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내, 가을이다, 사랑해” 세 마디 남기고 소천한 94세 ‘최고령 의사’ 한원주

이서현
2020년 10월 6일 오전 11:58 업데이트: 2022년 12월 13일 오후 5:35

오랜 세월 소외된 환자를 돌보던 국낸 최고령 현역 의사인 한원주 선생이 향년 94세로 소천했다.

5일 경기 남양주 매그너스요양병원과 유족 측은 한원주 매그너스요양병원 내과 과장이 지난달 30일 숙환으로 별세했다고 밝혔다.

고인은 지난달 중순께 노환이 악화돼 서울 아산병원에 입원했다.

지난달 23일에는 말년을 헌신한 매그너스요양병원으로 돌아 생의 마지막 일주일을 보냈다. 이는 고인의 마지막 뜻이었다.

유튜브 채널 ‘극동방송’

고인은 지난달 7일까지 매그너스요양병원에서 직접 환자를 진료했던 국내 최고령 현역 의사다.

‘사랑으로 병을 나을 수 있다’는 지론으로 환자들에게 정성을 다한 의사로도 유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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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인은 독립운동가이자 의사였던 부친 한규상 씨와 독립운동가 어머니(박덕실) 사이에서 태어났다.

1949년 고려대 의대 전신인 경성의학여자전문학교를 졸업해 산부인과 전문의를 취득했다.

물리학자였던 남편을 따라 미국에서 내과 전문의를 따고 10년간 내과의로 활동했다.

 

유튜브 채널 ‘극동방송’

한국으로 돌아와서도 환자들이 줄을 설만큼 유능한 개업의로서 돈도 벌 만큼 벌었다.

40여 년 전 남편과 사별한 후 개인병원을 정리한 후, 의료선교의원을 운영하며 무료 진료 봉사활동을 펼쳐 왔다.

2008년에는 의료선교의원에서 은퇴한 뒤 남양주시 매그너스 재활요양병원 내과 과장을 맡아 직접 환자를 진료했다.

연합뉴스

아흔이 넘어 무슨 진료냐며 불신의 의혹을 보내는 이들도 있었다.

하지만 고령의 환자들에게 말동무가 되어주고, 위로해주고, 공감해주는 고인은 환자들이 가장 사랑하는 의사였다고.

사랑과 헌신으로 환자를 돌보는 고인을 병원 직원들은 예우 차원에서 ‘원장님’이라고 불렀다.

매그너스요양병원 관계자는 “모든 직원의 정신적 지주였던 원장님께서 돌아가셔서 갑자기 어깨가 다 무너진 것 같다”며 “환자분들도 한마음으로 안타까워하고 슬퍼했다”고 전했다.

이어 “병상에서 ‘원장님’하고 불러드리면 눈을 크게 깜박이셨으며, 조용히 마지막 길을 떠나셨다”고 울먹였다.

KBS1 ‘인간극장’
유튜브 채널 ‘극동방송’

특별했던 고인의 삶은 2018년 KBS1 ‘인간극장’을 통해 소개되기도 했다.

당시 2017년 JW중외제약의 중외학술복지재단 성천상 수상자로 선정돼 받은 상금 1억 원을 모두 기부했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지난해 가을에는 ‘백세 현역이 어찌 꿈이랴’는 제목의 에세이집도 재출간하고, 별세 직전까지 환자들 곁을 지키며 왕성하게 활동했다.

고인이 별세 전 가족과 직원들에게 마지막으로 단 세 마디를 남겼다고 한다.

“힘내, 가을이다, 사랑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