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재 현장서 아이 꼭 끌어안고 숨진 엄마 시신에서 발견된 ‘눈물 자국’ (영상)

황효정
2020년 05월 3일 오전 9:57 업데이트: 2022년 12월 14일 오후 3:37

화재 사고로 사망한 시신을 부검하던 부검의는 말라붙은 눈물 자국을 발견하고 따라서 눈물을 쏟았다.

지난달 29일 방송된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 52회에는 법의학자 유성호 서울대 교수가 출연해 시신 부검에 관해 이야기했다.

이날 프로그램 진행자 유재석은 “시신을 보는 일이 쉬운 게 아닐 텐데, 가끔 쉬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는 없으시냐”고 질문했다.

유성호 교수는 “직업적으로 보람이 있는 일이기 때문에 하기 싫다 이런 적은 없다”면서 “다만 마음 아픈 사연이 없었으면 하는 생각은 한다”고 답했다.

유재석은 이에 “일을 하시다 기억에 남는 마음에 아픈 사연이 있으시냐”고 또 질문을 건넸다.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

모든 사건이 마음 아프지만, 그중에서도 기억에 남는 의정부 아파트 화재 사건이 있었다고 유성호 교수는 전했다.

지난 2015년 1월 10일 오전 9시 27분께, 경기도 의정부시 한 아파트에서 큰불이 났다.

휴일 오전 이른 시간이었고 대부분 주민이 집에 있었기 때문에 많은 사상자가 발생했다. 당시 유성호 교수는 사망자 중 한 명의 부검을 맡았다.

사망자는 20대 여성으로, 혼자서 네 살배기 어린 아들을 키우던 어린 엄마였다.

불이 났던 날 엄마는 아이를 꼭 끌어안고 화마를 온몸으로 막아내며 끝까지 버텼다.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

다행히 아이는 멀쩡한 상태로 소방관에 의해 구조됐다. 엄마는 온몸에 크게 화상을 입고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다가 결국 숨을 거뒀다.

유성호 교수에 따르면, 엄마는 생전 보육원에서 홀로 자란 사람이었다. 어릴 적 입양과 파양을 두 번씩이나 겪기도 했다.

유성호 교수는 “부검을 하면서 그분 눈가에 눈물이 말라붙은 자국을 봤다”고 어렵게 이야기를 이어갔다.

이어 “돌아가시기 전에, 본인도 홀로 자랐는데 혼자가 될 아이 생각에 얼마나 마음이 아팠을까 싶어서 저도 마음속으로 많이 울었다”고 고백했다.

실제 엄마와 단둘이 지내던 아이는 엄마가 세상을 떠난 후 돌볼 사람이 없어 아동보호기관에 맡겨졌다고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