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전인대 ‘反외국제재법’ 통과…외국기업 “투명성 우려”

中 공산당 거수기 전인대 ‘反외국제재법’ 통과…숨은 의중은?
2021년 6월 11일
업데이트: 2021년 6월 11일

서방의 거듭된 제재를 받던 공산주의 중국이 외국에 보복할 근거 법안을 통과시켰다. 중국에 진출한 외국 기업들 사이에서는 ‘희생양’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10일 중국 관영 신화통신 등에 따르면 중국 최고입법기구인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상무위원회는 이날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회의를 열고 ‘반(反)외국제재법’ 등을 표결 처리했다. 지난 7일 2차 심의에 들어간 지 사흘 만이다.

전인대 상무위는 통상적으로 법안을 세 차례 심의하지만, 이번에는 2번 만에 끝냈다. 관련 규정에서 중요한 사안은 2차 심의만으로 제정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이 법안은 지난 1월 처음 공개됐지만, 4월 극비리에 전인대 상무위 1차 심의를 거쳤고, 이번 2차 심의만에 최종 확정됐다. 공산당에서 정한 사안에 확인 도장만 찍는다고 해서 ‘고무도장’으로 불리는 전인대 통과는 이미 예정된 일이었지만, 핵심은 그 속도와 은밀성이었다.

중국에서 사업하는 유럽연합(EU) 기업들의 단체인 ‘중국 EU상공회의소’의 요르그 우트케 회장은 로이터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중국은 상당히 다급해 보인다”고 논평했다.

우트케 회장은 “중국에서 활동하는 유럽 기업들은 법안 처리 과정의 투명성 결여에 놀라워했다”며 “1차 심의를 진행했다는 것을 밝히지도 않았고 검토할 수 있는 초안도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이 법은) 외국인 투자 유치에 도움이 안 된다. 외국 기업으로서는 정치 게임의 희생양이 될 수도 있다고 여겨진다”고 덧붙였다.

반외국제재법은 미국과 EU 등 서방이 공산주의 중국의 신장 위구르족 탄압, 홍콩판 국가안전법 강행, 홍콩에 대한 통제 등에 개입한 중국 전현직 관리들을 제재하는 가운데 마련됐다.

이 법은 외국이 중국 기업과 개인을 ‘부당하게’ 제재하면 중국 정부가 나서서 지원하고 보복 조치를 하겠다는 것이 골자다. 다만 법의 정확한 내용은 알려지지 않았다.

공산당은 이번 법안을 제정하기 이전에도 서방의 제재에 맞서 미국과 EU의 정치인·학자·비정부기구(NGO)에 대해 중국 입국비자 발급을 금지하며 보복해왔다. 미국과 EU가 관련법이나 행정명령에 근거해 중국 관리들을 제재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그런 상황에서 서두른 기색이 역력한 근거 법안을 만든 데 대해 전문가들은 ‘중국에 진출한 외국 기업을 길들이기 위한 의중’으로 추측하고 있다.

줄리안 쿠 미 호프라대 국제법 교수는 “중국이 10일 통과시킨 법안은 실질적으로 두 가지를 행동에 옮긴 것”이라며 “하나는 외국 정부 관리와 그 가족, 싱크탱크, 비정부기구 등에 대한 중국의 제재 절차를 공식적으로 마련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다른 하나는 중국에서 활동하는 어떤 회사도 EU나 미국의 제재를 준수하지 못하도록 금지한 것”이라고 밝혔다.

쿠 교수의 분석에 따르면, 미국이나 유럽의 제재를 준수하는 외국 기업은 중국 정부로부터 민사소송을 당할 수 있다. 기업과 개인이 나설 필요 없이 정부가 해결사 역할을 하게 된다.

예를 들어, 신장 면화를 보이콧한 글로벌 의류브랜드 H&M은 역으로 신장 면화를 생산하는 중국 기업인 신장건설병단으로부터 이 법에 따라 소송을 당할 수 있다.

중국 EU상공회의소 우트케 회장의 ‘외국 기업 희생양’ 우려와 맞아떨어지는 대목이다.

뉴욕타임스의 중국전문 시사논평가 주밍(朱明)은 “이번 법안 통과는 미 연방상원 소속 마르코 루비오 의원을 입국 금지한 중국의 제재가 실은 아무런 법적 근거도 없었음을 증명했다”고 꼬집었다.

루비오 의원은 독일 인류학자 출신으로 신장 인권 문제를 오랫동안 추적해 온 아드리안 젠츠 등 11명과 함께 중국의 제재를 당한 바 있다.

/장민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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