서에서는 실제 사례를 들어, 중공 등이 자신들의 이익을 증대하려 캐나다 관리와 정치인들에 대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위원회는 또한 중공 등이 직접 나서는 대신 개인, 기업가, 로비단체 등 대리인을 내세워 비난을 하거나 협박하고 약점을 캐려고 한다며 특히 중국계 캐나다인들이 자주 동원된다고 지적했다. 동시에 중공이 캐나다의 중국어 매체를 장악하려 시도하면서 캐나다의 언론 자유를 해치고 있다고 했다.

아울러 중공은 중국계 이민자들의 문화적 동질성을 악용해, 사회의 질서와 절차를 무시하도록 선동하고 중국어 언론을 조종해 정부 혹은 자신들의 활동을 저지하는 정치인들에 대한 비난여론을 조성한다. 대학 내에도 여론공작을 펼쳐, 중공에 대한 비판을 무마하고 친중 그룹을 조직한다고 밝혔다.

중국계 이민자와 자녀들, 특히 이들이 속한 지역 커뮤니티와 대학 캠퍼스·동아리는 중공의 주된 ‘통일전선공작’ 대상이다. 통일전선은 전선을 하나로 만든다는 전략의 하나로, 적 내부에 내통세력을 만들어 안팎에서 협공하는 전략도 포함된다.

캐나다 퀘벡주 몬트리올에 위치한 맥길대의 스펑 리(Sze-Fung Lee), 벤자민 펑 연구원은 이달 발표한 연구논문에서 작년 캐나다 대선기간, 적대국가의 외국 행위자들이 어떤 식으로 선거에 개입해 보수당 후보들을 음해하는 거짓 정보를 퍼뜨렸는지 분석했다.

이에 따르면 중국인 단체와 대학 동아리에는 중공 외교부 관계자나 본토에서 보낸 중국 공산당 통일전선공작부 요원 혹은 그 대리인들이 침투한 것으로 드러났다.

중공이 중국계 이민자들을 포섭해 캐나다 흔들기를 시도하고 있지만, 이러한 공작을 추적하고 밝혀내는 작업에 ‘중국을 잘 아는’ 중국계 캐나다인들이 일조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이들에 따르면, 중공의 침투는 여야를 가리지 않지만, 음해공작은 대부분 보수성향 정치인들에 집중된다. 국가의 기존 질서를 수호하려는 보수주의 특성상, 중공에 대항하기 때문이다.

더 심각한 것은 시의회나 주의회 등 대중의 관심에서 먼 곳에서도 중공에 선동된 ‘시민단체’들이 이른바 ‘낙선운동’을 벌인다는 사실이다.

지난 2021년 9월 캐나다 연방하원 선거에 보수당 소속 케니 츄(중국명 趙錦榮) 의원이 브리티시컬럼비아주 선거구 후보로 재선에 도전했다가 낙선한 것이 실제 사례 중 하나다.

중국계인 츄 의원은 선거 전 외국 정부 혹은 외국 정부가 통제하는 기업 직원이 캐나다 선거 출마 시 반드시 정부에 외국 정부와의 관계를 신고하도록 한 법안(C-282호 법안)을 발의했다.

케니 츄 의원 | 의회 방송 캡처

중국계이지만, 중공의 침투와 부당한 영향력 행사를 깊게 이해하고 있었던 츄 의원은 캐나다의 자유민주와 중국계 이민자들의 건전한 발전을 위해 투명한 선거제도를 정착시키려는 취지로 법안을 마련했다.

그러나 중국어 SNS인 웨이보를 통해 ‘캐나다의 중국인 커뮤니티를 억압하는 법안이 발의됐다’며 흑색선전이 쏟아졌고, 현지 중국어 매체를 통해 허위·왜곡 보도가 확산됐다.

중국인들은 해외로 이민한 후에도 웨이보, 중국어 매체로만 정보를 탐색하는 성향을 보인다. 이런 매체는 절대다수가 중공의 검열과 영향력 아래 놓여 있다.

중국계 유권자가 절반을 차지한 해당 지역 선거구에서 츄 위원은 낙선했다. 보수당은 웨이보와 중국어 매체가 퍼뜨린 가짜뉴스를 패배의 원인으로 보고 있다.

이러한 사례를 든 스제펑 리, 벤자민 펑 연구원은 “외국의 영향을 추적하는 공공기관을 설립해, 유사한 허위정보가 반복적으로 확산되는 것을 차단해야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제안했다.

실제로 미국은 외국대리인등록법(FARA)를 통해, 외국 로비스트 활동을 강력하게 규제하고 있다. 로비활동이 불법은 아니지만, 외국 정부의 이익을 대변할 경우 명확히 밝혀야 한다는 것이다.

최근 수년간 중공 스파이의 암약이 논란이 됐던 호주는 한 걸음 더 나아가 2018년 ‘내정간섭 금지법’을 제정하고 ‘반(反)내정간섭 조정관’을 임명해 외세의 간섭에 적극적으로 대처하고 있다. 주된 대상은 호주와 극렬한 마찰을 빚고 있는 중공이다.

중공의 외국 침투는 정치에만 그치지 않는다.

CSIS는 지난 2019년 하원에 제출한 ‘2018 경제 스파이 실태 보고서’에서 외국 정보기관들의 캐나다 내 경제 스파이 행위가 눈에 띄게 증가 중이라고 경고했다. 이 보고서는 특정 국가명을 밝혀 적지는 않았으나, 중국을 겨냥한 것으로 풀이됐다.

CSIS는 중공의 침투와 스파이 행위를 지속적으로 감시하며 정부와 정치권에 경고하고 있다. 이 기관은 작년 7월에도 보고서를 내고 “외국 국가 행위자들이 캐나다 정치인, 관리들로부터 정보를 입수하기 위해 은밀한 관계 구축을 시도하고 있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 때문에 캐나다에서는 조속히 전담기구를 설립하고 관련법을 제정해 적대적 외세, 특히 중공의 침투에 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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