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중국 경제…4월 청년 실업률 사상 최고 20.4%

강우찬
2023년 05월 18일 오후 1:46 업데이트: 2023년 05월 18일 오후 2:05

코로나19 기간 노동인구 4천만명 이상 대폭 감소
노동인구 감소에도 청년 실업률은 사상 최고 경신
당국 “경제 호전 중”…전문가들 “디플레이션 위기”

중국의 청년 실업률이 20%를 넘어서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불리한 통계는 부풀리거나 줄이는 중국의 관행상 실제 실업률은 더 높을 것으로 여겨진다.

16일 중국 국가통계국 발표한 최신 데이터에 따르면 4월 중국 전역의 청년(16~24세) 실업률은 20.4%로 2018년 집계 이후 최고치를 나타냈다. 종전 최고 기록은 2022년 7월 19.9%였다.

이로써 중국의 올해 청년 실업률은 1월 17.3%를 나타낸 이후 2월 18.1%, 3월 19.6%에 이어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반면 4월 도시지역 실업률은 5.2%로 전월 대비 0.1%포인트 하락하며 2022년 이후 최저 수준을 나타냈다. 청년 실업률은 사상 최고를 경신하는데 전체 실업률은 오히려 떨어지는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이러한 현상의 원인으로는 노동인구의 급격한 감소가 거론된다.

블룸버그 통신이 지난달 중국 국가통계국 자료를 인용한 바에 따르면, 중국의 노동인구는 코로나19 발생 전 7억7470만 명에서 작년 7억3350만 명으로 무려 4120만 명 줄어들었다.

중국 측 전문가들은 인구 고령화로 인해 경제활동 가능 연령대(16~59세)가 줄어들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지난 3년간 은퇴 연령(60세)에 도달한 중국인들이 급격히 늘어났다는 설명이다.

코로나19 사망자도 변수다. 중국 공산당 당국이 공식 발표한 지난 3년간 코로나19 사망자는 8만3천여 명이다. 그러나 당국이 코로나19 관련 통계를 은폐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실제 사망자는 훨씬 크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중국의 청년 실업률은 앞으로가 더 문제다. 중국의 졸업시즌인 5~6월에는 사상 최대 규모인 1158만 명의 대졸자가 쏟아진다. 대학원 진학이나 유학을 고려하는 이들을 고려하더라도 대다수가 구직시장에 몰려 취업난이 더 가중될 전망이다.

중국 국가통계국 푸링후이 대변인은 “현재 관련 부서에서 지원 정책을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있다”며 “청년 실업률이 점차 개선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중국 경제관찰보는 구인구직 플랫폼 즈롄자오핀의 리창 부대표의 발언을 인용해 “최근 몇 년간 대졸자 수가 계속 증가했고 이미 누적된 실업자에 향후 추가될 대학 졸업자들로 인해 앞으로 몇 년간 고용시장의 압력이 눈덩이처럼 커질 것이 확실하다”고 전했다.

수도경제무역대학의 고용연구소 장청강 소장은 “2020년 이후 중국의 청년 실업률은 지속적으로 상승해왔다”며 “이는 청년 실업률이 중국 경제의 중장기적 문제가 됐음을 의미한다”고 밝혔다.

청년실업률, 수년간 지속…인플레이션 우려도

중국 공산당과 지방정부들은 실업난 대책의 하나로 청년들에게 농촌행과 노점 창업을 장려하는 실정이다.

룽화과학기술대학의 라이룽웨이 교수는 중국에서 경제활동이 가장 활발한 지역 중 하나인 광둥성 정부가 실업 청년 30만 명에게 농촌행을 권유하는 정책을 도입한 일을 예로 들었다.

라이 교수는 “일자리 정책은 공급과 수요를 모두 살펴야 한다”며 “중국 전역에서 대졸자 증가는 피할 수 없는 추세인 데 반해 민간기업의 일자리 공급은 오히려 줄었고 전혀 늘지 않았다. 실업률 증가는 예정된 일”이라고 말했다.

사실상 도시지역에서 일자리 창출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정부가 궁여지책으로 청년들의 농촌행을 촉구할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다.

청년 실업 외에 중국 경제의 또 다른 문제는 디플레이션(물가 하락) 우려다.

국가통계국은 최근 4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년 동기 대비 0.1% 상승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3월(0.7% 상승)보다 낮은 수치다.

경제매체 중신경위에 따르면 4월 중국 31개 성의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 동기 대비 증가율이 모두 하락했다. 상하이, 랴오닝 등 7개 성은 증가율이 마이너스(-)였다. 특히 상하이가 3월 0.9%에서 4월 -1.1%로 하락폭이 가장 컸다.

중국의 4월 생산자물가지수(PPI)는 전년 동기 대비 3.6% 하락해 거의 3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시장 일각에서는 제조업 부진이 디플레이션 압력을 악화시켰다고 해석했다.

국가통계국은 소비자물가지수 하락에 대해 야채류 가격 인하, 돼지고기 등 육류 공급 확대로 인한 가격 안정이라는 입장이다.

그러나 재미 경제학자 청샤오눙은 디플레이션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청샤오눙은 “중국 소비자물가지수가 현재 소폭 상승하고 있으며, 상품 생산 비용과 물가의 변화를 반영하는 생산자물가지수는 급격하게 하락하고 있다”며 “경기 후퇴가 전망된다”고 했다.

이어 “현재 중국 중산층은 사업자금, 부동산 투자금, 주식 투자금을 모두 은행예금으로 현금화하는 추세를 나타낸다”며 “경제 전망을 매우 비관적으로 보고 있기에 생존 전략을 사용하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반면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지난 15일 ‘2023년 1분기 중국 통화정책 이행보고서’를 발표하며 “현재 중국 경제에 디플레이션은 없다”고 강조했다.

인민은행에 따르면 디플레이션은 일반적으로 물가의 지속적인 마이너스 성장, 통화 공급량( M2) 감소, 경기 침체를 동반하는데, 중국 물가는 완만하게 상승하고 있으며 특히 근원 CPI(농산물, 원자재 등 가격변동이 심한 품목을 제외한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 대비 약 0.7%로 안정적이므로 장기적으로 볼 때 디플레이션 조건을 충족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자금, 시중에 안 돌고 은행에만…내수 활성화 ‘아직’

청샤오눙은 공식적으로는 중국의 통화 공급이 여전히 확대되고 있으며, 경기부양책을 위해 유동성을 공급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돈이 은행에 묶여 있을 뿐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은행들은 개발사업을 벌이려는 지방정부 외에 우량 대출 대상을 찾지 못하고 있다”면서 최근 상하이푸동개발은행이 직원들의 급여를 삭감한 일을 예로 들어 은행들이 대출상품으로 이자수익을 내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청샤오눙은 “중국 은행들의 현재 상황은 경제 전반에 걸쳐 위축이 일어나고 있으며 그것이 더 빨라지고 있음을 의미한다”고 덧붙였다.

중국 경제가 디플레이션에 빠질 것인지에 대해서는 소위 중국의 ‘체제 내’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견해가 엇갈리고 있다.

경제매체 중국증권망에 따르면, 중국 공산당 국무원 직속 국립연구기관인 중국사회과학원의 세계경제정치연구소 장빈 부소장은 “중국 경제는 코로나19 이후 회복 단계에 있고 국내 소비와 투자가 완만한 회복 과정에 있다”며 “중국 경제는 디플레이션에 빠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사회과학원 류위후이 교수는 제일재경과의 인터뷰에서 “중국 경제의 기복이 디플레이션 위험”이라고 말했다.

류 교수는 “지난 14개월간 통화 공급량이 37조 위안 증가했으며 특히 지난 2개월간 9억 위안이 늘어났지만 디플레이션을 막지 못했다”며 “내수가 충분한 성장을 찾지 못하면 경제 전체가 직면한 주요 모순은 ‘인플레이션’이 아니라 ‘디플레이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만 투자자문회사인 원바오자산관리그룹의 주청즈 회장은 RFA와의 인터뷰에서 “중국 경제가 아직 충분히 활성화되지 않아 자금은 그대로 은행에 예치된 상태로 돌지 않을 것이며 경제도 엉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