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아시안게임’ 명분으로 보안조치 강화…주민 통제·반체제인사 감시

소피아 람(Sophia Lam)
2023년 09월 28일 오후 2:12 업데이트: 2023년 09월 28일 오후 6:17

코로나19로 1년 미뤄진 제19회 하계 아시안게임이 지난 23일 중국 항저우에서 개막한 가운데, 중국 보안당국이 ‘아시안게임 보안’을 명분으로 인근 주민들에 대한 감시 및 통제 조치를 강화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중국 정권에 비판적인 목소리를 내던 반체제 인사들에 대한 탄압이 극심해진 것으로 파악됐다.

이번 항저우 아시안게임은 항저우의 경기장 42곳, 인근 도시의 경기장 14곳 등 총 경기장 56곳에서 진행된다. 중국 당국은 아시안게임 경기가 펼쳐지는 항저우 및 인근 도시에 대한 ‘보안 조치’를 강화했다.

익명을 요구한 항저우의 한 주민은 중문 에포크타임스 인터뷰에서 “항저우와 인근 도시로 향하는 철도 승객들은 여러 단계의 검문을 거쳐야 한다”며 “곳곳의 도로가 폐쇄됐고, 교통 통제도 강화됐다”고 전했다.

또 다른 항저우 주민인 동리밍(가명)은 에포크타임스에 “당국이 지역 주민들을 철저히 감시하고 있다”며 “특히 ‘블랙리스트’에 오른 사람이 아시안게임 경기장 주변에 접근하면 당국으로부터 경고 메시지를 받는다고 하더라”라고 밝혔다.

중국공산당은 정권에 비판적인 성향을 보이는 인물들의 명단인 이른바 ‘블랙리스트’를 만들어 이들을 엄격하게 감시하고 있다. 국가의 주요 행사 기간에는 그 감시가 한층 강화된다.

동 씨는 “9월 중순부터 강화된 보안 조치가 시행됐다. 경기장 주변에 수많은 경비 인력이 배치됐다”며 “주민들이 경기장에 접근하는 것을 통제했다. 그 주변을 지나던 주민들도 ‘안전 점검’을 이유로 불시에 검문을 받았다”고 털어놨다.

항저우에 사는 리유린(가명)은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승객들은 필수로 소지품 검사를 받아야 한다. 심지어 소지품 가운데 액체류가 있으면, 위험물질이 아님을 증명하기 위해 보안요원 앞에서 그걸 마셔야 한다”고 전했다.

또 그는 “항저우의 모든 맨홀 뚜껑은 안전검사 라벨이 부착된 채로 봉인됐다”고 덧붙였다.

2023년 9월 17일, 중국 소셜 미디어 웨이보에 올라온 게시물. 항저우 아시안게임 개막을 앞두고 당국이 보안 조치의 일환으로 맨홀 뚜껑을 봉인했다. | Epoch Times

반체제 인사 감시

중국은 항저우 아시안게임 개막 전부터 반체제 인사들에 대한 감시와 탄압을 강화했다.

중국공산당은 국가의 주요 행사, 국경일, 정치적 회담 등이 열리는 ‘민감한 기간’에 비판자, 청원자, 인권운동가를 조직적으로 통제해 왔다. 이를 위해 스토킹, 협박, 구금, 고문, 가택연금 등의 반인륜적 조치를 서슴지 않는다.

청원자 옌(가명)은 18년 전 중국 당국에 의해 회사가 강제로 폐쇄된 후 ‘사회정의’를 되찾기 위해 노력했다. 당국은 그녀를 지역 구치소에 19개월간 구금했다.

옌 씨는 “그 이후로 당국으로부터 지속적인 감시를 받고 있다”고 지난 22일 에포크타임스에 말했다.

이어 “특히 항저우 아시안게임 개막 직전이었던 지난 19일부터 감시 조치가 극심해졌다”고 고백했다.

중국공산당 비판자이자 민주화 운동가인 샤오밍량은 4년간의 투옥 끝에 3월에 석방됐다. 그 이후로도 중국 당국의 감시는 계속되고 있다.

그는 “당국은 며칠 전 집에서 약 30m 떨어진 곳에 고화질 야간 감시 카메라를 설치했다”며 “게다가 경찰 초소, 검문소 등을 추가로 설치하는 등 총 4단계의 감시 시스템을 구축했다”고 설명했다.

반체제 인사에 대한 중국 당국의 탄압 행위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최근 중국 장쑤성 난징시 출신의 인권운동가 시팅푸는 중국 서북부 지역인 신장으로 강제 이송됐으며, 상하이 출신의 인권운동가 공밍겅은 상하이 북부 충밍섬의 한 여관으로 끌려간 것으로 전해졌다.

공 씨는 “최소 두 달간 이 섬에 갇혀 있을 거라고 들었다”고 밝혔다.

*김연진 기자가 이 기사의 번역 및 정리에 기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