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일국양제 홍콩 민주주의 정상궤도”…다음은 대만 차례?

류정엽 객원기자
2021년 12월 21일
업데이트: 2021년 12월 22일

베이징 당국의 홍콩 선거제 개편 후 첫 실시된 홍콩 입법회 선거는 30% 투표율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는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그 속에서 중국은 20일 ‘일국양제하의 홍콩의 민주발전(一國兩制下香港的民主發展)’ 백서를 발표했다. 백서는 영국 식민지 시절 민주주의가 없던 홍콩은 일국양제를 기반으로 선거제도가 개편되면서 민주주의가 대성공을 거두었다고 평가했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백서에는 “홍콩은 영국 식민 통치하에 민주주의가 없었다”, “홍콩은 조국으로 돌아와 새 시대를 열었다” “베이징 중앙정부는 홍콩특별행정구 민주의 발전을 견지한다”는 등의 내용이 담겼다.

더하여 “홍콩을 혼란에 빠뜨리는 반중 세력은 홍콩의 민주 발전을 파괴한다” “홍콩의 민주 발전이 정상 궤도에 올라섰다”고도 했다. 백서는 “홍콩에서 일국양제(一國兩制) 실시가 큰 성공을 거두었다”며 자화자찬하기도 했다.

앞서 중국은 지난 4일 ‘중국 민주주의 백서’도 발간했다. 중국은 백서를 통해 ‘중국은 부끄러울 것 없는 민주국가’라고 주장하며 자유민주주의를 앞세운 미국을 맹비난한 바 있다. 일국양제하의 홍콩의 민주발전’ 백서는 그 속편 격이다.

지난 19일 ‘애국자가 홍콩을 다스려야 한다’는 중국 측 입김이 반영된 홍콩 입법회(의회) 선거가 실시됐다. 투표율은 30.2%로 유권자 수는 447만 명 중 약 135만 명이 투표한 것으로 집계됐다. 5년 전 2016년 투표율은 52.57%에 달하며 입법 선거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바 있다.

중국 전인대에 의하여 강제적으로 선거법이 전면 개정된 후 치러진 첫 선거였던 만큼 투표율에 관심이 쏠렸다. 결과적으로 민주 진영에서는 단 한 명도 출마하지 않았다. 중국은 이러한 선거 결과를 바탕으로 홍콩 민주주의가 발전을 거두었다고 평한 것이다.

이번 홍콩 선거에서 직접 선거로 선출한 의원은 20명뿐이다. 앞서 중국은 홍콩 입법위원을 70석에서 90석으로 늘리는 대신 직접 선출하는 입법 의원을 35석에서 20석으로 줄이고, 선거위원회가 40석을 직접 임명하는 등 중국의 영향력을 강력하게 행사하기 위한 선거법 개정안을 실시했다. 개정안은 홍콩에서 자유롭고 공정한 선거가 아닌 여론과 정치참여에 대한 통제력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를 두고 후원후이(胡文輝) 대만 ‘자유시보(自由時報)’ 총편집인(부사장)은 12월 20일 자 논평을 통해 “홍콩의 민주주의는 이미 죽었다” “투표권이 있어도 그 속은 썩고 공허하며 극권(極權)주의의 망령으로 가득 차 있을 뿐”이라고 했다. 그는 “입법 의석수 90석 중 450만여 유권자가 직접 선출하는 의원은 20석에 불과하다”며 “30석은 중앙정부에 의해 장악된 협회를 통해 선출되고, 40석은 중국 공산당이 지정한 애국인사(행정장관 선거인단) 1448명이 선출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그는 그러면서 “이들은 홍콩 시민의 0.02%에 불과하지만 1명에게 주어진 표는 40장이다. 이게 무슨 선거냐”고 비꼬았다.

공교롭게도 홍콩 입법원 선거 전날인 12월 18일, 대만에서는 국민 투표가 실시됐다. 투표 결과는 홍콩과 극명하게 대조적이었다. 전체 유권자 1982만 5천여 명의 전체 투표율은 41%를 넘어섰다. 이번 투표에서는 제1야당인 국민당에서 발의한 안건 4건 모두 부결됐다. 주지할 점은 가결 정족수인 400만 표 미달이었고, 득표수도 반대표보다 낮았다는 점이다.

중국은 국민투표 시행 전 노골적으로 간섭했다. 마샤오광(馬曉光) 국무원 대만사무판공실 대변인은 지난 12월 15일, “대만 국민투표와 관련해서는 의견이 없다”면서도 “민진당 당국이 평소의 전술로 정치적 조작을 하고 있다. 대만 인민은 이를 매우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대만독립세력에 세뇌되지 말라는 뜻으로 풀이된다.

마샤오광 대변인은 또 “중국은 대만독립을 반대할 뿐 대만은 반대하지 않는다”고도 말했다. 그는 중국 네티즌들에게는 “정책의 의도를 잘 파악하고 대만 독립 주장론에 맞서는 한편 대만 동포를 설득하는 데 주의를 기울여 달라”고 호소했다.

해당 발언은 대만 정부를 비롯해 대만인들의 공분을 불러일으켰다. 일각에서는 평소 중국이 양성한 댓글 부대가 대만 인터넷에서 여론조작을 일삼고 있는 것이라는 비판도 제기됐다. 추추이정(邱垂正) 대만 행정원 대륙위원회 주임위원(통일부 장관 해당)은 “대만 사회를 분열시키려는 정치적 책략”이라고 했다.

대만 국민 투표 과정에서 중국의 간섭은, 결과적으로 ‘표현의 자유’를 이용하여 ‘민주적’으로 민진당 당국을 도와준 꼴이 됐다. 친미 정책을 상징하는 미국산 락토파민 함유 돼지고기 수입 반대 안의 경우 국민투표 전 실시한 다수의 여론조사에서 ‘찬성’이 55%대를 웃돌며 민진당 정부를 바짝 긴장시켰다. 미국 락토파민 함유 돼지고기 개방 1년 만에 폐기 수순을 밟을 것이라는 말까지 나왔다. 그러나 결과는 정반대였다. 이를 두고 대만인들은 중국으로 인해 자극받은 민진당 지지자들이 더욱 적극적으로 투표권을 행사해 역전승을 한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홍콩민주발전 백서가 발표된 12월 20일,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최근 대만의 수교국이었던 니카라과가 중국과 복교(復交·재수교)한 것과 관련, 중국은 181개국과 수교를 했다며 ‘하나의 중국’ 원칙은 국제적으로 공고해졌다고 했다. 하나의 중국을 완강히 거부한 대만에 ‘대만독립’을 거듭 경고한 것이다.

왕이 부장은 “대만은 남들에게 이용당하는 체스 말이 되어서는 안 된다”며 “대만은 집에 돌아올 방랑자다. 중국은 반드시 통일되어야 하고, 그렇게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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