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인민해방군, 미래 전쟁 ‘드론 부대’에 걸었다

강우찬
2022년 07월 11일 오후 4:55 업데이트: 2022년 07월 11일 오후 4:55

한 무리의 드론이 컴컴한 태평양 밤하늘을 비행했다.

어둠이 내린 미국 캘리포니아 해안선에서 채 100마일(160km)도 떨어지지 않은 해역에서 6기의 드론들이 미 해군 함선을 스토킹했다.

이 드론들은 시계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도 약 16노트(시속 29.6km)로 항해하는 구축함과 같은 속도로 비행하다가 사라졌다. 해군 기록에 따르면 4시간 정도 구축함을 추적한 것으로 보인다.

누가 왜 이 드론들을 보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드론들이 함선을 상대로 정보를 수집해 정체 모를 주인에게 보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상은 스파이 영화의 한 대목이 아니라 지난 2019년 7월 실제로 발생한 실화다.

이 사건으로 인해 미 해군 전 부대에 비상이 걸렸다. 해군과 해군 연안경비대, 미 연방수사국(FBI)이 합동수사를 벌였고, 미 합동참모본부와 태평양 함대 사령관들에게도 수시로 관련 속보가 전달됐다.

작년 4월 미 해군은 이 사건에 대해 여전히 조사 중이며 드론의 정체를 밝혀내지 못했다고 했다. 해군 정보부는 해당 드론이 미군의 것이 아니라면 극히 중대한 보안 침해라고 조사보고서에서 밝혔다.

지난 6월 미 자동차 전문 매체로 국방 관련 이슈도 다루는 ‘더 드라이브’는 무인한공기(UAV·드론) 관련 사건 8건에 대한 보도를 통해 해당 드론에 관련성이 높아 보이는 정보를 추가로 공개했다.

이 매체는 <정보자유법>에 따라 입수한 해군 보고서에 근거해 인근 해역을 항행하던 민간 벌크선 ‘MV 배스 해협(Bass Strait)호’를 드론 출발지로 지목했다. 이 선박은 홍콩 최대 벌크선사인 ‘퍼시픽 베이슨’ 소속이었다.

미 해군 보고서는 상업용 민간선박에서 드론을 이용해 미 해군 함선을 감시할 가능성이 높고, 이러한 감시가 미국 해안에서 가까운 군사시설이나 보안이 가장 철저한 곳을 중심으로 이뤄졌다고 밝혔다.

2019년 정체불명의 드론이 발견된 지역도 네이비실 훈련장과 함대 실탄사격장 등 중요 군사시설이 위치한 샌 클레멘테섬 인근이었다.

홍콩 해운사 퍼시픽 베이슨이 중국 공산당과 연계됐거나 MV 배스 해협호에 공산당의 지시를 받아 움직이는 선원이 탑승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드론을 띄웠다는 것만으로 해운사와 선원들을 의심하는 것은 성급한 일일 수 있다.

그러나 이 사건은 현대전에서 드론의 역할과 정보 수집 능력에 대한 많은 시사점을 주는 것으로 평가된다.

Epoch Times Photo
2019년 6월 18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중국국방정보장비·기술전시회’에 FL-71 드론의 모형이 전시돼 있다.

중국 공산당과 산하 무장조직 인민해방군은 2000년대 초부터 수많은 무인기 프로젝트를 수행해 왔다. 중국산 대형 스텔스 무인기가 처음 등장한 것은 시진핑 국가주석이 취임하고 난 뒤부터다.

2013년 대만 언론을 통해 일반에 그 존재가 처음 전해진 중국의 초음속 무인기 GJ-11 ‘리젠(利劍·Sharp Sword)’은 미국의 최신예 드론을 탈취한 이란 측 데이터를 이용해 제조된 것으로 알려졌다.

초음속 무인기는 중국 공산당 정권의 기술 절도 프로그램의 한 사례일 뿐이다. 이후 중국 공산당은 항공기와 우주선, 미사일을 개발하는 국유기업에 자금을 지원하며 수십 종의 무인기를 개발해왔다.

드론은 중국 항공모함에도 다수 실린다. 중국의 세 번째 항공모함 푸젠호는 전자식 캐터펄트(사출기)를 장착해 드론을 빠르게 발사할 수 있다. 두 번째 항공모함 산둥호 역시 상용 혹은 개조한 드론 부대를 탑재한 모습이 포착됐다.

군함만 드론을 전개하는 것은 아니다. 지난 3월 중국 남부 광둥성에서는 무인기 수송선 ‘주하이윈(珠海雲)’이 진수됐다. 이 배는 길이 88.5m, 폭 14m, 배수량 약 2천t 규모에 갑판이 넓어 수십 대의 공중·해상·수중 무인기를 탑재할 수 있다.

중국 매체들은 해양 환경 모니터링과 연구, 재난 예방 목적이라고 보도했지만, 외신은 원격으로 조종할 수 있는 이 배가 군사적 용도로 사용될 가능성도 있다고 전했다.

전략정보 수집 척후병, 중국 군사용 드론

중국의 군사용 드론 개발이 가속화되면서 드론과 관련된 국제적인 사건들도 잇따르고 있다.

작년 8월 일본 자위대 전투기는 오키나와 남쪽을 비행하고 있는 인민해방군 드론을 촬영했다. 이 드론은 미 공군의 무인기 ‘프레데터’와 맞먹는 크기로 미야코해협에 관한 전략 정보를 수집한 것으로 추측됐다.

일본 남부 오키나와의 두 섬 사이 바다인 미야코해협은 인민해방군 해군이 태평양으로 나가기 위한 중요한 길목이다. 지난 10년간 해방군의 출몰이 증가하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미야코 해안에서 포착된 해방군 드론은 앞서 미국 캘리포니아 연안 군사시설 부근을 비행했던 2019년 홍콩 화물선에서 발진한 드론 6기의 존재를 떠올리게 한다.

만약 이들 드론이 중국 공산당 산하 무장조직이나 정보기관과 연계됐다면, 그 목적은 매우 뚜렷해 보인다. 군사행동이나 작전을 계획하기 위해 필요한 전략적 정보를 획득하기 위한 척후병 역할이다.

미 매체 ‘더 드라이브’는 해군 정보부 보고서를 분석해 2019년 드론 사건에 대해 “미국의 최신 고성능 방공시스템을 자극하고 매우 가치 높은 전자정보 데이터를 수집하는 것이 목적”이라고 보도했다.

매체는 또한 “광범위한 전자정보를 수집해 대응책과 전자전 전술을 개발, 상대방을 혼란시키거나 물리칠 수 있다”며 “기능을 정확하게 추측하고 복제해 전술을 기록하고 활용할 수 있다”고 전했다.

홍콩 민간 선박에 탑승했던 민간 선원들이 이런 목적으로 드론을 띄웠다고 보긴 어렵다. 정보부 보고서에 근거한다면 미군에 대적할 의도와 역량을 지닌 대규모 세력에 어울릴 만한 목적이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최근 중국 공산당은 1949년 이후로 줄곧 사실상 독립을 유지해 온 민주주의 국가 대만에 대한 침공 위협을 감추지 않고 있다.

중국 공산당은 대만을 실질적으로 지배해왔다고 주장하며 이를 ‘통일’의 주된 근거로 삼지만, 지금까지 중국 공산당은 대만을 지배한 역사가 없다.

하지만, 이 같은 무리한 주장을 관철할 주요 수단의 하나로 중국 공산당은 드론을 내세우고 있다.

지난해 말, 인민해방군은 드론 부대를 전개·회수할 목적으로 설계된 소형 항공모함을 진수한 것으로 보인다. 2021 주하이 에어쇼에 전시된 이 소형 항모의 미니어처 모델 갑판에는 일반 헬기보다 상대적으로 작은 크기의 헬기가 실렸는데 헬기형 드론으로 추측됐다.

또한 일반적인 함교 위치에 여러 개의 대형 돔 안테나가 설치된 탑이 세워져 있었다. 멀리까지 드론을 조종하기 위한 고대역폭 통신 시스템으로 분석됐다.

[좌] 2021년 10월 중국 ‘주하이 에어쇼’에 전시된 중국 소형항모 미니어처. [우] 작년 5월 해당 항모의 진수식 장면이라며 중국 온라인에 공개된 사진. 선체 바깥쪽에 비슷한 상어 그림이 그려졌다(노란 동그라미). | 웨이보
이런 드론 부대는 전투기와 함께 행동하며 적의 목표에 몰려들거나 적의 시선을 분산시키는 용도로 쓰인다. 전자 공격을 가하는 전자전 장비도 탑재해 적의 레이더나 감시 시스템을 무력화할 수도 있다.

매체는 미 해군 보고서를 인용해 “향후 중국이 개입할 분쟁에서는 다양한 종류의 드론 부대가 전쟁의 구성요소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실제 미 공군이 실시한 워게임에서는 중국이 대만을 침공할 때 자율주행 시스템을 갖춘 드론 수백 대로 작전을 전개할 가능성이 높게 나왔다.

네트워크 내 다른 무인기와 연계하는 이런 드론 부대는 같은 수량의 중국 재래식 무기에 비해 월등한 공력격과 회복력을 지닌 것으로 분석됐다.

그렇다고 미국과 대만의 전망이 어두운 것만은 아니다. 미국은 지난 수년간 중국 공산당의 대만 침공을 가정한 워게임에서 패배했다. 하지만, 지난해 미 공군이 진행한 워게임에서는 엄청난 손실을 입기는 했지만 승리했다.

올해 5월 미국의 초당파적 국방안보 싱크탱크인 신(新)미국안보센터(CNAS)가 NBC 후원을 받아 진행한 워게임에서는 중국과 대만 양측 모두 절대적 우위를 차지하지 못한 채 끝났다.

미 공군 워게임에서는 미군이 개발 중인 무인 전투기 ‘로열 윙맨’ 등 첨단 기술이 투입된 장비가, CNAS 워게임에서는 보급과 물류가 전쟁의 승패를 결정지을 중대한 요소로 나타났다.

두 워게임은 미국이 아시아 지역에서 유럽의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와 같은 군사적 동맹의 중요성을 거듭 인식하고, 동시에 인민해방군에 맞설 드론 전력 보유에 힘써야 한다는 점을 확인한 기회로 평가됐다.

* 이 기사는 앤드루 쏜브룩 기자가 기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