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고속철 참사 ‘보도통제’에 분노 확산

이지성
2011년 8월 3일 업데이트: 2019년 7월 22일


원저우 고속철 사고 현장에는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방문객의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사진은 지난 29일 사고 현장. STR/AFP/Getty Images


 


중국 공산당이 원저우(溫州) 고속열차 추락참사와 관련해 중국 언론매체들을 상대로 강도 높은 보도통제에 나서자 언론계와 학계를 중심으로 비판여론이 강하게 일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언론계 인사는 “중국 공산당 중앙선전부(中宣部)의 보도통제는 정부에 대한 신뢰를 훼손하고 인민과 언론매체간의 유대감을 강화할 뿐”이라고 비판했다.



중국은 미국에 이어 세계 2위의 경제대국으로 부상했다고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내부적으로는 확대된 빈부격차와 치솟는 물가로 인해 서민들의 민심을 점점 더 흉흉하게 만들었다. 노자는 ‘백성들이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으면 죽음으로 두렵게 할 수 없다’고 했다. 이는 권력자가 백성을 위협하는 무력과 형벌을 제멋대로 사용하게 되면 결국 백성은 죽음도 두려워하지 않게 되어 통제가 불가능해진다는 이야기다. 중국 인민들의 불만은 이미 죽음으로도 위협할 수 없는 상황에까지 이른 것으로 보인다.



고속철 사고 현장에 모인 주민들은 한결같이 중국정부가 세계 최대, 세계 최고속, 세계 최장이라는 중국고속철을 대내외에 과시하기 위해 졸속으로 사업을 추진한 결과가 이번 대형 참사를 낳게 했다고 입을 모으며 정부 당국을 향해 비난을 쏟아냈다.


 


주민들은 대부분 한창 일을 하다말고 나온 농민들이거나 일반 직장인들로 매우 순박해 보였는데 정부에 대한 비판에 거리낌이 없어진 모습이다. 이는 사회주의 정부인 중국에서 과거에는 보기 드문 광경이었다.



언론통제, 사고계기로 균열 조짐



열차사고 이후 정부의 통제를 받는 관영 언론들조차도 이번 일에 대해 비판의 날을 세우고 있고 인터넷과 블로그 등에서는 매일 정부를 비판하는 많은 글들이 올라오고 있다. 관영 신화통신은 전날 열차사고와 관련해 4가지 의문을 제기하며 ‘인재(人災)’라고 결론지었고 상하이 최대 권위지 ‘신민만보(新民晩報)’는 이날 정부의 정보 공개가 불투명하다며 질타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28일 문제 지적이나 논평 대신 미담을 보도하라는 중국 정부의 ‘보도지침’이 언론사들에 하달된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를 거부하는 매체들이 생기고 있다고 보도했다.



특히 일간 ‘신경보(新京報)’는 지난달 27일자에 한 면을 할애해 이번 사태에 대한 중국 정부의 불투명하고 미숙한 대처를 꼬집었다.



이런 보도에 대해 저장(浙江)성 원저우(溫州)에 파견된 신경보의 한 기자는 FT와의 인터뷰에서 “나는 사회 현안이 있을 때 최전선에 서 있고 싶어서 이 일(기자)을 택했다”고 말했다.



또 이 신문의 한 편집자는 “우리는 민영매체이기 때문에 사람들이 읽고 싶어 하는 것을 담은 신문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최대 경제지의 하나인 ‘21세기경제보도(21世紀經濟報道)’는 같은 날 사고 원인 조사가 지연되고 있는데 대해 문제를 지적하는 기사를 실었다. 또 신문은 열차의 기술과 안전에 대한 중국 정부 당국자들의 ‘자화자찬’ 발언들을 일일이 찾아 소개하기도 했다.



일부 영향력 있는 매체들의 이런 비판적인 보도는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 등을 활용한 ‘시민기자’들의 활약과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다.



이번 사건과 관련, 웨이보 사용자들은 중국 당국이 사고로 추락한 객차를 함부로 폐기하는 장면과 중국철도부장(장관)이 착용한 고급시계 등을 포착해 소개함으로써 국민적 분노에 촉매 역할을 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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