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호주 정계침투‧내정간섭 내막(하)

2017년 9월 26일 업데이트: 2019년 11월 8일

호주 前무역·투자 장관, 중국 기업 고문 지내

중국 당국은 자국 기업을 통해 호주에 대한 침투 공작을 벌여왔다. 특히 호주 정부의 퇴직 관리들을 기업 고문으로 위촉하는 등 그 수법을 교묘하게 발전시켰다.

호주 ABC방송의 보도에 따르면 앤드루 롭(Adrew Robb) 전 무역·투자 장관은 약 5억 호주 달러(약 4307억 원)를 투자해 다윈항을 99년 간 임대한 중국 기업 ‘란차오(Landbridge)’그룹의 회장 예청(葉成)과 가까운 관계로 밝혀졌다. 롭 전 장관이 재임 시절 중국-호주 간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을 진행하면서 인민 해방군 출신인 예청과 접촉한 정황이 드러났다. 중국의 ‘민간기업’인 란차오 그룹은 중공군과 밀접한 연관을 맺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보도에 따르면 지난해 호주 총선 직전 롭 전 장관은 장관직을 사임했다. 그러나 그 직후인 7월 1일 란차오 그룹의 직원 임금 명단에 그의 이름이 등장했다. 그는 매달 7만 3000호주 달러(약 6300만 원)를 월급으로 받아왔다.

또 2014년 중국-호주 FTA가 체결됐을 때 중국계 부호 황샹모가 롭 전 장관에게 10만 호주 달러(약 8600만 원)를 정치 헌금으로 주었다.

前시드니 주재 중국 총영사관 1등 서기관이었던 천융린 씨는 “롭 전 장관과 관련한 비판의 핵심은 지난해 장관직을 사퇴한 뒤 린차오 그룹의 경제 고문으로 위촉돼 연봉 88만 호주 달러(약 7억 6천만 원)를 받았다는 것이다. 이는 호주 내각의 기밀 유지 원칙에 명백히 위배되는 행위이다”라고 지적했다.

특히 중국-호주 FTA는 무역 장벽이 무너졌다는 점에서 얼핏 호주가 득을 본 협상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를 위해 호주가 국가 안보와 국내 정치적 측면에서 중국에 많이 양보했다는 사실을 감안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다윈항 계약 건이나 중국 국부 펀드의 호주 농축업에 대한 막대한 투자가 그런 경우이다. 또한 양국 간 사법 제도가 전혀 다름에도 불구하고 호주 정부는 ‘호주·중국 범죄인 인도협정’에 대한 의회 승인안을 밀어붙였다.

중국-호주 FTA로 이익 얻는 중국 내 고소득 기득권층

한편 중국에서 호주와의 FTA 체결로 가장 큰 수혜를 본 계층이 고소득 기득권층으로 나타났다. 이로 인한 피해는 중국 농민과 축산민들이 고스란히 떠안게 됐다.

“현 전국인민대표대회 외사위원회 주임인 푸잉(傅瑩)은 주중 호주대사 재임 시절인 2005년 중국 지도부에 자유무역협정에 대해 ‘중국의 경제적 손실은 크지만 정치적, 전략적인 면에서 큰 성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의견서를 제출한 바 있다. 이 때문에 중국 당국이 중국-호주 FTA 협상을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예상되는 경제적 손실이 너무 많아 후진타오 정권에서는 좀처럼 체결에 나서지 않았다. 시진핑 체제에 들어서 호주 정부가 정치적 부분에서 양보하자, ‘정치적 이익은 경제적 이익보다 중요하다’는 공산당의 원칙에 따라 중국은 겨우 체결하기로 결정했다”고 천융린 씨는 중국-호주 FTA 체결을 둘러싼 당국의 의도를 설명했다.

호주정부, ‘범죄인 인도 조약’ 의회 승인안 철회

호주 연방 의회 의사당 | JJ Harrison

올해 3월 28일 호주의 줄리 비숍(Julie Bishop) 외무장관은 중국 당국과 체결한 ‘범죄인 인도 조약’에 대한 의회 승인안을 철회한다고 발표했다. 이 조약은 2007년 하워드 보수 연합 정권이 중국과 체결했지만 중국 사법 제도에 대한 우려 때문에 호주 의회에서는 승인되지 않았다.

천 씨는 “이 협정 자체가 중국 당국이 호주 정부의 정책 운영에 대한 방해”라고 말했다.

“3월 22~26일 호주를 방문한 리커창 총리에게 호주 정부는 이 조약을 의회에 승인시키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상당수 의원과 법조계 전문가, 학술계 인사들이 반대 의견을 제시하며 격렬하게 반발했다. 의견 대부분은 중국 사법제도가 공정성을 보장 받기 어려운 체계이며, 중국 당국이 이 조약을 이용해 자신들의 목적을 이루려는 것 아니냐는 것이었다.”

“2007년 4월 하순 멍젠주(孟建柱) 중국 공산당 중앙 정치국 위원이 호주를 방문했을 때 호주 정부는 호주산 쇠고기 관세 인하를 앞당기는 것을 전제로 이 조약을 체결했다. FTA와 마찬가지로 중국에게 중요한 것은 경제 이익보다 이 조약의 정치적 이용이었다. ‘범죄인 인도 조약’은 호주 내 중국인, 특히 기업인들에게 유리한 내용을 담고 있다”고 천 씨는 분석했다.

전 현직 외무장관도 중국 당국과 연관?

이번 호주 ABC방송의 보도는 호주 국민들 사이에서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의회에서도 여권의 보수 연합과 최대 야당인 노동당이 이 일을 두고 연일 상대 당을 비판했다. 특히 호주 현 외무장관(보수연합에 참여하는 자유당 출신) 줄리 비숍이 자유당 최대 정치 후원자인 중국계 여성 부호 저우사(鄒莎)가 설립한 ‘줄리 비숍 영예기금(Julie Bishop Glorious Foundation)’과 관련, 그 연결고리를 두고 추궁 당했다.

광업(礦業)계의 여성 거부 저우사는 호주에서 네 개 광산을 개발하고 지난 3월 21일에는 중국황금(中國黃金)그룹과 1000억 달러 상당의 투자 협약을 체결했다. 현지 언론 ‘오스트레일리안(The Australian)’에 따르면 저우사는 2015년에서 2016년 사이에 자유당에게 46만 호주달러(약 4억 원)를 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비숍 장관은 그녀와 몇 차례 만남을 가졌으나 기금에 대해서는 모르는 일이라고 밝혔다.

또 호주 전 외무장관인 밥 카(Bob Carr)는 중국계 부호 황샹모, 저우쩌룽과의 관계에 대해 호주 언론의 추궁을 받았다.

황씨는 시드니공과대학(UTS)의 ‘호중관계연구소(澳中關系研究所.ACRI)’ 설립에 180만 호주 달러(약 16억 원)를 기부한 바 있었다. 그리고 자신이 연구소 회장을 맡은 뒤 카 전 장관에게 연구소 소장을 맡겼다. 이 사실이 호주 언론에 폭로된 후 황씨는 여론의 압박으로 회장직을 사퇴했다. 카 전 장관은 여전히 이 연구소 소장을 맡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저우쩌룽과의 관계는 카 전 장관이 뉴사우스웨일스 주 총리였던 당시부터 시작됐다. 2004년 저우가 호주에서 중국 관영 미디어와 함께 중국어 신문 ‘신쾌보(新快報)’를 설립했을 때 카 전 장관이 힘을 보탰던 것이다. 그는 당시 저우의 딸을 주정부의 소수주민정책 고문으로 임명했다.

천융린 씨는 “현재 호주 정부 내 많은 정책 결정자들이 중국 당국의 영향을 받고 있다. 당국의 호주 정치권에 대한 침투가 매우 심각하다”고 말했다.

호주 정부, 외국인 정치헌금 제한할 것

중국 당국이 기업인들의 정치헌금을 통해 호주에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것 대해 6월 초 호주 정부 내에서 간첩 관련법을 개정하여 외국인의 정치헌금을 금지하자는 목소리가 나왔다.

그러나 천 씨는, 중국 당국의 금전 외교·금전 침투 공작으로 호주의 여야 내부가 계속 혼란스러울 것이며 호주의 민주 제도는 중국 자본의 막대한 공세 끝에 쇠퇴해 나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많은 호주 국민이 여야가 중국과 유착하고 있는지 꿈에도 몰랐을 것이다. 이번에 호주 언론이 대대적으로 중국의 침투 공작을 보도하면서 호주 국민은 지금까지 없던 경계 의식을 갖게 됐다는 점은 희망적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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