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재 현장에서 ‘자식 잃은 부모’의 모습을 눈앞에서 본 소방관이 쓴 글

김연진
2021년 02월 16일 오후 3:31 업데이트: 2022년 12월 13일 오전 11:22

화재로 목숨을 잃은 자식을 앞에 두고, 70대 어머니는 흐느껴 울었다. 주름이 깊게 팬 얼굴 위로 뜨거운 눈물이 쏟아졌다.

그 모습을 눈앞에서 목격한 소방관들은 큰 충격에 빠졌고, 모두 숙연해져 고개를 푹 숙이고만 있었다.

당시 현장에 있던 구조대원 한 명이 목격담을 전했다.

최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의무소방대에 복무했던 청년 A씨의 사연이 공개됐다.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연합뉴스

그는 “자식이 죽었을 때, 부모가 우는 모습을 본 적 있어? 나는 의무소방 복무하던 시절에 직접 봤다”고 입을 열었다.

이어 “갑자기 긴급 구조 상황이 발생해 발전소로 출동했다. 감전사고였다. 한 기술자가 전기 설비를 잘못 만져서 감전되는 사고가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들것, AED(자동심장충격기)를 들고 현장으로 구조대가 진입했다. 현장에서 사고 피해자를 봤는데… 감전으로 정말 까맣게 탔더라. 탄 냄새가 코를 찔렀다. 피해자의 동료들이 주변에서 우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고 전했다.

A씨는 “그때 보호자가 도착했다. 60~70대로 보이는 할머니셨다. 황급히 뛰어오더니 ‘내 아들 어디 있냐’고 물으시더라. 차마 말을 못 하겠더라. 누구도 대답을 하지 못하고 죄송하다고 말씀만 드렸다”고 말했다.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연합뉴스

감전사고 현장에서 까맣게 타버린 시체가 자신의 아들임을 직감하신 어머니는 그 자리에 쓰러져 울기 시작했다. 그 소리가 사고 현장을 집어삼켰다.

“그건 사람 소리가 아니었다. 그건 사람 소리일 수가 없어. 온몸에 소름이 끼치고 다리에 힘이 풀려”

“내 아들 손 한 번만 잡아주겠다고 시신이 있는 쪽으로 달려오시는데, 장정 세 명이 달라붙어 어머니를 말렸다. 도저히 말릴 수가 없었다”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연합뉴스

“알아듣지도 못하게 소리 지르고 우시면서 달려드는데, 나도 다른 소방관들도 모두 울음이 터져서 죄송하다는 말밖에 못 했다. 울음소리가 가슴을 찔러오더라”

사연을 마무리하며 A씨는 “내가 소방서에 있으면서 정말 많은 일도 있었고, 끔찍한 모습도 다 봤지만 트라우마는 없었다. 근데 이 사건만은 아직도 꿈에 나올 정도로 트라우마로 남았다”고 고백했다.

이어 “방금도 자다가 꿈에 피해자 어머니가 엉엉 우시던 모습이 나와서 울면서 깼다”라며 “부디 부모님께 효도하고, 항상 건강하길 바란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