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된 시진핑 찻잔 2개…日 언론 “집권 연장 은유” 해석

류지윤
2021년 03월 13일 오후 6:20 업데이트: 2021년 03월 13일 오후 6:30

올해 양회에서 시진핑 홀로 찻잔 두 개를 차지하는 호사를 누려 열띤 토론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일본 언론은 두 개의 찻잔은 시진핑이 ‘사람이 떠나면 차도 식는(人走茶凉)’ 꼴을 당하지 않는다는 숨은 뜻이 있다며 ‘차 한잔을 다 마셔도 다음 잔이 기다리니 시진핑이 3연임을 할 것임을 암시한다’고 풀이했다.

지난 10일 니혼게이자이(닛케이) 신문의 보도에 따르면, 올해 양회에서 시진핑 앞에는 차 두 잔이 놓여 있었고, 리커창 총리를 포함한 다른 상무위원 6명 앞에는 한 잔밖에 보이지 않았다. 심상치 않은 광경이다.

이런 디테일은 중공의 정치 환경에서 중요한 상징적 의미가 있다. 중국 속담에 ‘사람이 떠나면 차도 식는다’는 말이 있는데, 보도는 2015년 8월 중공 기관지 인민일보의 칼럼을 인용해 찻잔 두 개의 숨은 뜻은 시진핑의 집권 기간이 ‘기한도 없이 길어진다’는 것이라고 했다.

런민일보의 칼럼은 “퇴직 후 ‘사람이 떠나니 차도 식는’ 꼴이 되고 싶지 않은 간부들이 온갖 방법으로 권력을 확장해 정책 여하를 불문하고, 정치의 도덕적 영향력은 개의치 않고 그 ‘차’가 시종일관 뜨겁도록 애쓴다”고 지적했다.

보도에 따르면 시진핑 앞에는 차 두 잔이 놓여 있고, 첫 번째 잔(10년의 임기)도 아직 식지 않았는데 또 한 잔의 따뜻한 차가 기다리고 있다는 것이다. 만약 첫 잔이 2012년부터 2022년까지 시진핑의 첫 임기(5년씩 두 번)를 의미한다면, 두 번째 잔은 20차 당대회에서 연임하게 되어 이어질 또 다른 5년을 의미하는 것일까? 10년? 아니면 사실상의 종신 집권?

하지만 두 개의 찻잔이 독살을 막기 위한 것일 수도 있고, 건강상의 이유로 두 잔에 각각 시진핑이 복용할 약이 들어있을 수도 있다는 해석도 있다. 그러나 어떤 이유에서든 시진핑이 다른 대접을 받은 것은 모두가 아는 사실이다.

외부는 두 개의 찻잔이 세간의 관심을 끈 뒤 지난 10일 정치협상위원회 폐막식에서 시진핑 앞에 놓인 찻잔이 다시 한 개가 됐다는 점에 주목했다. 보도는 시진핑의 이와 같은 대담한 현실 권력이 내부 저항을 받고 있는 것 아니냐는 추측을 내놓았다.

하지만 지난 11일 인민대표대회 폐막식에서 시진핑 앞엔 다시 두 개의 찻잔이 등장해 시진핑의 강세가 돋보였다.

시진핑의 ‘찻잔’ 후계 공연과 함께 시진핑의 후계자에 관한 화제가 재차 뜨거워졌다. 중공 관례에 따르면 시진핑은 2022년 말 총서기와 군사위원회 주석 임기가 공식적으로 끝난다. 국가 주석으로서의 두 번째 5년 임기는 2023년 봄에 끝난다.

올해 양회에서는 이치대로라면 후계자 인선이 명확하게 드러나야 한다. 하지만 시진핑은 지난 2018년 개헌을 통해 국가주석 임기를 무한정 연장했다. 시진핑은 최근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는데, 20차 당대회 재선을 위한 포석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CNN은 스티브 창(曾銳生) 런던대 산하 중국연구소 소장의 말을 인용해 “예기치 못한 일이 벌어지지 않는 한 후계자는 한 명뿐일 것”이라고 보도했다. 다들 누가 시진핑의 후계자인지 정확히 알고 있을 것이다. 시진핑 본인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