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노동절 연휴…언론은 “소비시장 호황”, SNS엔 ‘짠돌이 여행’

2천원 짜리 꼬치구이는 어쩌다 중국 황금연휴 '핫 아이템'이 됐을까
강우찬
2023년 05월 8일 오후 3:25 업데이트: 2023년 05월 8일 오후 6:31

관영언론 “노동절 연휴, 소비시장 활기 분출” 극찬 일색
꼬치구이 성지? 산둥성 쯔보, 노동절 연휴 ‘핫플’로 부각

관광객수 코로나 이전 회복했지만 소비는 0.66% ‘찔끔’ 증가

“노동절 연휴로 중국 소비시장 호황”, “모든 분야에서 경제성장 엔진 점화”, “중국의 엄청난 경제적 잠재력을 보여줬다.”

중국의 노동절 연휴 기간(4월 29일~5월 3일) 관광산업이 주도한 경기 회복 성과를 보도한 중국 공산당 관영 언론 글로벌타임스 기사문의 일부다.

중국중앙텔레비전(CCTV)이나 신화통신도 논조는 비슷했다. 신화통신은 5일 기사에서 “노동절 연휴 소비시장 활기 분출로 향후 경기 전망 ‘청신호'”, “비인기 지역도 각광”이라고 전했고 CCTV는 “문화, 여행업에서 경기 회복세가 뚜렷했다”고 보도했다.

밀려드는 인파로 숙소를 구하지 못한 일부 관광객이 화장실에서 노숙을 했다는 소식도 ‘보복관광’ 폭발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로 전해졌다.

중국 문화여유(관광)국이 발표한 이번 노동절 연휴 국내 여행객은 2억7400만 명으로 코로나19 봉쇄 기간이었던 전년 동기 대비 70.83% 증가했다. 이는 코로나19 발생 이전인 2019년 노동절 연휴 때와 비교하면 19.09% 증가한 수치다.

그러나 관광객 규모에 비해 관광 수입 증가액은 상대적으로 적었다. 노동절 연휴 전체 관광 수입은 1480억5600위안(약 28조원)으로 작년에 비해 두 배 이상(128.9%) 증가했지만, 코로나 이전(2019년)보다는 0.66% 증가하는 데 그쳤다.

관광객은 코로나 이전보다 20% 늘었지만, 수익은 1%도 채 늘지 않은 것이다.

실제로 중국 언론들이 전한 올해 중국 노동절 연휴 관광 트렌드는 ‘짠돌이 여행’이었다. 중국에서 ‘특수부대여행(特種兵旅遊·터종빙여유)’로 불리는 이 여행은 경비를 하루 100위안(약 1만9천원) 이내로 줄이는 것이 특징이다.

주로 대학생 등 체력이 넘치는 젊은층 사이에서 유행하는 방식으로 대중교통이나 자전거를 타고 하루 열 곳 이상의 관광지를 순회하며 잠은 적게 자거나 노숙으로 떼우는 강행군 여행이다.

연휴 기간 중국 관광객들이 화장실에서 노숙한 일도 이러한 짠돌이 여행의 일환으로 여겨진다. 실제로 화장실에서 잠을 청한 관광객들을 살펴보면 젊은층이 많은 것을 볼 수 있다.

중국 유명 관광지인 황산 풍경구의 한 화장실에서 관광객들이 쪽잠을 자고 있다. | 웨이보

이는 소셜미디어에서 주목을 받으면서 유행이 됐지만, 한편으로는 위축된 중국 경제의 현실을 반영하는 사례로도 평가된다.

현지 경제매체 ‘제일재경’이 소셜미디어를 통해 실시한 ‘노동절 연휴 소비액’을 묻는 온라인 설문조사에서 응답자 43%가 “500위안(약 9만5천원) 이하”라고 답했다. 응답자 절반가량이 닷새 동안의 황금연휴에 쓴 비용이 한국돈 10만원도 안 된다는 것이다.

중국의 경제 관련 통계 역시 관영 언론의 떠들썩한 보도와는 대조적인 양상을 나타냈다.

노동절 연휴 둘째 날이었던 지난달 30일, 중국 국가통계국이 발표한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의 4월 수치는 49.2로 50을 밑돌았다.

기업의 구매 담당자를 대상으로 조사하는 PMI는 경기 전망을 나타낸다. 50을 웃돌면 경기 확장, 밑돌면 경기 수축을 나타낸다. 이번 4월 PMI는 중국 제조업 경기가 하락세라는 것을 보여준 셈이다.

흔한 길거리 음식이 갑자기 핫 아이템으로

이번 노동절 연휴는 중국 공산당 정권으로서는 내수 소비시장 회복이 걸린 중대한 이벤트였다. 올해 초 ‘제로 코로나’ 중단을 선언하고 경기 회복을 수치로 보여줘야 했던 정권으로서는 소비시장 회복이 가시적으로 나타나야 했다.

중국 문제 전문가 탕하오는 그러한 절박함을 보여준 사건이 ‘쯔보 샤오카오(淄博烧烤)’ 열풍이라고 지적했다.

쯔보는 중국 산둥성의 인구 470만 명 규모의 중소도시다. 2500년 전 춘추전국시대에 가장 번영한 국가였던 제나라의 수도로 오랜 역사와 많은 유적을 지닌 도시이지만, 경제 규모는 칭다오, 지난 등 산둥성의 주요 도시에 비할 바가 못 된다.

‘샤오카오(烧烤)’는 ‘구이’라는 뜻이지만 ‘러우촨(肉串)’과 함께 꼬치구이를 가리키는 표현으로 쓰인다. 샤오카오는 고기에만 한정하지 않고 야채, 해산물 등 다양한 재료를 이용한 구이, 러우촨은 고기를 꼬챙이 꿰어 놓은 것을 뜻한다.

중국 산둥성 쯔보 꼬치구이 음식점에서 차려 놓은 꼬치구이. 전병에 싸서 다양한 소스를 찍어먹을 수 있도록 했다. | 웨이보

쯔보 꼬치구이는 중국 노동절 연휴 기간 중국 소셜미디어에 오르내린 최고의 인기 키워드 중 하나였다. 중국판 구글인 바이두 실시간 검색 순위에는 쯔보 꼬치구이가 상위에 올랐고, 소셜미디어에는 쯔보를 태그로 한 게시물의 조회수가 120억 회를 넘어섰다.

신화통신 지난 4일 “쯔보 꼬치구이가 올해 3월 들어 중국 온라인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며 쯔보가 꼬치구이 매니아들이 꼭 방문해야 할 ‘핫 플레이스’로 떠올랐다고 보도했다.

실제로 노동절 연휴 기간 쯔보에는 꼬치구이를 맛보려 수만 명이 몰려든 것으로 알려졌다. CCTV도 현장을 찾아 뜨거운 열기를 보도했다.

탕하오는 “꼬치구이는 이미 중국 전역에서 매우 흔한 길거리 음식이다. 쯔보의 몇몇 음식점에서 전병에 싸 먹는 방식으로 제공하기도 했지만, 쯔보 꼬치구이가 중국 전역에서 산둥성까지 찾아가 먹을 정도로 인기를 끌 만한 음식일까?”라고 물음을 던졌다.

이어 “중국은 공산당의 감시와 검열이 엄격한 통제사회다. 어떤 현상이나 사물이 중국 소셜미디어에서 인기를 끌고 확산되며, 공산당 관영 언론까지 이를 홍보하며 거들고 나선다면 거의 틀림없이 그 뒤에는 정치적 계산이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고 답했다.

탕하오는 “중국 공산당은 전염병 퇴치와 경제 회복을 선전하고 싶어 한다. 이번에는 대대적인 여론 공작으로 꼬치구이를 띄웠다. 그 목적은 저렴한 길거리 음식을 유행시켜 얼어붙은 소비심리를 녹이고 싶기 때문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중국에서 꼬치구이는 하나에 10위안(약 1900원) 정도로 사 먹기에 부담 없는 길거리 음식이다. 일반 대중에게 친숙하고 일상에서 가깝다. 가난한 서민들도 선뜻 지갑을 열어 사 먹을 수 있는 식품”이라고 말했다.

중국 산둥성 쯔보시의 꼬치구이 음식 거리. | 웨이보

탕하오는 또한 공산당 당국이 심각한 실업난을 해결하려는 의도도 갖고 있다고 봤다.

그는 “노점에 꼬치구이 가게를 차리는 것은 초기 창업비용이 상대적으로 적게 들고 차리기도 쉽다. 중국 공산당은 현재 실업자나 생활고에 처한 이들에게 정부에 의존하지 말고 직접 노점을 차려 먹고살도록 유도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아울러 “한편으론 공산당은 계속된 경제난에 실업자들이 거대한 저항세력을 형성해 정권에 맞서는 것을 피하고 싶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2천 원짜리 꼬치구이, 식어버린 중국 내수시장

시사평론가 탕징위안은 “쯔보 꼬치구이의 유행은 중국의 불안한 번영을 보여준다”고 논평했다.

탕징위안은 “과거 중국인 관광객은 해외 사치품 쇼핑, 고급 레스토랑 순방의 대명사였다. 과소비하는 중국인 관광객은 중국의 부를 과시하는 상징적 사건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지금 언론은 싸고 맛있는 꼬치구이에 스포트라이트를 비추고 있다. 코로나19 봉쇄를 거치며 더 가난해진 빈곤층과 약해진 중산층은 앞으로 더욱 돈 쓰는 일에 신중해질 수밖에 없다. 일부 부유층을 제외하면 이게 중국의 현실”이라고 했다.

국가통계국의 4월 중순 발표에 따르면, 중국의 3월 청년 실업률은 19.6%로 1월(17.3%)에 비해 증가했다. 문제는 청년 실업률 해결이 갈수록 첩첩산중이라는 점이다.

중국은 9월에 입학해 5~6월에 졸업한다. 중국 교육부가 밝힌 올해 중국의 대학졸업자는 1158만 명으로 사상 최대다. 이미 취업난이 심각한 상황에서 올여름쯤엔 대졸자들이 쏟아져 나오게 된다. 게다가 여름방학에는 재학생들도 아르바이트 구직에 뛰어든다.

탕하오는 “청년 취업난은 중국의 경제와 민생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 중국 공산당으로서는 심각한 정치적 안정 문제다”라며 “꼬치구이 열풍 보도 이면에는 이러한 정치적 상황이 깔려 있다”고 말했다.

이어 “꼬치구이뿐만이 아니다. 최근 중국에서는 ‘젊은 부부가 노점을 차려 하루 9천 위안(약 172만원) 가까이 벌었다’, ‘항공기 승무원이 회사를 그만두고 노점에서 커피와 밀크티를 팔고 있다’ 등의 언론 보도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3월 중국의 Z세대에 해당하는 95허우(95后(1995년 이후 출생자) 부부가 노점을 차려 하루 9천위안 수익을 올렸다는 CCTV 보도. | CCTV 웨이보 캡처

그러면서 “이는 청년들에게 번듯한 직장을 기대하지 말고 노점을 차리라고 사회 분위기를 몰고 가고 있는 것”이라며 “중국 공산당의 소위 계획경제, 여론지도 공작”이라고 했다.

탕하오는 “노점을 차리고 꼬치구이를 굽는 사람이 늘어난다고 이를 경제 회복으로 볼 수 있을 것인가”라며 “일반적으로는 어떤 국가에서 경기 침체로 많은 회사가 문을 닫을 때 사람들이 노점을 차린다. 경제성장 엔진이 고장 난 경우”라고 분석했다.

그는 “노점은 명절이나 휴일에는 사람이 많이 몰리기도 하지만, 대체로 수입이 안정적이지 못하다. 또한 아무리 돈을 많이 써도 소비 금액에 한계가 있고 한두 명이 운영하기 때문에 고용창출 효과도 매우 제한적이다”라고 밝혔다.

중국 경제매체 차이신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중국 자동차 판매량은 426만1천 대로 전년 동기(491만5천대) 대비 13.4% 감소했다. 중국승용차협회는 소비자들이 자동차 회사들의 판촉행사를 지켜보며 구매 시기를 늦추고 있다고 전했다.

이는 중국 자동차 회사들이 한창 가격 인하 중인 상황과도 맞물린다. 지난 1월 테슬라를 시작으로 촉발된 가격 경쟁으로 비야디(BYD)를 비롯한 중국 업체는 물론 폭스바겐, 벤츠도 차량 가격을 낮추고 있다. 다만, 테슬라는 수익 악화 우려로 다시 가격을 인상했다.

탕하오는 “자동차 회사들의 가격 경쟁은 그만큼 소비자들의 지갑이 열리지 않고 있기 때문”이라며 “중국 공산당은 노점 장려와 꼬치구이 선전이라는 빈약한 내수시장 대책으로 경제적 무능만 노출했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