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캐나다發 택배로 베이징 오미크론 상륙”…또 외국 탓

류정엽 객원기자
2022년 01월 19일 오전 9:27 업데이트: 2022년 01월 19일 오전 11:01

中 “7일 캐나다서 발송한 택배, 11일 받아 감염돼”
감염병 전문가 “종이 표면 생존기간은 3일…불가능”
전 주중 캐나다 대사 “제로 코로나 안 되니 외국 핑계”

동계올림픽을 코앞에 두고 중공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오미크론 감염자가 나와 비상이 걸린 베이징 당국이 감염경로로 ‘캐나다발(發) 국제우편물’을 지목했다.

서방 전문가들은 과학적 근거가 희박한 정치적 주장이라고 반박했다.

베이징 질병통제국은 17일 기자회견을 열고 “15일 베이징에서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 지역감염 사례가 보고됐다”며 “감염자가 11일 해외에서 온 우편물과 접촉했다”고 주장했다.

당국은 해당 우편물(택배)이 지난 7일 캐나다에서 발송됐으며 10일 베이징 공항에 도착, 11일 소독 작업 후 택배업체를 거쳐 감염자에게 전달됐다고 밝혔다.

또한 이 감염자에게서 채집한 오미크론을 분석한 결과, 유전자 염기서열이 지난해 12월 북미와 싱가포르에서 발견된 변이와 유사하다는 설명도 곁들였다.

이후 우편물 샘플 22개를 대상으로 핵산검사를 시행해 포장 표면 2곳, 내부 표면 2곳, 문서 내 종이 8곳에서 양성 반응이 나왔고 “모두 오미크론으로 확인됐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국제우편물이 원인”이라고 직접 비판하지는 않았다. 베이징 질병통제국 팡싱훠(龐星火) 부국장은 “국제우편물에 의한 감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우회적으로 발언했다.

아울러 해외 물품 구매 자제도 요청했다. 베이징시는 “부득이하게 구매했을 경우 알콜을 사용해 포장을 소독하고 손을 씻을 것”을 당부했다.

전문가·분석가 “과학적이지 못한 정치적 주장”

감염병 전문가들은 중국의 주장을 일축했다.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호주 퀸즐랜드대학 바이러스 전문가 이안 맥캐이 교수는 “감염은 대부분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이뤄진다”며 “(이번) 소포 사건은 과학적이라기보다는 정치적”이라고 말했다.

토론토대학 소아과 감염과 안나 바네르지 교수는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는 전 세계로 배송된 소포에서 절대로 살아남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배송기간과 온도변화 등을 고려하면 택배상자 표면에서 생존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는 바이러스 생존 실험에서도 입증됐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연구에 따르면 중공 바이러스는 유리, 플라스틱, 스테인리스 등의 표면에서는 평균 3일 안에 99% 사라져 바이러스 전파가 거의 일어나지 않는다. 표면 접촉을 통한 감염 확률도 1만분의 1로 매우 낮다.

의학학술지 란셋(The Lancet)에 2020년 4월 게재된 연구보고서에도 ‘중공 바이러스는 종이에서 3시간 이상 지나면 전염성을 상실했다’고 밝혀져 있다.

캐나다 정부와 정치권 역시 중공이 잘못된 주장을 펼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장 이브 뒤클로 캐나다 보건부 장관은 “(중공의 주장은) 우리가 국내외적으로 하고 있는 일과 일치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캐나다 외교관 출신인 콜린 로버트슨 캐나다 국제문제연구소 연구원 역시 비슷한 견해를 밝혔다. 그는 CBC뉴스에 “중국(중공)이 베이징 동계올림픽 기간의 코로나19 방역을 위한 구실을 마련하고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캐나다 보수당 에린 오툴 대표는 “이런 이야기는 코로나 팬데믹에 대한 중국 일부 뉴스와 보도는 신뢰할 수 없음을 보여준다”고 일침했다.

‘코로나19 기원설 데자뷰’ 중공 반응

베이징 당국의 국제우편 오미크론 유입설은 앞서 코로나19 기원에 관한 논쟁을 떠올리게 한다.

중공은 코로나19가 우한 연구소에서 유출됐을 가능성이 제기되자 이탈리아 유입설, 미군이 퍼뜨렸다는 미군 음모론 등을 주장하며 책임 회피를 시도했다.

이번에는 캐나다에 책임을 떠넘기는 모습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15일 베이징 오미크론 감염 발생 발표 이후 이날까지 이틀간 확진자의 감염경로는 ‘오리무중’이었다.

당국은 이 확진자가 발병 전 2주간 베이징을 벗어나지 않았고, 다른 코로나19 확진자와 밀접 접촉한 적도 없었다고 했다.

베이징으로 출퇴근하는 직장인들도 있는 톈진에서는 오미크론 감염이 확산되고 있었다.

이에 중공은 톈진 일부를 봉쇄하고 베이징 유입을 차단하며 적어도 베이징에서만큼은 ‘제로 코로나’를 유지하려 했다.

베이징 감염이 톈진 등 중국 내 다른 지역에서 유입된 것으로 확인될 경우 가혹한 봉쇄조치, 수차례의 주민 검수조사를 반복한 중공의 방역 정당성에 치명적 타격이 불가피하다.

중공의 속성을 깊게 이해하고 있는 전 주중 캐나다 대사 가이 자크는 CBC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캐나다발 국제우편물에서 오미크론이 유입됐다는 중공의 주장에 대해 “사실인지 조사할 방법이 없다”고 지적했다.

자크 전 대사는 “중국(중공)이 바이러스 제로 정책에 더 많은 어려움을 겪게 되면 그 탓을 외국으로 돌릴 것”이라고 말했다.

코로나19 실상을 은폐해 전 세계에 막대한 피해를 끼친 그 후에도 중공은 전혀 달라지지 않은 모습으로 또 한 번 실망감을 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