佛 공영 방송 “중국 공산당, 프랑스에 전방위로 침투”

이윤정
2021년 3월 29일
업데이트: 2021년 3월 30일

프랑스 공영방송이 “중국 공산당(중공)이 프랑스의 문화·정치·기술 등 다방면에 침투하고 있다”고 폭로했다.

프랑스 공영 방송인 프랑스 텔레비지옹의 프랑스 2채널은 지난달 25일 ‘중국의 대공세’ 프로그램에서 이같이 밝혔다.

프로그램은 1시간이 넘는 심층 보도를 통해 “베이징의 우선 목표는 프랑스 정복”이라며 “프랑스와의 협력도 유럽에 영향을 미치기 위함”이라고 평했다.

중공, 프랑스 정계에 침투

방송은 파리의 한 호텔에서 열린 ‘프랑스 화교클럽’ 모임을 조명하며 “중공은 오랫동안 프랑스 권력층의 활동방식을 파악해 왔고 현재 프랑스 정계의 지지를 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연회장에는 중국 및 프랑스의 정·재계 엘리트 200여 명이 모인 가운데 미셸 알리오 마리 전 국방장관, 필리프 두스트 블라지 전 보건장관, 버나드 스쿼시니 전 정보부 장관 등 프랑스 정계의 중진도 다수 참석했다.

‘프랑스 화교클럽’은 2012년 프랑스인 해럴드 패리소트가 창단했다. 

매월 한 차례 프랑스 정계의 유명 인사, 대재벌 그룹 총수, 중국 출신 사업가 및 외교관을 초청해 파리의 고급 호텔에서 연회를 열고 양국 간 비즈니스 교류를 추진한다. 

클럽 명단에는 니콜라 사르코지 전 프랑스 대통령과 모나코 왕자도 포함돼 있고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취임 전부터 참석했다.

프랑스 2채널은 친중 인사인 장 피에르 라파랭 프랑스 전 총리를 지목해 그가 중국·프랑스 간 무역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라파랭은 인터뷰에서 “프랑스 중소·대기업 수천 개의 중국 진출을 도왔다”고 말한 적이 있다. 

라파랭은 또 “14억 중국인에게는 중공의 강권 통치가 필요하다”며 시진핑에 대한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그는 중국과 프랑스의 외교에서 원칙도 중요하지만 이익을 보호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주장했으며, 2019년에는 시진핑으로부터 우의 훈장을 받았다.

라파랭은 프랑스 화교클럽의 단골손님일 뿐 아니라 중공의 프랑스어 관영매체인 ‘그랑 앙글 쉬르랑쉰(Grand angle sur la Chine)’의 진행자로서 중공의 대외 선전을 이끌고 있다.

그러나 2018년 프랑스 정보부가 그를 소환한 이유가 중공과의 밀접한 관계 때문인지를 묻는 프랑스 2채널 기자의 질문에 라파랭은 얼굴을 붉히며 부인했다.

라파엘 글럭스만 프랑스 유럽의회의원은 “프랑스 총리를 지낸 사람이 전 세계를 다니며 중공의 이익을 위해 봉사하면서 프랑스의 이익에 맞서는 행동을 해서는 안 된다”며 비난했다.

주중 대사(2017~2019년)를 지낸 장 모리스 리페르는 한 인터뷰에서 중국을 사랑하는 프랑스인을 ‘프랑스 판다’라고 부르며 “우리는 중국 문화와 역사에 대한 애정으로 중국의 발전을 지지했지만, 중공의 끔찍한 독재는 받아들이지 말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화웨이가 프랑스에서 성장할 수 있었던 이유

서방의 많은 국가가 중국 IT 대기업 화웨이를 보이콧하는 가운데 화웨이가 프랑스에서 성장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프랑스 2채널은 “장루이 보를로 전 경제·재정산업부 장관과 장마리 르구엔 전 국무비서관 같은 프랑스 정치인들의 지지가 크게 작용했다”고 보도했다. 두 사람은 지난해 9월 프랑스 화웨이 이사회 임원이 됐다.

프랑스 경제학자인 스테판 뒤브류는 “화웨이는 프랑스 정계 운영을 가장 잘 아는 중국 기업으로, 이용 가능한 모든 권력을 압박 카드로 활용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화웨이는 프랑스에서 가장 권위 있는 홍보회사를 고용해 프랑스 의원 및 지역 시장들과 접촉하고 그들과의 면담을 통해 각급 정부가 화웨이의 발전에 이바지하게끔 한다”고 덧붙였다.

화웨이는 또 거금을 들여 프랑스 정부 부서의 컨설턴트를 영입하고 있다.

익명의 한 컨설턴트는 “월 급여 8500유로(약 1150만 원)에 화웨이에 고용됐다”고 밝히면서 자신의 임무는 화웨이에 대한 저항을 없애고 ‘마크롱 대통령과의 만남’을 성사시키는 것이라고 했다. 

프랑스 2채널은 프랑스 TV에 출연해 화웨이 배후에 중공 당국이 있다고 밝힌 프랑스 학자 두 명이 화웨이로부터 고소당한 사건을 거론했다.

중국과 동남아시아의 지정학적 문제를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프랑스 정치학자 발레리 니케는 2년 전 프랑스 TV에 출연해 다른 중국 국영기업들과 마찬가지로 화웨이의 운영 방식도 중공과 관련이 있다는 연구 분석을 내놨다가 화웨이에 고소당했다. 프랑스 2채널은 그녀가 그 후 ‘화웨이’ 두 글자도 감히 꺼내지 못한다고 전했다.

앞서 언급한 스테판 뒤브류도 니케와 같은 이유로 기소돼 재판 중이다. 

프랑스 언론은 이 사건과 관련해 6개월 동안 끊임없이 화웨이와 임원인 르구엔에게 연락을 취했으나 지금까지도 취재를 거부하고 있다.

아르노 몽트부르 프랑스 전 경제부장관은 중국 선전(深圳)에 초청돼 화웨이 본사를 방문하고 런정페이 화웨이 회장을 만난 적이 있다고 밝혔다. 

그는 “화웨이 본사에 들어서자마자 런회장이 화웨이 빌딩 밖에 세운 백악관 스타일의 빌딩이 눈에 들어왔다”며 “그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 중 하나는 그들이 전 세계를 통제하려 한다는 것이었다”라고 회상했다.

그는 또 “프랑스는 향후 10년 동안 5G 기술 개발에 500억 유로(약 67조 1155억 원)를 투자할 것”이라고 밝히며 “중공은 전 세계 통신을 장악하려 하지만 프랑스에서 그렇게 하도록 놔둘 순 없다”라고 강조했다.

프랑스 유럽의회 의원인 라파엘 글럭스만은 “지난해 12월 축구 스타 앙투안 그리즈만에게 화웨이가 위구르족 감시에 참여한 것을 설명하고 화웨이 광고를 중단할 것을 호소해 그리즈만의 긍정적인 반응을 끌어냈다”고 프랑스 2채널에 전했다.

프랑스 축구 스타 앙투안 그리즈만이 화웨이와의 협력을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 AFP

프랑스 헌법위원회는 지난달 5일 국방과 국가안보 수호를 이유로 ‘반(反) 화웨이’법을 통과시켰다고 발표했다.

문화적 침투

이날 방송에서 브르타뉴 렌에 위치한 한 공자학원이 보도됐다. 이곳은 프랑스에 세워진 첫 공자학원이며 설립 12년째를 맞았다. 현재 프랑스 전역에는 모두 17개의 공자학원이 있다. 

방송은 “공자학원은 베이징 모델에 따라 운영되며 티베트, 대만, 톈안먼 사건 같은 민감한 의제에 대해서는 논할 수 없다. 이에 대해 중국 측 책임자는 외신과의 인터뷰를 거절하고 있으며 도서관의 간행물들도 모두 중공의 선전을 위해 엄선된 잡지들”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10월 프랑스 인권협회는 서북부 도시 루앙에서 프랑스에 있는 모든 공자학원의 폐쇄를 촉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당시 프랑스 2채널은 또 “낭트시는 베이징과 칭기즈칸 전시회를 준비하던 중 베이징의 검열을 받은 후 합작을 거부해 전시회가 취소됐다”고 전했다.

프랑스 정보기관, 중공의 침투 방식 조사

2019년 7월 프랑스 언론 조사에 따르면 중공은 막대한 자금을 투자해 서방국가에 침투하고 있다.

프랑스 2채널은 이번 보도에서 할리우드 영화에 대한 중공의 침투도 폭로하며 할리우드 영화사들은 중국 시장 진출을 위해 어쩔 수 없이 중공의 검열을 따라야 한다고 전했다. 

덧붙여 WHO와 같은 국제기구에 대한 침투도 거론하며 테드로스 아드하놈 게브레예수스 WHO 사무총장은 중공 바이러스에 대한 조사 과정에서 중공을 위해 상황을 은폐했다고 보도했다.

유럽연합(EU)은 중공과 밀접한 관계에 있는 유럽의 일부 정계 인사들에 대해 우려를 표명하며 이들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 

프랑스 정보기관인 국내안보국(DGSI)도 프랑스 내 다양한 분야에서의 중공 활동에 대한 조사를 벌이고 있다.  

2018년 DGSI가 발표한 비밀 문건을 입수한 프랑스 2채널은 “프랑스 과학연구 부서가 중국으로부터의 심각한 절도 위협에 직면해 있다”고 경고했다. 아울러 중국 출신 연구원들은 자의든 압력에 의해서든 베이징을 위해 과학연구 정보를 빼내겠다는 약속을 한다고 했다.

이 문서는 베이징이 프랑스 서부의 브르타뉴 지역을 주요 목표로 삼고 있다고 지적했다.

브르타뉴에는 프랑스의 국방·통신 및 해양생물연구센터가 있다. 베이징은 브르타뉴의 국립해양개발연구소에 특히 관심을 가지고 있으며 향후 남중국해 개발을 위해 그들의 연구 성과를 빼내려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2019년 3월 26일 중국 공산당 시진핑 총서기가 프랑스를 방문해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메르켈 독일 총리와 파리 엘리제 궁전에서 만났다. | dovic MARIN/AF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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