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주재 외교관까지 옥죄는 中공산당…“공관 평면도 내놔라”

김태영 인턴기자
2022년 10월 8일 오후 6:17 업데이트: 2022년 10월 9일 오전 4:54

중국 당국이 홍콩 주재 외국 외교관들에게 공관의 건물 평면도와 임대계약서 등을 제출할 것을 요구해 논란이 일고 있다. 외교계에서는 중국이 이렇게 수집한 정보를 도청 등의 공작 활동에 이용하려는 게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외교계, 외국 외교관 사적 영역까지 공작 대상으로 보는 듯해

영국 일간지 파이낸셜 타임스(FT)는 지난 4(현지시간) “중국 당국이 지난 몇 달간 홍콩에 있는 외국 외교관들에게 공관 건물과 주재원들의 거처와 관련한 세부 자료를 제출할 것을 요구했다고 전했다.

신문에 따르면 관련 서류에는 부동산 건축물대장 도면(평면도), 임대 또는 매매 계약서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신문은 익명을 요구한 홍콩 주재 외교부 관계자를 인용해중국 공산당(CCP)이 중국 본토에 있는 외국 대사관이나 영사관을 대하는 방식을 홍콩에도 적용하려 한다중국이 이번 지시를 통해 수집한 정보를 외교 공관에 도청 장치 등을 설치하는 데 악용할 수 있어 우려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외교부 관계자는이번 지시는 CCP가 평소 타국의 외교 활동에 병적으로 개입해온 것의 연장선상에 있다이는 CCP의 공작 대상이 홍콩에 있는 외국 외교관들의 사적 영역까지 확장된 것으로 보인다고 비판했다.

, 홍콩 민주화 운동 이후 홍콩에 대한 제재 강화

이 문제에 정통한 홍콩 외교부 관계자는최근 몇 년간 중국은 홍콩 주재 외국 공관에 대한 감시를 서서히 늘려왔다며 중국이 2019년 홍콩 민주화 운동을 기점으로 홍콩에 대한 감시·통제를 급격히 강화했다고 분석했다.

홍콩 민주화 운동은 2019 6월 홍콩 시민들이 범죄인 인도 법안통과를 막기 위해 벌인 대규모 시위이다. 당시 홍콩 시민들은 이 법안이 통과될 경우 중국 정권이 홍콩의 민주화 인사나 인권운동가를 중국 본토로 송환하는 데 악용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 일은 또한 1989 6월 중국의 톈안먼 사건 이래 CCP의 통치 기반을 흔든 주요 사건 중 하나로 꼽힌다.

하지만 중국 당국은 이를 계기로 2020 6 30일 국가 분열과 테러활동, 외국 세력과의 결탁 등 중국의 국가 안보를 위협한다고 판단되는 행위에 대해 처벌할 수 있는홍콩 국가보안법을 전면 시행했다. 이후 CCP는 국가보안법을 통해 홍콩의 민주화 인사들을 처벌·탄압하고 홍콩 시민들의 자유를 제한해왔다.

신문은 CCP가 홍콩 시민들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을 넘어 이제는 홍콩 주재 외국 공관에 더 많은 제한을 가하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 외국 공관에 부동산 자료 제출 요구국제법 위반 소지 있다

전 홍콩 주재 미국 총영사인 커트 통은 “2019년 홍콩 민주화 운동 이전까지 중국 당국은 홍콩 주재 외국 공관에는 중국 본토에서와 달리 최소한의 개입만 하려는 것처럼 보였다  이는 당시 중국이 홍콩에 더 많은 외국 공관을 세워 이를 발판으로 세계 시장에서 좀더 수월하게 비즈니스를 하려 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중국의 이번 지시는 앞으로 일부 (반중 정책 등을 펼치는 국가의) 외국 공관은 환영받지 못할 거라는 속뜻을 내비친 것으로 보인다고 풀이했다.

한편 독립국 간 외교 관계를 규정한 비엔나 협약에는 중국 정부가 다른 나라 외교 공관에 부동산 자료 등을 요구할 수 있는지에 대한 명확한 규정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비엔나 협약 제24조에 의하면외교 공관 관련 문서는 어떤 경우에도 침범할 수 없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에 일각에서는 중국 당국의 이번 지침이국제법 위반에 해당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