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민영기업 ‘위태위태’… 올 들어 41개 상장사 ‘국유화’

장위제
2019년 12월 24일 업데이트: 2019년 12월 24일

올 한 해 중국 민영기업의 생존 환경은 더욱 악화됐다. 중국 공산당 ‘국자계(國資系‧국유자산감독관리위원회 및 지방정부)’가 ‘어려움을 해소한다’는 명분으로 민영기업을 국유화하고 ‘공사합영(公私合營·국가와 민간이 공동으로 투자해 경영함)을 더욱 대대적으로 밀어붙이고 있어서다. 민영기업들은 이런 환경에서 자금난까지 가중돼 위기상황에 빠졌다.

17일 자 중국 언론 보도를 종합하면, 올 들어 중국 민영기업의 전체 실적이 하락한 데다 20여 년 만에 최악의 자금 경색을 겪는 등 중대 위기에 처해 있다. 수십 개 상장 민영기업의 실질 지배자가 ‘국자계’로 바뀌었고, 10여 개 민영기업의 경영자가 잡혀갔고, 또 일부 대형 민영기업의 창업자들이 현직에서 물러났다.

올해 들어 지난 9일까지 실질 지배자가 개인에서 국자계로 변경된 상장사는 41개로, 전체 상장사 중 23%를 초과하고 시가총액은 2,200억 위안에 달한다.

하반기 들어 알리바바의 마윈(馬雲), 텐센트 마화텅(馬化騰), 바이두 리옌훙(李彥宏), 징둥의 류창둥(劉強東), 순펑(順豐)택배의 왕웨이(王衛)와 레노버 류촨즈(柳傳志) 등 대형 민영기업의 창업자들이 사임했다. 또 올 12월 중순까지 상장사 실질 지배주주 18명이 체포됐다.

네티즌들은 “큰 부추를 벤다” “21세기의 공사합영(公私合營)이다” “토호를 타도하고 토지를 나눈다” “민영기업의 흥망성쇠를 보면 한 나라의 흥망을 알 수 있다” “공기업 대출하기 좋겠다” 등등 냉소적인 반응을 보였다.

후난(湖南)성의 인터넷 소매상인 탄다린(覃大林)은 지난 17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민간에서 오랫동안 전해지던 ‘공사합영’이 이미 공개적으로 추진되고 있다”며 “중국 정부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민영기업을 국유화하고 경제활동과 자금과 종업원을 한층 더 통제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또 국영기업에는 ‘당 위원회’가 있고 ‘당원 우선’ 제도가 있는데, 이는 직원들에게는 매우 직접적인 충격이라고 했다.

장쑤(江蘇)성의 한 민영기업 직원인 주(朱) 씨는 RFA에 “다년간의 경험에 의하면 중국의 경제 환경이 나빠질수록 당국의 통제가 강화되는데, 지금은 분명히 그렇게 되고 있다. 많은 민영기업가는 ‘토호를 타도’하는 운동이 또 한 번 올까 봐 우려하고 있다”고 했다.

중공 당국, 민영기업 돈줄 죄고 압박해 공사합영 유도

중국 금융정보업체 Wind의 최신 수치를 종합하면, 2018년 1월부터 2019년 11월까지 중국 민영기업의 채권시장 순융자금은 -2,981억이다. 같은 기간 공기업 채권시장의 순융자금은 3조 8,433억 위안이었다. 이는 채권시장이 민영기업에 빌려준 돈 3000억 위안을 회수한 반면, 공기업에는 4조 위안 가까이 빚을 늘려줬다는 말이다. 이 수치는 국영기업은 육성하고 민영기업은 퇴진시키는 ‘국진민퇴(國進民退)’ 정책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증거다.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민영기업은 은행에서 돈을 빌릴 수도 없고 채권을 발행할 수도 없다. 예를 들면 중국 조경업계의 간판격인 동방원림(東方園林)은 2018년 10억 위안 상당의 채권을 발행해 빚을 갚는 데 쓰려 했지만, 5,000만 위안을 조달하는 데 그쳤다. 이후 동방원림의 주가가 큰 폭으로 하락해 반년 만에 시가 400억 위안이 증발했다. 올 8월에는 이 회사의 실제 지배주주가 베이징 차오양(朝陽)구 국자위(國資委)로 변경됐고, 그 즉시 등급이 상향 조정됐고 자금도 원활히 수혈됐다.

증권관리회사와 트렌드 콘퍼런스를 창업한 우제성(吳介聲) 씨는 17일 발표한 글을 통해 이같이 분석했다.

“중국 공산당은 작년 주식시장이 크게 폭락해 상장회사의 주식이 헐값이 됐을 때부터 민영기업 주식을 매입하기 시작했다. ‘어려움을 해결한다’는 명목으로 중앙에서 지방까지 각급 금융기관과 결탁해 싼값에 민영기업을 인수하고 경영권을 장악했다.”

시나재경(新浪財經) 17일 자 보도에 따르면 민영기업이 중국 채권시장에서 가장 경멸을 받고 있으며, 같은 AAA 등급이어도 성투채권(城投債券‧도시 인프라 건설 목적의 지방정부 보증 채권)은 빨리 발행할 수 있는 반면, 민영기업의 채권은 발행하기가 매우 어렵고 심지어 아예 거부되기도 한다.

시나재경은 이날 업계 인사의 말을 인용해 민영기업이 처한 위기상황을 전했다.

“민영기업의 어려움은 생각보다 훨씬 심각하다. 많은 민영기업이 돈줄이 끊길 위기에 처해 있다. 이는 기업의 경영 상황이 악화됐음을 의미하며, 많은 기업이 이미 채무불이행이 발생했거나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Wind 데이터에 따르면 올해 들어 15일까지, 기업이 발행한 채권의 채무불이행 건수는 223건이며, 이 중 대다수는 민영기업이고 채무불이행 규모는 액면 기준으로 천억 위안이 넘는다.

중국 기업의 채무불이행의 80%는 민영기업에서 발생

현재 중국 민영기업이 겪고 있는 자금 경색 상황에 대한 우려가 각계에서 나오고 있다.

최근 한 네티즌은 “전반기에는 민영기업에 레버리지를 주더니 이제는 레버리지를 단칼에 벤다”고 했다.

시나재경은 17일 분석 기사를 통해 민영기업이 처한 위기를 진단했다.

“지난 30년간 중국 경제는 투자에 의존하고 기업은 부채, 상장, 주식 담보 융자에 의존하는, 이런 패턴에 익숙해 있다. 현재 경기가 전반적으로 하강하는데 레버리지까지 제거하고 융자를 조이면, 민영기업은 자금 압박을 견디지 못해 명줄이 끊어지게 된다. 민영기업의 채무상환은 올해부터 2021년까지가 정점이다”

홍콩경제일보의 17일 자 보도에 따르면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마크 잔디(Mark Zandi)는 중국 기업의 부채가 빠른 속도로 증가해 글로벌 경제에 가장 큰 위협이 되고 있다고 했으며, 국제신용평가사 피치(FITCH)는 보고서에서 중국의 채무불이행의 80%를 민영기업이 차지한다고 밝혔다.

중국 인민대학 샹쑹쭤(向松祚) 교수는 최근 중국 민영기업의 투자가 크게 줄어든 것은 중국 경제성장이 하락한 것이 주된 원인이라고 밝혔다.

중국 한 언론의 17자 보도에 따르면 중국 민영기업의 사회경제적 기여는 크지만 정작 이익은 적다. 2018년 말 통계에 따르면 민영 경제는 GDP의 60%, 고용의 80%, 세수의 50% 이상을 기여하고 있다.

또한 이윤을 보면 올 상반기 A주 상장사의 순이익 2조 1,400억 위안 가운데 금융업계는 1조 1,400억 위안으로 54%를 차지했고 여타 업계는 1조 위안에 그쳤다. 금융업 가운데 4대 국유은행의 이익이 5,500억 위안을 넘어 금융업계 순이익의 절반을 차지했으며, 여타 업계의 순이익 1조 위안 중 상당 부분이 국유기업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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