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언론 과장보도에 韓國기업 ‘몸살’

이지성
2011년 7월 6일
업데이트: 2019년 7월 22일

중국시장에 진출한 한국기업들이 연일 중국 언론들의 비판적인 보도에 몸살을 앓고 있다. 중국의 ‘한국기업 때리기’가 수개월째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에는 천안함 사건과 서해상 한미연합훈련 이후 중국 정부와 언론의 ‘한국정부 때리기’가 불거졌다면 올해는 우리 기업들을 대상으로 한 부정적인 보도와 당국의 관련 대응이 계속되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매일유업과 한국 · 금호타이어다. 최근에는 농심기업도 포함됐다. 이를 놓고 국내 언론들은 겉으로 보기에는 중국 언론에서 한국기업들을 비난하는 것 같지만 실제로는 중국정부 차원에서 ‘한국기업 때리기’에 나서는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하고 있다.


 


지난 5월초 한국 국립수의과학검역원은 매일유업의 포르말린 사료 우유가 안전하다는 결과를 내놨다. 국내 4대 유제품 업체의 우유를 모두 조사했고 포르말린이 최저 0.002ppm에서 최고 0.26ppm이 검출됐다고 발표했다. 이는 세계보건기구(WHO)가 2002년 규정한 우유에서 자연적으로 존재할 수 있는 함량(0.013~0.057ppm)과 거의 차이가 없어 안전하다는 설명이었다.


 


그러나 같은 시기 중국에서는 ‘한국 우유에서 포르말린이 검출됐다’는 식의 다른 보도가 나왔다. 매일유업은 자체 조사 결과 중국 포털사이트 ‘바이두’에 게재된 매일유업 관련 기사가 5월 중순에만 1백70여 개 매체에서 4백 건 가량 쏟아졌다고 밝혔다.


 


상당수가 부정적인 기사였다. 중국 언론 ‘식품상무망’ 등은 매일유업이 중국에서 판매하고 있는 분유에서 ‘아질산염’이 나오고 한국에서도 원유에서 포르말린이 검출되는 등 문제가 있다고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매일유업 한 관계자는 “중국 언론은 국내에서 이상이 없다는 발표가 나온 뒤 한국 상황을 전하며 ‘원유에서 포르말린이 검출됐다’는 오보를 냈다”며 “‘한국 식품 전반에 안전성이 의심된다’는 기사로까지 과장보도로 이어져 안타깝다”고 말했다.


 



중국시장에 진출한 한국기업들이 잇따른 중국 언론들의 비판적인 보도에 몸살을 앓고 있다. 중국 언론들은 농심 ‘신라면 블랙’의 과징금 부과 사실을 계속 보도하며 농심을 부도덕한 기업으로 몰아가고 있다.

 


한국기업을 부도덕 기업으로 몰아


 


최근에는 농심 ‘신라면 블랙’에 대한 허위·과장 광고 과징금 불똥이 중국 시장으로 확대되고 있다. 지난 달 29일 중국 주요 언론들은 농심이 프리미엄 제품으로 판매해온 ‘신라면 블랙’에 대해 한국의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허위·과장 광고로 1억55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 받은 사실을 크게 보도했다.


 


농심 신라면 과징금 기사는 전날 중국 최대 인터넷포털인 바이두의 추천기사 3위에서 이날 2위로 한 계단 상승했으며, 관련기사를 보도한 언론도 전날 12곳에서 이날 50곳으로 확대됐다.


 


문제는 집요한 중국 언론들이 농심 ‘신라면 블랙’의 중국시장 판매 사실을 조장하며 중국에서 과장 광고로 적발되면 최고 20만위안(3천360만원)의 과징금이 부과된다는 사실을 소개하며 농심을 계속 부도덕한 기업으로 몰아가고 있다는 점이다.


 


법제만보(法制晩報)는 이날 보도에서 농심 중국법인 관계자가 중국에서 ‘신라면 블랙’을 판매하지 않는다고 밝혔으나 인터넷 쇼핑몰인 타오바오(淘寶)에서 신라면 블랙이 1봉지에 7.5위안씩 판매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에 대해 농심 관계자는 “‘신라면 블랙’은 한국에서만 생산되며 중국에서는 공식적으로 수입되고 있지 않는데 일부 보따리상이 제품을 들여와 판매하고 있는 것 같다”면서 “언론보도가 확산하고 있어 추이를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집요한 문제제기로 소비자들 자극


 


이에 앞서 금호타이어와 한국타이어 기업도 중국 언론의 비판적인 보도로 된서리를 맞은바 있다. 이 기업들은 중국 완성차 업체들에 공급되는 타이어 판매시장 점유율에서 금호가 1위를, 소비자용 타이어 판매시장에서 한국이 1위를 각각 차지하고 있다.


 


금호타이어는 지난 3월 중순 중국중앙방송(CCTV)의 ‘소비주장’이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금호타이어가 타이어 제조과정에서 재생 타이어 비율을 20%로 제한해야 하는 중국 규정을 지키지 않았다는 보도로 곤욕을 치뤘다.


 


금호타이어는 규정위반이 아니라며 부인하다 언론의 집요한 비난으로 결국 관련 제품을 모두 무상으로 교환하는 등 리콜 방침을 발표했지만 파장은 쉽게 잦아들지 않았다. 연합뉴스는 4월 보도에서 “중국 언론들은 CCTV 보도 후 ‘마녀사냥’에 나서듯 금호타이어 제품의 중대 결함이 있는 것처럼 소비자를 자극하고 완성차 업체들에 금호타이어 제품을 장착하면 문제가 있다는 식의 보도를 쏟아냈다”고 전했다.


 


금호타이어는 이로 인해 톈진공장이 2개월 23일간 소비자인증인 ‘3C인증’을 박탈당하는 등 큰 피해를 입었다. 3C인증을 박탈당한 공장에서 생산한 제품은 중국에서 판매할 수 없다. 금호타이어는 중국 생산규정을 위반한 사실이 없는데도 이른바 ‘여론재판’에 회부돼 품질문제가 있는 기업으로 몰리게 된 것이다.


 


금호타이어 논란과 함께 한국타이어에 대해서도 국가질량감독총국이 안정성 우려를 제기하면서 문제가 계속 확산돼 나갔다. 특히 한국타이어에 대해서는 언론과 민간 부문에 이어 정부기관까지 동참하는 듯한 인상을 주며 파장을 확산시키는 분위기다.


 


정부가 정조준하고 언론은 ‘때리기’


 


중국 내 유통되는 공산품의 품질 감독을 전담하는 중국 국가질량감독총국은 5월 초 ‘한국타이어의 일부 제품에 존재하는 품질안전 관련 잠재적 위험에 관한 경고 통지’를 홈페이지에 게시했다.


 


총국은 통지에서 “최근 전문가들이 장쑤 한국타이어유한공사가 생산한 타이어에 대해 조사를 벌였다”며 “조사결과에 따르면 설계 또는 제조공정의 문제로 타이어 내부의 케이블이 외부로 노출돼 타이어가 폭발하는 사고가 발생해 안전운행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밝혔다.


 


사태가 이렇게 진전되자 중국경제주간 인터넷판은 5월 7일 “2005년부터 한국드라마의 수출총액이 하락하면서 ‘한류(韓流)’가 ‘한류(寒流)’가 됐다”며 “이 ‘한류(寒流)’가 TV드라마산업에서 타이어산업으로 번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경제주간은 또 한국타이어제품에 대한 고발이 급증하고 있다며 “동관의 한 소매상의 경우, 2010년에 생산된 제품 20여개 중 8개 제품에서 폭발사고가 일어났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또 이 소매상이 한국타이어 측에 여러 차례 요청한 끝에 실시된 자체 조사에서 100여 개 타이어 중 30%가 문제제품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이 같은 중국 언론들의 보도는 지나치게 부풀려졌고 당국의 대응도 석연치 않다는 시각이 많다. 한국타이어와 금호타이어는 중국 내 시장점유율 1, 2위를 다투며 중국 자동차시장 성장의 혜택을 누리고 있었고, 중국이 2009년 이후 3년째 세계 최대 자동차 판매시장으로 부상했지만 그 과실을 한국 타이어 업체 두 곳에서 나눠 갖고 있는데 대해 불만족스러워했다는 분석이다.


 


금호타이어의 문제점을 제기한 지난 3월 15일자 중국 CCTV의 ‘소비주장‘ 프로그램은 CCTV를 비롯해 최고인민검찰원, 공업정보화부, 공안부, 상무부 등 중국 14개 주요 국가기관들이 공동으로 만든 프로그램이다.


 


이 프로그램은 2010년 6월과 7월, 그리고 올해 1월에 기자가 잠입해서 취재할 만큼 치밀하게 준비됐다. 회사 내의 문제점을 찾아내기 위해 중국 정부가 정조준해서 1년간 집중적으로 은밀하게 조사했던 것이다. 그만큼 현재의 언론 보도는 언론뿐만 아니라 중국정부도 가담하고 있다는 증거로 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중국정부는 지난해 12월1일부터 외자기업들에 지난 20여년 동안 적용해 왔던 교육부가세 등 마지막 남은 세금 우대 정책을 폐지시켰다. 최근에는 국무원 법제반이 4년 만에 ‘외상(外商) 투자산업 지도 목록’을 수정, 외자유치 정책이 기술이전을 전제로 하는 전략성 신흥산업 분야로 전환했다. 최근 중국 언론의 비판 보도가 외자기업으로 집중되는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과거 중국에서 인기 높았던 한국드라마가 중국 당국의 규제와 이에 대한 언론의 지원으로 2000년대 중반부터 가파르게 내리막길을 걸었던 사례를 한국기업들이 반복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박한진 코트라(KOTRA) 베이징 코리아비즈니스센터 부장은 “중국의 외자기업 정책은 외국자본을 선별적으로 허용하겠다는 쪽으로 이미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넌 느낌”이라며 “향후 중국 정부 정책과 내수시장의 변화를 제대로 파악하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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