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보건당국, 전염병 방역 집중할 시기에 ‘장기이식’ 조례 개정…배경은?

남창희
2020년 7월 9일
업데이트: 2020년 7월 10일

중국 국가 위생건강위원회(위건위)는 2일 ‘인체 장기이식에 관한 조례’ 개정안을 발표하고 “18세 미만 국민의 생체 장기를 적출할 경우 형사책임을 묻겠다”고 강조했다.

‘생체 장기 적출’은 살아있는 사람의 장기를 적출한다는 의미다. 그동안 중국 공산당과 정부는 중국 내에서 벌어지는 강제 생체 장기적출에 대해 강하게 부인하고 관련 내용 언급 자체를 기피하고 검열해왔다.

그런데 이번에 중공 폐렴(우한 폐렴) 확산으로 어수선한 상황에서 갑작스럽게 국가 위건위가 장기 적출 관련 조례안 개정 의사를 밝히며, 이를 공론화한 것이다.

강제 생체장기적출은 지난 2006년에 중국에서 미국으로 탈출한 여성 ‘애니’(Annie·가명)가 최초로 폭로했다. 중국 군의관의 아내였던 그녀는 중국의 강제 장기적출이 하나의 거대한 산업을 이루고 있고 중국 공산당이 깊이 연루됐으며 주된 피해자는 파룬궁 수련자들이라고 밝혔다.

애니의 폭로를 계기로 국제단체들이 관련 사실을 조사하기 시작했고, 이후 장쩌민 전 중국 공산당 총서기와 저우융캉 전 공산당 상무위원, 보시라이 전 충칭시 서기 등이 재직 당시 주도적으로 해당 범죄를 이끌어온 것으로 드러났다.

중국 내외 이식 수술 희망자들을 대상으로 막대한 수익을 내던 강제 장기적출 산업은 장쩌민 전 총서기 퇴임 후에도 그대로 운영됐다. 후임 후진타오(胡錦濤) 정권과 시진핑(習近平) 정권 모두 이 사건을 조사했으나 이들은 참여하지도 제지하지도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국가 위건위 ‘인체 장기이식에 관한 조례’ 개정안은 생체 장기이식 관리·감독을 강화해 ‘생체 장기를 이식받는 사람은 기증자의 배우자, 직계 친척 또는 3대 이내 방계 친족’으로 제한했다.

또한 ▲본인 동의 없이 생체 장기를 적출 ▲생전에 장기기증에 동의하지 않은 사람의 장기를 적출 ▲만 18세 미만 국민의 생체 장기를 적출 등 세 가지 경우에 한해 위반 시 형사처벌하기로 했다.

이같은 조례 개정안을 마련해 발표한 배경에 대해서는 강제 장기적출에 대해 조사만 하고 어떠한 대응을 하지 않고 있던 시진핑 진영이 모종의 ‘행동’을 준비하고 있음을 시사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형사처벌에 해당하는 경우 셋 중 앞의 둘은 중국의 병의원에서 환자나 유가족 몰래 벌어지는 장기 절도를 겨냥하고 있다. 의문이 드는 것은 마지막 세 번째 경우다. 본인 동의나 뇌사판정 여부와 관련 없이 만 18세 미만 국민의 생체 장기를 적출하면 무조건 형사처벌하겠다는 내용이다.

앞서 처음 조례 개정안이 발표되자 중화권에서는 “그럼 18세 이상 국민의 생체 장기를 적출하면 형사처벌을 받지 않는다는 말이냐”며 강한 의구심을 나타냈다.

중국은 장기기증을 기피하는 분위기가 강하다. 중국 당국에 따르면 중국의 장기기증률은 100만명 당 0.6명으로 2016년 기준 미국(28.5명), 이탈리아(22.52명), 한국(9.96명)에 비해 세계 최저수준이다. 특히 18세 미만 청소년의 기증률은 더 낮다.

조례 개정안에서 규정한 형사처벌 대상 세 번째 상황은 조직범죄단의 장기밀매, 중국 공산당 내 장기밀매 산업 참가자들이 저지르는 양심수에 대한 강제적출 행위 외에 다른 사례를 찾기 어렵다. 즉, 장쩌민 계파를 염두에 둔 조항으로 추측된다.

또한 국가 위건위 조례 개정안 발표는 ‘생체 장기적출’이 지금도 벌어지고 있음을 당국에서도 인지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실제 해외 비정부단체 조사에서 중국 군병원을 중심으로 한 의료시설에서는 여전히 비상식적으로 빠른 시일 내에 적합한 장기를 찾아 이식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파룬궁에 대한 박해를 추적하는 비정부기구(WOIPFG)가 올해 초 공개한 전화 녹취록에 따르면, 장기이식에 대해 묻는 조사원의 질문에 베이징의 인민해방군 제3군의대 부속병원(구 무장경찰총병원) 장기이식 연구소 완젠리(王建立) 주임은 100% 장담할 수는 없지만, 1~2주안에 이식수술이 가능하다고 답했다.

왕 주임은 또한 ‘파룬궁 수련자의 건강한 장기가 맞냐’는 질문에 “맞다. 맞다”면서 “(대상자를 병원으로 데려와) 병원에서 직접 적출한다”고 했다.

이에 대해 중국 시사평론가 탕징위안은 “중공 폐렴 방역에 집중해야 할 시기에 국가 위건위가 돌연 장기이식에 관한 조례 개정안을 들고나온 것은 장쩌민파와 그 추종 세력에 대한 경고로 풀이된다”고 말했다.

탕징위안은 “장쩌민파가 가장 피하고 싶은 부분의 변두리를 건드리면서 ‘혼란을 틈타 쿠데타를 일으킬 생각은 꿈도 꾸지 말라’는 메시지를 전한 것”이라며 “최근 최고지도부인 중앙정치국 상무위원 7명이 공개석상에 거의 모습을 보이지 않은 것도 중공 폐렴뿐만이 아니라 다른 위협을 감지했기 때문일 수 있다”고 관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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