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中 부동산 위기는 공산당 내부 금융 주도권 쟁탈 결과”

정향선 인턴기자
2022년 08월 12일 오후 10:12 업데이트: 2022년 08월 13일 오후 5:10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금융 규제’가 지금의 부동산 위기를 초래했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한 중국문제 전문가는 그동안 구(舊)권력이 쥐고 있던 금융 권력을 시진핑이 차지하기 위해서 규제를 시작했고 그 결과 부동산 개발업체들에 위기가 찾아온 것이라고 분석했다. 

중국문제 전문가 “시진핑 금융규제 탓에 부동산 업계 흔들”

지난 3일 미국 경제지 포춘이 올해 세계 500대 기업 리스트를 발표했다. 이 가운데 중국 부동산 개발 업체는 지난해보다 3개가 줄어든 5개 업체가 순위에 올랐다. 

파산 위기에 놓였던 중국 최대 민영 부동산그룹 ‘헝다(에버그란데)’는 2016년 이래 처음 세계 500대 기업에서 빠졌다. 

재미 중국문제 전문가 지다(季達)는 11일 에포크타임스에 ‘헝다 사태’를 비롯한 중국의 부동산 위기는 금융시스템 문제 때문에 일어났다고 말했다. 

그는 시 주석이 지난 2013년 중국 공산당 서열 1위에 오를 당시 금융시스템에 대한 권력은 갖지 못했다고 했다.

“시진핑은 금융 주도권을 되찾기 위해 여러 해 동안 금융 규제를 실행해 왔다”며 “그 바람에 금융시스템에 먼저 문제가 발생했고 이어 부동산 시장과 관련 업계들까지 충격을 받았다”고 지다는 진단했다. 

중국 당국의 정책 지지에 의존해 굴기한 헝다

헝다는 설립 20년 만인 지난 2016년 처음 포춘지의 세계 500대 기업 리스트에 순위를 올렸다. 2017년에는 2016년(496위) 대비 158위나 대폭 상승한 338위를 기록했고 이어 2018~2021년에는 각각 230위, 138위, 152위, 122위를 기록했다. 

헝다는 중국 당국의 정책에 힘입어 승승장구할 수 있었다. 

2008년 중국은 글로벌 금융위기에 대처하기 위해 ‘4조 위안 투자계획’을 발표했다. 그중에 많은 부분은 기반 시설 건설 영역에 투자됐다. 

당시 중국은 신용 대출도 완화해 하이 레버리지(빚을 이용한 투자)로 부채가 많은 기업들에게도 은행 대출을 허용했다.   

헝다는 이때부터 빠르게 사업을 확장했고 이듬해인 2009년 11월 5일 홍콩증권거래소에 상장했다. 상장 당일 시가총액이 92억 달러(약 12조원)에 달해 당시 시가총액이 가장 높은 민영 부동산 개발 업체로 부상했다. 

지다는 장쩌민 시절 구축된 금융시스템이 후진타오 시절까지도 유지되면서 기업들은 원하는 대로 발전할 수 있었다며 “그래서 헝다처럼 제한없이 대출을 받았던 기업이 나타났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큰일(중국 공산당이 금기시하는 주제)’과 관련해 당국이 기분 나빠할 만한 행동을 하지 않을 경우에만 가능했다”고 덧붙였다. 

그가 언급한 ‘큰일’이란 ‘6.4 톈안먼 유혈사태’, ‘파룬궁 박해 반대’ 등 중국 공산당에 예민한 이슈들로 추정된다. 

중국 당국의 정책 변화에 역풍 맞은 헝다

그러나 헝다는 시 주석이 금융 규제를 시작하자 곧바로 몰락의 길에 들어섰다.  

2020년 8월 중국 당국은 부동산 기업들에 디레버리지(부채를 줄이는 것)를 요구하는 새로운 융자(자금 융통) 규정을 제시했다. 

부채를 안고도 제한 없는 발전을 허용했던 중국 당국의 정책이 더 이상 부채를 허용하지 않는 것으로 바뀐 것이다.   

부채비율이 높았던 헝다는 이때부터 재대출을 못 받게 됐고 지난해 9월 파산 위기에 몰리기도 했다. 

중국 당국 정책 변화의 근본 원인은 금융 권력 쟁탈

지다는 “중국 공산당 내부의 경제통제세력(금융 주도 세력) 교체는 (정치)권력 교체보다 10년 늦게 이뤄졌다”면서 그들의 권력 다툼이 정책 변화에 반영됐다고 말했다. 

그는 “2015년 6~7월 중국 증시 폭락 사건 때 중국 공산당 고위층은 시진핑의 어떠한 금융 정책도 받아들이지 않았다”며 “그 사건이 시진핑이 금융 주도권을 되찾기 위한 금융 규제를 시작한 계기가 됐다”고 설명했다.  

중국의 ‘부동산 업체 경영난-금융 리스크’ 악순환  

현재 중국에는 대형 부동산 개발업체들이 파산하거나 파산 위기에 놓이면서 아파트 공사 중단 사태가 속출하고 있다. 중국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지난 7월 중순까지 건설이 중단된 아파트 단지가 200여 개 이상으로 집계됐다. 

중국에서는 아파트가 완공이 되기 전에 분양할 수 있다. 주택 구매자들은 일반적으로 아파트 완공 전부터 주택담보대출을 상환한다. 그러나 아파트 공사 중단이 줄 잇자 중국 전역에서 수십만 명의 구매자들은 주택담보대출 상환을 거부하는 운동을 벌이고 있다.  

블룸버그 통신은 국제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를 인용해 중국의 주택담보대출 총액의 6.4%에 해당하는 2조4천억 위안(약 465조원)의 대출금이 상환 중단될 수 있다고 보도했다. 

주택담보대출 부실 비율이 치솟으면 은행들은 신규 대출을 줄인다. 이는 다시 주택 구매 감소로 이어지면서 부동산 개발업체들이 경영난을 겪게 된다. 부동산 개발업체들의 경영난은 다시 주택 공사 중단으로 이어지면서 결국 주택 구매자들의 대출상환 거부를 일으키는 악순환을 초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