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골수 공산당원, 12년간 英 노팅엄대 총장으로 재직했다

류지윤
2020년 12월 23일
업데이트: 2020년 12월 23일

국제사회로 스며든 중국 공산당원 195만명의 명단이 유출돼 충격을 주고 있는 가운데, 공산당원인 중국인이 영국의 명문대학의 총장을 12년간 역임한 사실이 새롭게 주목을 받고 있다.

한 유튜버의 추적에 따르면, 양푸자(楊福家) 전 중국과학원 상하이원자핵연구소 소장이 영국 노팅엄대학교 총장을 12년간 역임했으며, 중국 공산당(중공) 씽크탱크인 중국과학원 원사 등을 지낸 골수 공산당원이다.

앞서 지난 13일 영국 데일리 메일 등 다수 언론에 따르면, 상하이 서버에 저장됐던 공산당원 195만의 명단을 ‘대중국 의회 간 연합체(IPAC)’가 입수해 공개했다. 이 명단에 따르면 공산당원들은 영국의 외교 기관, 다국적 은행, 대형 제약회사, 학술 기관, 방위산업체 등에 침투해 암약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그런데, 이번에 영국의 어떤 대학에 공산당원이 침투했는지 구체적인 상황이 추가적으로 밝혀진 것이다.

골수 공산당원, 영국 명문대에서 12년간 총장 역임

노팅엄대학교는 세계 100대 명문대이자 영국 최상위권에 드는 대학으로 특히 에너지, 우주공학 약물개발, 생명공학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양푸자는 2001년 7월 노팅엄대 제6대 총장에 임명된 이후 지난 2013년 1월까지 재직했다.

이 사실을 추적한 유튜버 샤론(Sharon’ Talks)에 따르면 중공의 노팅엄대학 침투 실태가 서구 사회에 공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19세에 중국 공산당에 가입한 양푸자는 베이징이 세계 선두 핵 연구기관인 덴마크의 ‘닐스 보어 연구소(Niels Bohr Institute)’에 파견한 2명의 중국 핵 과학자 중 1명으로 8년간 공산당원으로 활동한 경력을 바탕으로 선발될 수 있었다.

양푸자는 한 중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덴마크에서 방문학자로 활동하면서, 자신의 연구활동을 현지 중공 대사관에 상세히 보고했다면서, 한 사례를 소개했다.

이에 따르면, 양푸자가 덴마크에서 연구한 지 2년째 되던 해 미국 군사과학원의 한 연구원이 연구 프로젝트에 참여 의사를 밝혔고, 양푸자는 이를 중공 대사관에 보고한 뒤 동의를 얻어 해당 연구원을 참여하도록 했다.

그 후 양푸자는 “모종의 상황을 고려해” 연구 보고서에 자신의 이름 대신 이 연구원의 이름을 올렸고, 이에 감동한 이 연구원은 자신이 있던 미국 군사과학원으로 양푸자를 초청하는 등 보답했다.

이로 인해 양푸자와 중국 대표단은 미국 군사과학원을 두 차례 방문했는데, 양푸자는 이를 계기로 자신의 커리어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 할 수 있었다고 털어놨다.

또한 이 소식을 전한 중국 언론은 “1983년, 중국 수소폭탄의 아버지 위밍( 明)이 미 군사과학원을 방문했는데, 이는 그의 유일한 해외여행이었다”고 했다.

양푸자는 노팅엄대 총장으로 재직하던 2004년 중국 닝보(寧波)시에 노팅엄대 닝보캠퍼스(UNNC)를 설립해 총장을 맡기도 했다.

중국의 모든 기업, 대학 등은 내부에 공산당 지부를 설치해야 한다. 이는 노팅엄대 닝보캠퍼스도 마찬가지다.

노팅엄대 닝보캠퍼스 경영진 가운데 3명은 골수 공산당원이었는데, 이사장은 저장(浙江)성 제11차 당대회 대표였고, 대학 내 공산당 위원회 서기인 잉슝(應雄)은 ‘닝보시 우수 당원’ 칭호를 받은 바 있다.

문제는 노팅엄대 닝보캠퍼스가 공산당원의 국제 학술계 침투, 일대일로 정책 추진의 교두보가 됐다는 점이다. 닝보캠퍼스 졸업장이 영국 본교와 동일한 효력을 발휘하면서, 공산당원들이 발급한 졸업장을 지닌 학생들은 영국 사회 곳곳으로 침투할 수 있었다.

미켈레 제라치(Michele Geraci, 왼쪽)는 이탈리아 경제개발부 차관으로 재직할 때 이탈리아와 중공의 거래를 성사시키기 위해 매우 열정적이었다. | IC

또한 닝보 캠퍼스에서 경제학을 가르친 이탈리아의 미켈레 제라치(Michele Geraci) 교수는 이탈리아와 중공 사이의 일대일로 참여 양해각서의 초안을 만드는 데 참여했다.

일대일로는 국제적으로 매우 논란이 많은 프로젝트로, 많은 나라에서 이를 중공의 ‘채무 함정’이라고 부른다. 거액의 자금을 빌려줘 채무 관계를 만든 뒤, 정치적·경제적 영향력으로 해당 국가를 옭아매기 때문이다.

제라치 교수는 이후에도 이탈리아와 중공의 관계를 강화하는 역할을 했다. 그는 2018년 6월 이탈리아 정부의 고위직인 경제개발부 차관으로 발탁됐는데, 이탈리아의 핵심 인프라 건설에 있어 중공과 협력에 매우 열정적으로 임했다.

국제사회가 중공의 대국민 감시를 비판할 때도 제라치 교수는 경제개발부 차관으로서 공공 안보 분야에서 이탈리아와 중공 사이의 정보 교환을 추진했다.

그러나 지난해 말 이탈리아에서는 친중 정책에 대한 비난 여론이 고조됐고, 이탈리아 정부는 조직개편을 하면서 제라치 차관을 해임했다. 그러자 제라치 전 차관은 다시 중국에 있는 노팅엄대 닝보 캠퍼스로 돌아가 교단에 서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다.

이는 영국 등 서방 각국에 중공 스파이들의 침투와 영향력이 얼마나 심각한지를 보여주는 한 사례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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