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 ‘통화기록’ 보고 눈물 쏟은 아들이 아버지를 향해 털어놓은 속마음

이서현
2019년 12월 31일 오후 3:10 업데이트: 2022년 12월 20일 오후 5:34

부모는 평생 자식을 짝사랑한다는 말이 있다.

시간이 흘러 자식이 부모가 되면 그 짝사랑의 깊이를 이해할 수 있다고도 한다.

조금이라도 빨리 그 짝사랑을 깨달을 수 있다면 후회할 일이 조금은 줄어들지 않을까.

지난 29일 서울대학교 대나무숲에는 군인 아들이 아버지께 바치는 글 한 편이 올라왔다.

여느 평범한 아버지와 아들의 관계였지만, 아들은 문득 통화 기록을 살펴보다 깨달았다.

아버지가 어떤 사랑을 주셨는지 그리고 자신이 그 사랑에 얼마나 무심했는지 말이다.

기사와 관계 없는 자료 사진 | tvN ‘응답하라 1988’

글쓴이는 “어제 통화기록을 보고 울고 말았습니다. 어머니께 서른두 통의 전화를 걸 동안 차마 아버지께는 한 통의 전화도 걸지 못했던 제가 너무 부끄러웠습니다”고 글을 시작했다.

그는 석 달 만에 아버지께 처음 전화를 처음 드려 그저 목소리가 듣고 싶어서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아버지는 아들에게 무슨 일이 생긴 건가 걱정이 앞섰고 그 반응에 다시 눈물을 흘릴 수 밖에 없었다.

글쓴이는 올해 첫날, 가족을 모두 태우고 해돋이를 보러 가면서 아버지가 했던 말을 떠올렸다.

“최고의 여자랑 결혼했고, 훌륭하게 두 아들을 키웠으니 앞으로 건강하게만 자라주었으면 좋겠다. 너희만 행복하면 그걸로 행복할 것 같다.”

가족의 존재만으로도 벅차하던 아버지를 두고 글쓴이는 도망치듯 군대로 떠났다. 훈련소로 들어서는 아들을 아버지는 말없이 지켜봤다.

기사와 관계 없는 자료 사진 | 연합뉴스

글을 올리기 하루 전, 그는 야간 당직 근무 중 무심히 하늘의 별을 보다 어릴 적 별자리를 알려주던 아버지를 추억했다.

유난히 반짝이는 별을 보면서 왜 아버지가 그토록 별을 좋아하셨는지도 조금은 깨닫게 됐다.

글쓴이는 “다음 주, 저는 휴가를 나갑니다. 이번엔 제가 운전하겠습니다. 이번엔 제가, 당신을 위해 소원을 빌겠습니다”라며 “새로운 한 해의 태양을 보며 아버지랑 커피 한 잔을 마시고, 새로운 한 해의 달을 보며 아버지랑 술 한 잔 마시고 싶습니다”라고 적었다.

이어 자신과 같은 스물두 살의 아버지 모습을 궁금해하며 이렇게 덧붙였다.

“이제는 아버지께 한번 여쭤보고 싶습니다. 당신은 무엇을 원했고, 무엇을 위해 살았는지, 무엇을 꿈꾸셨는지. 보고 싶습니다. 아버지.”

기사와 관계 없는 자료 사진 | tvN ‘응답하라 1988’

글을 접한 누리꾼들은 “아버지께 든든한 친구가 되어주세요” “스물두 살에 나는 왜 이런 생각을 못 했을까” “아빠 사랑해요”라며 다양한 반응을 보였다.

한 누리꾼은 “친구랑 놀기 바빠 아버지랑 시간 많이 못 보냈는데 돌아가시고 나니 있을 때 잘하란 말이 세상 가장 귀한 조언이었음을 깨닫습니다”라고 털어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