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당국 ‘범죄예방’ 명분 선전 소재 은행 계좌 무더기 동결…시민 “못 믿어”

정향선 인턴기자
2022년 08월 17일 오후 6:20 업데이트: 2022년 08월 17일 오후 9:56

중국 선전(深圳)에 소재한 은행들이 예고 없이 계좌를 동결해 논란이 거세게 일고 있다. 중국 당국은 심각한 수준에 다다른 금융 범죄를 예방하기 위해 나선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한 경제학자는 “현재 중국 내 금융 범죄가 국가안보를 위협할 정도의 위험 수위에 다다른 상황”이라면서 “금융 범죄에 공산당 고위 간부가 개입했다는 설도 있다”고 주장했다.

선전 은행들 예고 없이 계좌 동결…“당국의 ‘금융 범죄 예방’에 협조” 

중국 경제매체 제일재경(第一財經)은 지난 11일 “중국은행(中國銀行) 체크카드로 현금을 인출하거나 송금할 수 없었다”고 호소하는 선전 주민 여러 명의 이야기를 전했다.

매체에 따르면 최근 선전시는 “통신 사기 문제가 심각하다”며 ‘카드 정지 조치’를 취한다고 밝혔다.  ‘카드정지 조치’는 보통 차명 전화번호와 은행계좌를 판매하는 범법자를 단속할 때 취하는 조치다. 

당국은 3개월 동안 거래 기록이 없는 계좌, 수도세·전기세 지급 또는 주택담보대출 상환과 연동되지 않은 계좌, 30일 동안 평균 예금 잔액이 1000위안(약 19만원) 이하인 계좌, 예금주가 16~40세 남성으로 선전에 호적이 없는 사람의 계좌 등을 ‘고위험’ 계좌로 분류했다.   

선전의 한 은행 관계자는 “최근 선전에 있는 여러 은행이 공안 당국의 이른바 ‘카드정지(斷卡) 조치’에 협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은행에 찾아와 계좌 동결 해제를 요청하는 예금주들이 매우 많다”며 “특히 주말에는 한 시간 넘게 줄을 서도 은행에 들어가지 못할 정도다”라고 말했다. 

중국은행 외에 중국 6대 국영은행으로 꼽히는 건설은행(建設銀行), 공상은행(工商銀行), 우정저축은행(郵政儲蓄銀行) 등의 체크카드 사용자들도 같은 문제를 겪었다. 

예금주들 “은행들의 실제 조치는 당국의 주장과 달랐다” 

주민들의 주장은 당국과 달랐다. 선전에서 직장을 다니는 아이화(가명) 씨는 에포크타임스에 자신의 체크카드가 동결돼 이를 풀기 위해 두 번이나 휴가를 냈다고 밝혔다. 

그는 “은행 측은 계좌에 돈이 들어오자마자 인출한 기록이 두 번 있었다는 이유로 해당 계좌를 동결했다”며 “은행은 주말에 휴업하기 때문에 평일에 갈 수밖에 없었다. 계좌를 해제하러 온 사람이 너무 많아 두 번 만에 일을 해결했다”고 밝혔다. 

선전 시민인 청 모 씨는 사회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많은 사람의 은행 계좌도 동결됐다고 주장했다. 

그는 “은행들은 사회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사람은 임시로 선전에 머무는 사람으로 간주하고 있다”며 “은행들은 이들이 계좌를 (나쁜 짓에) 이용하거나 통신 사기를 칠 거라고 오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사회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사람은 계좌 동결이 풀려도 매달 또는 매일 이용하는 데 제한이 있는 B급 계좌만 발급받는다. 매우 불편하다”고 청 씨는 설명했다. 

선전에 거주하는 후베이 출신 장하이 씨는 “두 달 전부터 계좌 출금이 제한됐고 위챗(중국판 카카오톡)이나 즈푸바오(중국판 카카오페이) 등을 이용하는 온라인 거래는 전면 중단돼 현금밖에 사용할 수 없게 됐다”고 밝혔다. 

장 씨는 “민원을 제기해도 응답이 없다”며 “나는 중국의 모든 은행을 다 믿지 않는다. 국민을 위해 서비스하고 있다면서 실제로는 정부와 협력해 각종 명목으로 우리를 괴롭히고 제한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돈을 직접 가지고 다니는 것이 그래도 가장 안전하다. 많은 중국인은 은행에서 약간의 이자 소득이라도 얻으려 하지만 은행은 그들의 본전마저 삼키려 한다”고 주장했다. 

일본에서 개인 사업을 하는 중국 출신 쓰밍(가명) 씨도 “선전에 사는 친구 여러 명이 이유 없이 ‘카드 정지’을 당했다”며 “은행은 돈이 없어지자 국민들의 돈을 빼앗기 시작했다”고 주장했다. 

中 당국 지난해 7월부터 ‘카드정지 조치’ 범위를 은행권으로 확대, ‘표준 징계 방안’도 밝혀져

중국 당국은 지난 2020년 10월부터 인터넷과 통신을 이용한 범죄를 단속한다는 명목으로 전국적으로 ‘카드 정지 조치’를 실시했다. 범위는 지난해 7월 모든 은행으로 확대됐다. 

지난달 21일 도이체 벨레(DW) 보도에 따르면 중국 당국은 지난해 7월부터 장기간 사용하지 않은 은행 계좌와 한 사람이 여러 개의 계좌를 가진 경우를 제한 대상으로 삼았다. 중국 당국은 온라인 도박, 국내외 가상 화폐 거래 등도 모두 ‘불법 금융 활동’으로 간주하고 있다. 

DW는 중국 증권일보(證券日報)의 6월 8일 보도를 인용해 최근 ‘카드 정지 조치’ 수위가 ‘징계(사법조치)’를 가하는 정도로 높아졌다고 보도했다.  

증권일보 보도에 따르면 지난해부터 3개 성시에서 많은 사람이 인터넷과 통신 범죄를 저지른 혐의로 징계를 받았다. 2021년 윈난(雲南)성 쿤밍(昆明)시 614명, 올 6월 3일 하이난(海南)성 산야(三亞)시 70명, 6월 8일 안후이(安徽)성 1392개 단체·개인 등이다.

이들은 앞으로 5년 동안 징계받은 지역에서는 은행계좌를 개설할 수 없다. 이들 명의로 만든 기존 계좌의 온라인 서비스와 온라인 지급도 전면 중단됐다. 

증권일보는 ‘5년 안에 오프라인 서비스 외의 모든 은행 서비스 이용 금지’가 ‘카드중단 조치’의 표준 징계 방안인 듯하다고 보도했다. 

경제 전문가 “금융 범죄가 국가안보를 위협하게 되자 中 당국은 금융 안정 유지에 나섰다” 

이런 상황에 대해 재미 경제학자 황다웨이는 NTD와의 인터뷰에서 중국 당국이 ‘카드 정지 조치’ 수위를 높이는 주된 이유는 금융 사기, 돈세탁 등 금융 범죄가 이미 중국 공산당의 금융시스템과 국가안보를 위협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중국 금융시스템은 매우 위험한 지경에 이르렀는데 당국은 이제야 단속에 나섰다”면서 중국 당국은 국민들의 삶의 질과 재산을 지켜주는 것보다 정권의 안정을 유지하는 것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중국 당국은 안면 인식, 음성 인식 등 빅데이터로 국민을 감시하는 체계를 완비하고 있다”면서 그런데도 금융 사기가 만연하는 이유는 당국이 범죄를 방임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첫째 지난 십수 년간 중국에는 금융 사기 사건이 매우 많았다. 특히 최근 몇 년 사이에 디지털 화폐를 통한 금융 투자 사기극이 많아졌는데 범죄에 가담한 자들은 대부분 실명으로 등록되지 않은 전화번호로 수금하거나 소통한다. 둘째는 돈세탁은 늘 탈세 문제를 동반한다. 마지막으로 최근 중국의 국제 관계가 매우 불안정하기 때문에 많은 중국인은 위안화를 외화로 바꿔 해외로 옮겨놓으려 한다”고 분석했다. 

그는 또한 중국 공산당 고위 관리들도 금융범죄에 가담했다는 소식이 있지만 이와 관련된 조사는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업계 전문가 “中 금융시스템은 전례 없는 위기를 맞고 있다”

앞서 DW는 중국 당국의 수위 높은 ‘카드중단 조치’로 불편을 겪고 있는 일반 예금주들의 상황이 중국 금융시스템의 안정적인 유동성에 대한 우려를 유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 국유은행 최고위직을 지낸 한 금융 전문가는 “중국 금융시스템의 유동성 리스크는 코로나19 팬데믹 확산 전부터 늘 존재해왔고 지금까지 호전되지 않았다”며 현재 고강도 방역과 부동산 시장 침체 등으로 중국의 금융시스템은 전례 없는 자금 유동성 위기에 처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