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해 충돌…美 “더는 실수 말라”, 러 “전쟁 개입 증거”

한동훈
2023년 03월 16일 오전 11:37 업데이트: 2023년 03월 16일 오후 12:56

미국, 비판은 했지만 우발적 사고에 무게
러시아, 응수하면서도 소통 필요성엔 동의

우크라이나 남부 흑해 상공에서 미군 무인기(드론)과 러시아 전투기가 충돌한 가운데,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이 이를 비판했다.

오스틴 장관은 15일(현지시간) 제10차 우크라이나 방위 연락그룹과의 회의에서 미군 드론에 대한 러시아의 공격을 “무모하다”고 말했다.

미군 당국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크림 반도 남쪽 국제수역 상공에서 통상적인 정찰임무를 수행하던 미 드론 MQ-9은 러시아 수호이(Su)-27의 교란비행으로 인해 결국 추락했다.

수호이-27은 드론에 장착된 카메라와 센서 등 정찰장비를 무력화하기 위해 MQ-9 위에서 날며 연료를 뿌렸고, 이 과정에서 두 기체가 충돌해 MQ-9의 프로펠러가 파손됐다. 미군은 이에 드론을 추락시켰다.

오스틴 장관은 드론에 연료를 뿌린 러시아 전투기에 대해 “위험하고 무모하며 전문가 답지 못한 행동”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러시아 전투기는 MQ-9 드론을 추격해 충돌을 일으켰다”며 “이 위험한 사건은 국제 공역에서 러시아 조종사들에 의해 벌어진 위험하며 안전하지 않은 행동 패턴의 일부”라고 비판했다.

오스틴 장관은 이번 공격으로 미군의 활동을 위축시키지는 못할 것이라며 “실수하지 말기 바란다. 미국은 국제법이 허용하는 곳이면 어디에서나 계속 비행하고 작전을 수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미국은 러시아 조종사의 공격이 의도적인 것은 아니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며 이번 충돌이 크게 번지는 것을 차단했다.

러시아는 이번 충돌에 대해 미국이 우크라이나 전쟁에 직접 개입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건이라고 주장했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객관적 사실을 무시하는 도전적인 행동은 미국이 대결 상황을 확대하기 위해 도발 구실을 끊임없이 찾으려 노력하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비난했다.

하지만 러시아 국방부는 세르게이 쇼이구 국방장관이 오스틴 장관의 요청에 의해 전화 통화를 갖고 서로 입장을 교환했다면서 “잘못된 계산을 하는 것을 막을 수 있다”고 밝혔다.

이번 충돌로 서로 상대방을 비판은 하겠지만 더 큰 충돌로 번지는 것은 피하겠다는 의도를 분명히 한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은 러시아의 공격에 맞서 우크라이나 방위에 거액의 자금과 군사장비를 지원하고 있다. 최근에는 정밀 무기, 대포, 장갑차 작전을 지원하기 위해 추가로 4억 달러의 군사 지원을 발표했다.

우크라이나 방위 연락그룹 참가국들도 탱크, 방공 자산 및 기타 장비를 제공하고 있다.

이 연락그룹은 미국이 주도하며 유럽과 중동, 인도·태평양 등 50개국 국방 당국자들이 참가하고 있다. 이날 가상회의에서 참가자들은 러시아의 침공에 맞서 우크라이나의 방위를 지원하겠다는 약속을 재확인했다.

오스틴 장관은 이날 회의에서 연락그룹 참가국에 공약 이행을 촉구하면서 “지속적인 결의와 단결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일부 미온적인 참가국에 적극적인 지원을 당부한 것이다.

또한 오스틴 장관은 발언 말미에 “나는 우리가 장기적으로 우크라이나의 방위를 지원할 것이라고 전적으로 확신한다”며 단기적인 지원에만 그쳐서는 안 된다는 점도 언급했다.

* 이 기사는 사바나 포인터 기자가 기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