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청년들도 ‘도전’ 대신 ‘안정’…공무원 시험 경쟁률 급증

박민주
2021년 11월 28일
업데이트: 2021년 11월 28일

중국에서도 젊은이들이 공무원 시험장으로 몰리고 있다.

올해 시험에서 이번에 가장 경쟁률이 높았던 곳은 티베트 자치구의 아리(阿里) 지구 우정관리국으로 무려 2만813대 1을 기록했다.

아리 지구는 세계의 지붕이라 불리는 고장으로 해발 4000m 이상의 고지대다. 티베트 자치구에서도 가장 서쪽에 위치한 곳으로 베이징에서 직선거리로 3300km 이상 떨어진 곳이다.

티베트의 우체국에서 일하기를 희망하는 지원자가 이렇게 많았다. 경쟁률만 높은 게 아니라 경쟁자들도 만만치 않았다. 중국 최고 명문대학인 칭화대, 베이징대 졸업생들도 공무원 시험에 대거 몰려들었다.

중국 국가공무원국에 따르면 202만명이 2022년 국가직 공무원 시험인 궈카오(國考)에 응시했다. 이 수치는 전년 대비 54만 7천명이 증가한 수치로 궈카오 사상 최다 기록을 세웠다.

명문대 출신들도 공무원이 되려고 줄을 섰다. 베이징대 취업 보고서에 따르면 2019년 졸업생 2822명 중 4분의 3이 공무원이 됐다. 국가직 공무원 시험에 떨어지면 성(省)급직 공무원 시험인 성카오(省考)에 응시한다.

어디든 붙기만 하자는 심정으로 여러 지역 성카오를 전전한 이들도 많았다. 과거 저장성 구직자들 사이에서는 ‘샤하이'(下海·바다를 통해 외국으로 나감)라는 말이 유행했는데 이제는 ‘샹안(上岸·뭍에 오른다)’는 말이 떠돈다고 한다.

샤하이는 비유적으로 땅에서 바다로 향한다는 의미에서 안정된 공직을 그만두고 도전이 가득한 사업을 시작한다는 의미도 된다. 반면 샹안은 땅(중국내)에서 일자리를 찾는다는 표현이다. 안정을 추구한다는 의미에서 공무원 합격도 뜻한다.

중국 국가 공무원 시험장 전경 | 연합

저장성 사람은 과거 이재(理財)에 능하다고 해서 차이미(財迷·구두쇠)로도 불렸는데, 이제는 공무원을 하고 싶어 안달하는 시대가 됐다. 저장성의 공무원 시험 응시자는 6년 전보다 3배가 늘어 전통적으로 공무원을 선호하는 산둥성보다 많았다. 저장성에서 가장 경쟁률이 높은 공무원직은 타이저우(台州)시의 장례식장으로 무려 973대 1을 기록했다.

공산주의 중국에서는 공무원이 되는 지름길로 쉬안댜오셩(生·선택받은 학생)이라는 제도가 있다. 각 지역 당 조직 위원회가 성적이 좋고 품행이 단정한 대학생을 미리 선발해 간부급 공무원으로 배양하는 제도다.

쉬안댜오셩에 선발되면 기층조직에서 2년간 근무한다. 중국 공산당은 크게 중앙, 지방, 기층의 3단 피라미드 구조로 구성된다.

풀뿌리 조직에 해당하는 기층 조직은 공산당의 말단에 해당하며 정부 기관, 지방기관, 기업, 사회단체, 군대, 병원, 시골 마을 등 사회 곳곳에 뻗어 있다.

쉬안댜오셩 선발자들은 주로 ‘985 공정 중점대학교’ 출신들이다. 985 공정은 세계 선진 수준의 대학을 양성하자는 프로젝트로 1998년 5월 4일 장쩌민 당시 중국 공산당(중공) 총서기가 베이징대 설립 100주년을 맞아 제시했다. 98년 5월에 낸 아이디어라고 해서 985 공정이라고 불린다.

985 공정 중점대학은 당초 베이징, 칭화, 중국과학기술대, 푸단대, 상하이교통대 등 모두 9곳이었는데 지금은 39개 대학으로 늘어났다.

올해 허베이성 쉬안댜오셩의 경우 칭화대, 베이징대 출신이 압도적이었다. 명문으로 불리는 푸단대마저 명함조차 내밀지 못했다. 최상위권 대학인 칭화대, 베이징대를 제외한 다른 985공정 중점대학 출신은 올해 공무원 시험에서 거의 전멸했다.

2021년 관련 자료에 따르면 베이징대 출신 쉬안댜오셩은 전년 대비 60%, 칭화대는 100% 증가했다. 베이징대 800명, 칭화대 500명으로 총 1300명이 재학 중에 선발돼 중공이 보장하는 안정된 직장을 한 자리씩 차지하게 됐다.

신화통신은 2010년 이래 2200명의 베이징대 출신 쉬안댜오성이 조국 각지에서 근무하게 됐다며 분위기를 띄웠다. 올해 선발자(800명)를 제외하면 과거 10년간 1400명이었다는 것인데, 올해 공무원 희망자가 얼마나 많았는지 가늠케 한다.

다시 말해 과거에는 공무원이 그다지 인기가 없었지만, 현재는 쉬안댜오셩 인기가 엄청나다는 것이다.

29일 중국 후베이(湖北)성 성도 우한(武漢)의 한 대학교 정문에 공무원 시험에 응시하려는 수험생들이 문이 열리길 기다리고 있다. | 로이터/연합

중국 대학생들의 취업 트렌드는 시대에 따라 변천을 거듭했다. 80~90년대에는 사회 수요에 따라 분배됐다. 2000년대 들어 변화가 생겼다. 2001년 베이징대, 칭화대 출신들은 글로벌 500대 기업을 선호했고, 2008년에는 금융계통을 선호됐다.

IT기업이 두각을 나타내면서부터는 화웨이, 알리바바, 텐센트가 최고의 선택이었다. 지난 20년 가까이 공무원은 다수 구직자의 눈에 들어오지도 않았다.

공무원 시험 열기는 사업 환경이 우수하고 예부터 상업, 비즈니스를 선호하는 저장성에서도 두드러진다. “저장성 사람들은 마룻바닥에서 자더라도 사장이 돼야 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사업하는 것을 좋아했지만 이제는 공무원이 꿈이 됐다.

이제 저장성에서는 “국가직 공무원이 되면 월급을 못 받아도 좋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월급이 안 나올 리는 없겠지만 안정된 직장이 최고라는 인식을 반영하고 있다.

같은 국가직 공무원인 교사도 선호 직종이다. 광둥성의 선전 중학에서 올해 이과계열 교사 17명을 모집했는데 16명이 칭화대, 베이징대 출신이었다. 박사 학위 소지자도 있었다고 한다.

이 학교는 작년에도 66명의 교사를 채용했는데 이 중 27명이 박사였다. 베이징대, 칭화대 출신은 물론이고 홍콩대, 영국 케임브리지대 박사도 있었다.

* 이 기사는 ‘문명개화‘ 진행자 박상후가 기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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