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에 넘어간 ‘뉴욕 왕궁’… 보안은 안개 속

2014년 10월 13일 업데이트: 2019년 11월 9일

뉴욕 맨해튼의 랜드마크인 초호화 호텔 ‘월도프 아스토리아 호텔’이 중국 보험 업체에 팔렸다. 호텔을 소유한 세계적인 호텔 업체인 힐튼 월드와이드는 지난 6일 맨해튼의 명소 월도프 아스토리아 호텔을 중국 안방(安邦)보험그룹에 19억 5000만 달러(약 2조 822억 원)에 매각하기로 계약했다고 발표했다.

힐튼은 호텔의 소유권을 안방에 넘기지만 별도의 운영 계약을 맺어 향후 100년간 호텔을 경영하기로 했다. 중국 업체가 미국 호텔을 사들였다는 것이 놀랄 일은 아니다. 그럼에도 힐튼이 매각한 월도프 아스토리아도 그 호텔을 사들인 안방그룹도 그저 그런 일반 회사가 아니기에 눈길을 끈다.

뉴욕의 왕궁

‘뉴욕의 왕궁’으로 불리는 월도프 아스토리아는 미국 뉴욕을 찾는 세계 정상들과 고위 인사들의 숙소이자 외교의 중심이었다. 월도프의 영업마케팅 담당 임원 매트 졸비(Matt Zolbe)는 “1931년 호텔이 건설된 이후 뉴욕을 방문한 현직 대통령들은 월도프 말고 다른 호텔에 묵은 적이 없다.”고 2012년 데일리뉴스(Daily News)에 말했다.

1950년대엔 메릴린 먼로, 알버트 아인슈타인이 투숙한 것으로 유명하다. 65년 박정희 전 대통령도 월도프에 묵었다.

유엔 총회가 열린 지난달 24~25일 박근혜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 아베 신조 일본 총리 등 18개국 정상들이 월도프에 투숙했다. 미 국무부 프레스룸도 이곳에 차렸다. 정상들은 철통 보안 속에서 국익을 위해 상대국 정상들과 회담을 나누며 철통 보안 속에서 최고급 식사와 서비스를 받았다.

아울러 호텔은 ‘세렌디피티’, ‘여인의 향기’를 비롯한 많은 영화의 배경으로도 등장했다.

中 안방그룹

월도프를 사들인 중국 안방보험그룹의 우샤오후이(吳小暉) 회장은 덩샤오핑(鄧小平)의 손녀사위로 밝혀졌다.

파이낸셜 타임스(FT)는 월도프의 새 주인이 덩샤오핑의 손녀사위 등 태자당 인사들이라고 보도했다.

2004년 당시 중국서 민간 기업이 보험 영업 허가를 받기 어려웠던 시절 우샤오후이는 태자당 인맥의 정치적 지원을 받아 안방보험을 설립했다. 현재 안방그룹의 자산 규모는 7천억 위안(약 122조 원)에 달한다.

혁명 원로나 고위 관료의 자제 그룹인 ‘태자당’이 중국 경제를 독점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블룸버그는 2012년 덩샤오핑 등 중국 3대 혁명 원로의 자제들이 보유한 국유기업 자산이 중국 국내총생산의 5분에 1에 이른다고 보도했다.

안방의 국유기업 구조

중국의 국유기업들은 미국서 부동산 매입 시 부동산 구매 제한 규제에 종종 부딪히지만, 안방그룹은 중국의 규제를 통과했다.
물론 안방그룹이 국유회사는 아니다. 하지만 다른 형태로 국유회사의 구조를 유지한다.

미-중 경제안보점검위원회(U.S.–China Economic and Security Review Commission)의 2007년 보고서를 보면, 안방은 여전히 중국 당국의 통제 아래에 있다.

보고서는 “중국 당국은 통상적으로 (안방과 같은) 그런 기업의 일부 주식을 증권 거래소에 내놓고 거래하도록 하고 모회사를 통해 나머지 주식을 소유한다. 이렇게 하면 당국이 소유한 여러 업체의 주식을 숨길 수 있다”고 설명한다.

안방의 경우, 중국 최대 자동차회사인 상하이자동차공업사(Shanghai Automotive Industry Corp: SAIC)와 중국 최대 정유회사인 중국석화(China Petrochemical Corp)를 포함한 국유회사들이 흑막에 가려진 소유권 구조에서 실제 주주다.

호텔 내 첩보활동 ‘무제한’

중국서 호화 호텔은 종종 첩보활동이 벌어지는 주요 장소다. 호텔의 감시 카메라와 다양한 시스템을 이용해 협박에서부터 절취까지 모든 스파이 행위가 이뤄진다.

미 국무부는 2012년 보고서에서 중국 호텔의 문제점을 지적한 바 있다. 보고서는 “호텔 전 객실과 사무실은 항상 현장 또는 원격 모니터링의 대상이 되는 것으로 보인다”고 기술했다.

또, 보고서는 중국 호텔 객실의 “전화·휴대전화·팩스·이메일·문자메시지 등 모든 통신 수단은 감시당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한 고객이 자신이 묵고 있는 객실서 사회적 약점이 될 만한 행동을 한다면 이를 찍은 동영상으로 협박당할 수 있다. 호텔 와이파이(Wi-Fi)에 컴퓨터를 연결했다간 해킹당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회의는 도청당할 수 있다. 칩 안에 내장된 정보를 읽는 RFID 스캐너가 개인 신분증을 원격으로 스캔할지도 모른다. 정보를 빼돌리는 첩보 방식은 무궁무진하다.

월도프는 새 주인을 맞아 “안방보험이 호텔 주요 곳곳을 개보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언론 브리핑서 안방 측 설명은 들을 수 없었다. 안방이 월도프를 첩보활동에 이용할 것이라는 증거는 없다. 하지만 중국 당국이 중국 국영 기업 주주들을 통해 월도프를 통제할 실권을 쥐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 미국은 촉각을 곤두세울 필요가 있다.

미국을 비롯해 각국의 국내 기업이 중국의 자본의 먹잇감이 되는 것은 불행을 초래할 수 있다. 중국 법률하에서 기업의 관리감독과 투명성을 지켜나간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세계 정상과 고위 관리들의 단골 숙소인 월도프 아스토리아는 무엇보다 보안이 중요하다. 투명성이 부족한 호텔서 고객 보안에 대한 우려는 커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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