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생활하며 3년 넘게 기른 머리카락 잘라서 기부한 40대 직장인

이서현
2021년 02월 16일 오전 10:24 업데이트: 2022년 12월 13일 오전 11:23

“진짜 자르시는 거 맞으시죠?”

누가 봐도 애써 기른 긴 머리를 싹둑 자르겠다는 남성의 말에 미용사는 재차 물었다.

지난 1일 온라인 커뮤니티 보배드림에는 자랑 좀 하겠다는 한 이용자의 글이 올라왔다.

글쓴이는 우선 머리카락을 기부하게 된 사연을 털어놨다.

그는 본인을 40대 중반의 평범한 직장인이자 두 아이를 둔 한 집안의 가장이라고 소개했다.

기부는 5만 원 정도의 정기 후원이 전부였다고.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영화 ‘힘을 내요, 미스터 리’

그러다 3~4년 전에 우연히 아동암센터를 다룬 다큐멘터리를 보게 됐다.

두 아이를 둔 아빠로서 소아암 환자들의 아픔이 더 크게 다가왔고, 가발이 얼마나 절실하게 필요한지도 알게 됐다.

그때부터 머리카락 기부를 결심하고 실행에 옮겼다.

회사생활을 하면서도 머리를 기르자니 어려움이 많았다.

주변 사람들은 “왜 기르냐?” “네가 자연인이냐?” “도 닦냐?” 등 온갖 소리를 들어야 했다.

그때마다 그는 “내 꿈이 장발로 무대 위에서 기타를 치는 거다”라고 너스레를 떨며 웃어넘겼다.

머리카락을 관리하는 일도 쉽지 않았다.

머리를 감고 말리는 데만 삼십 분이 걸렸다. 밥을 먹을 땐 머리카락이 입으로 같이 들어왔다. 바람이 부는 날에는 머리카락에 따귀를 맞기도 했다.

온라인 커뮤니티 ‘보배드림’

이런 어려움에도 모질게 3년 이상을 견뎠다.

머리카락이 드디어 30cm를 넘겼다. 기부가 가능한 머리카락 길이는 25cm 이상이다.

기부를 할 수 있게 된 그는 최근 신경 써서 머리를 감고서 미용실을 찾았다.

긴 머리를 자르겠다는 그에게 미용사는 머뭇거리며 의사를 다시 확인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사진을 한 짱 찍고서 주저함 없이 말했다.

“기부 예정입니다. 최대한 머리카락 길게 살려서 컷해주세요.”

미용실을 나온 그는 자른 머리카락을 지퍼백에 담아 보냈다고 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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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부디 보잘것없는 제 머리칼이 암과 힘겹게 싸우고 있는 어린 친구들에게 조금의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라며 “여러 방향으로 선한 영향력이 있는 기부가 이어지길 바라며 자랑하려고 글을 쓴다”고 적었다.

해당 글을 확인한 이들은 “실천하는 삶 대단하다” “3년 기르는 동안 얼마나 말들이 많았을까요” “멋지다. 회사 다니면서 하기 힘드실 텐데” “이런 아빠의 모습을 보고 자란 아이들도 참 행복할 것 같습니다”라며 그의 실천력과 선한 마음에 박수를 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