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공산당 지도부, 홍콩 선거 참패 예측 못했다…캐리 람 정세오판 때문”

선거 당일까지도 낙관…투표소 앞 행렬엔 ‘매수한 친중파 몰표’ 착각
량전
2019년 12월 9일 업데이트: 2020년 1월 2일

(홍콩=에포크타임스) 량전 기자 = 중국 공산당 지도부가 홍콩 지방선거(구의회) 선거 결과를 완전히 잘못 예측하고 있었으며,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의 정세 오판이 그 원인이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권력핵심부인 중난하이(中南海)와 가까운 소식통은 본지에 “시진핑이 홍콩 구의회 선거에서 친중파의 참패에 큰 충격을 받았다”고 전했다.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이 선거 전 “반드시 승리할 것”이라는 보고를 올려 당 지도부가 선거 결과를 오판하도록 했다는 것이다. “중국이 선거 참패 후 한동안 아무런 대책을 내놓지 못한 것도 충격의 후유증이 컸기 때문”이라고 소식통은 전했다.

지난 24일 치러진 홍콩 구의회 선거에서 범민주파 진영이 18개 선거구 총 452개 의석 가운데 388석을 차지하며 압승했다. 친중 ‘건제파(建制派)’는 59석을 얻는 데 그쳤다. 건제파가 1997년 홍콩의 중국 반환 이후 구의회를 계속 장악해온 점을 고려하면 궤멸적 타격이다.

소식통에 따르면, 중난하이는 이번 결과를 전혀 예측하지 못했다. 홍콩 관련부서인 중앙인민정부 홍콩 주재 연락판공실(중련판·中聯辦)과 홍콩마카오사무판공실은 물론 캐리 람 장관까지 모두 정세를 잘못 분석한 탓이 컸다. 특히 캐리 람 장관은 “승리한다. 지방선거를 예정대로 치르자”며 ‘이번에 저항 세력을 완전히 굴복시켜 침묵하게 하자’고 주장했다.

지난 28일 전날 트럼프 대통령의 ‘홍콩 인권·민주주의 법안’ 서명 소식이 전해졌다. 홍콩 시민들은 거리로 나와 또한번 승리감을 만끽했다. 선거 후 일주일간 매일 크고 작은 시위가 계속됐지만, 경찰의 진압 수위는 눈에 띄게 낮아졌다. 선거 전까지 물대포를 쏘고 최루탄을 하루 수천발 씩 쏟아붓던 모습과는 천지차이였다.

그 일주일 사이 중국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못했다. 워낙 예상 밖 상황에 당황해서라는 게 소식통의 설명이다.

11월 29일 홍콩섬 타이쿠 지역 시민들이 ‘점심’ 집회를 할 때 거짓말을 하는 캐리 람 장관의 포스터를 들고 항의하는 모습. | NICOLAS ASFOURI/AFP

당초 이번 지방선거는 ‘건제파에 불리하다’며 중국이 취소하리라는 예측이 많았다. 하지만 선거는 예정대로 치러졌다.

소식통에 따르면 캐리 람 장관은 선거 강행을 고집하며 두 가지 이유를 들었다고 한다. 하나는 선거 취소 시 쏟아질 국제사회의 비난여론에 대한 우려였다. 다른 하나는 홍콩 시민들이 시위대의 폭력에 대한 반감 때문에 건제파를 지지하리라는 확신이었다.

‘폭력 시위’는 친중 건제파의 선거 전략이기도 했다. 선거 전 건제파는 명보(明報), 동방일보(東方日報), 신보(信報) 등 주요일간지에 1면 전면광고를 연일 게재했다. 광고는 검은 바탕에 “당신의 1표로 폭력을 반대하고 홍콩을 구합시다(用你一票 反暴力 救香港)”라는 문구가 전부였다. 건제파 광고가 없는 일간지는 본지 에포크타임스와 빈과일보(蘋果日報), 성보(成報)의 세 곳뿐이었다. 중국 공산당은 홍콩의 대다수 언론을 장악했지만, 오히려 민심에는 귀가 멀어 있었다.

중련판, 길게 늘어선 투표 행렬에 “승리할 것이다” 착각

공산당 지도부의 오판은 선거 당일까지 계속됐다. 지도부는 전통적 지지층에 매표행위(표 매수)를 동원하면 최소 120만 표를 확보해 패배하더라도 의석 차는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중련판은 지난달 24일 각 투표소에 인력을 파견해 길게 늘어선 줄을 확인하고도 이날 12시 당 지도부에는 “친중파 승리 확실”이라는 보고를 올렸다. 투표소 앞 인파를 ‘돈 받고 투표하러 나온’ 이들로 착각했기 때문이다.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 영문판인 환구시보(글로벌타임스) 등 최소 7개 언론은 중련판의 보고를 근거로 친중파 승리 예상 보도를 냈다. 홍콩의 대표적 친중파 의원인 주니어스 호(何君堯) 등이 승리했다는 기사를 미리 써두기도 했다. 그러나 선거가 범민주 진영의 압승으로 끝나면서 해당 기사는 영영 발행되지 못했다.

지난달 24일 홍콩 지방선거 투표소 앞에 길게 늘어선 유권자들 | Chris McGrath/Getty Images

“책임자 문책에 관련부서 통·폐합 축소될 것”

패배는 문책으로 이어지기 마련이다. 홍콩 구의회 선거 후 로이터는 자체 소식통을 인용해 ‘베이징이 홍콩조직의 위기관리 방식에 불만을 갖고 있으며 왕즈민(王志民·63) 중련판 주임을 교체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도했다. 중련판 대체 기관 설치도 언급했다.

이에 관해 중난하이에 가까운 소식통은 “왕즈민 주임은 기율 처분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며 “지도부가 후임자를 물색하고 있다. 내부인물 발탁보다는 외부인사 영입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왕즈민이 이끌고 있는 중련판은 중국 중앙정부에서 홍콩 정책을 총괄하는 부서다. 그간 캐리 람 장관을 적극 지지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시진핑 정권은 홍콩의 혼란상이 달갑지 않다. 미중 무역전쟁 와중에서 홍콩 사태는 시진핑 정권의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왕즈민이 장쩌민(江澤民·93) 전 주석 계파인 상하이방 소속이라는 점도 문책성 인사 가능성을 높이는 요소다. 장쩌민 계파는 시진핑 정권 출범 초기부터 권력다툼을 사리지 않으며 도전해온 최대 라이벌 세력이다. 현재는 고령인 장쩌민 대신 2위자 쩡칭훙(曾慶紅·80) 전 정치국 상무위원이 사실상 수장 역할이다. 왕즈민은 쩡칭훙과도 각별한 사이로 알려졌다. 쩡칭훙 가족이 홍콩을 방문하면 왕즈민이 직접 물샐틈 없는 접대에 나서며 긴밀한 관계를 이어왔다.

시진핑 중국 공산당 총서기가 이번 홍콩 선거 참패의 책임을 물어 왕즈민이 한직으로 쫓아낼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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