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웨이 임원 고백 “중국 5G망은 가짜, 아직 한국 반도 못 따라가”

한동훈
2020년 10월 17일 오전 11:25 업데이트: 2020년 10월 17일 오후 12:12

중국의 대표적 정보통신(IT) 기업 화웨이의 고위 임원이 화웨이를 포함해 중국의 5G 서비스가 “가짜이며 서툴고 (한국에) 큰 격차로 뒤처졌음”을 시인했다.

시나닷컴 등에 따르면, 화웨이 딩윈(丁耘) 상무이사 및 통신망 사업부문 총재가 14일 베이징에서 열린 ‘2020년 중국국제정보통신박람회’ 개막식 연설에서 이같이 밝혔다.

딩윈 총재는 “중국은 세계 최대 규모 5G망을 구축했지만 사용자 경험, 보급률, 비즈니스 모델 등 여러 면에서 다른 나라에 비하면 아직 갈길이 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중국 5G 서비스의 문제점을 “거짓(假), 미숙함(啞), 수준 차이(差)의 존재”로 요약했다.

딩원 총재는 “중국의 5G 서비스 가입자는 1억5천만 명이지만, 대다수 가입자들이 4G LTE 스마트폰을 사용하고 있다”면서 ” 5G 스마트폰을 쓰는 사람들도 대다수가 거주지역에 앵커-부스터 셀 환경이 없어 여전히 LTE급 서비스를 사용한다”고 지적했다.

앵커 부스터 셀은 4G(LTE)망을 통해 5G급 서비스를 이용하도록 하는 기술이다. 국내에서는 지난 2015년 SKT 등이 선보인 바 있다. 화웨이도 이 기술을 개발했지만 아직 보급률에서 만족스럽지 못하다는 자체 평가다.

중국 베이징의 한 쇼핑몰 안 화웨이 매장. /AP=연합뉴스

“중국 5G망, 속도 느리고 수익성 낮아”

딩윈 총재는 한국을 예로 들어 중국 5G망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그는 “한국의 평균 다운로드 속도는 약 600Mbps이지만 중국은 270Mbps로 한국의 절반 속도에 미치지 못한다”고 했다.

또한 “9월말까지 한국의 5G 사용자수는 25%에 도달했지만 중국은 8%밖에 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한국 산업체들은 산업용 5G망 가입 후 평균 수입이 37% 늘었고, 한국 통신 3사 역시 올해 상반기 두 자리 수의 매출 성장을 기록했지만, 중국 5G망 사업자들은 별다른 비즈니스 모델조차 없다”고 밝혔다.

딩윈 총재가 어떤 자료를 통해 한국의 5G망 사업실적을 인용했는지는 확실하지 않다. 한국에서도 5G망 구축과 비즈니스 모델 개발은 여전히 숙제로 남아 있다.

그러나 딩윈 총재는 자신이 속한 화웨이를 비롯해 중국 5G망 사업자들이 한국에서 배울 점이 많다고 중국의 전문가들과 업계 관계자들 앞에서 목소리를 높였다.

딩윈 총재가 지적한 또 다른 문제점은 전력문제다.

그는 “5G 설비를 도입하면 기지국의 전기소모량이 늘어나 전력망 부담이 가중된다. 그러나 중국은 전체 기지국의 약 32%가 전기 출력이 부족하다. 배터리 용량이 부족한 기지국도 상당수”라고 전했다.

이날 딩윈 총재의 발언은 미국 제재로 스마트폰 사업이 사실상 막다른 골목에 몰린 화웨이의 심각한 경영환경 인식을 드러낸 것으로 평가된다.

스마트폰 사업 비중을 낮추고 차량용 기기 등으로 사업구조 다변화를 이행해야 하는 화웨이로서 자국 5G망 사업에도 좀 더 힘을 쏟아야 하는 상황이다.

그러나 이마저도 녹록지 않다는 게 해외 매체의 지적이다.

일본 닛케이신문은 최근 “화웨이 5G망 기지국 설비에는 미국산 부품이 30%이며 한국과 일본이 공급하는 부품이 많다. 중국 자체 조달 부품은 10%에 그친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또한 “그 10%의 중국산 부품 중에서도 대만 TSMC에서 생산하는 물량이 60%”라고 전했다.

다만, 화웨이 측은 이동통신 기지국 장비에 들어가는 반도체 칩 재고를 수년치 축적해 당분간은 영향이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위기의 화웨이, 5G 사업서 돌파구 찾지만…

미국은 화웨이가 중국 공산당과 정부에 협력하며 산업스파이 행위를 해왔으며, 공산당 산하 인민해방군과 연계됐다며 제재를 가하고 있다.

이에 미국 장비와 기술을 사용하는 대만 TSMC 역시 화웨이에 부품과 설비 공급을 중단한 상태다.

화웨이는 올해 상반기 ‘애국소비’에 힘입어 반짝 매출 호조를 보였으나, 이후 미국 애플과 중국 경쟁업체인 오포, 샤오미 등에 밀려 자국 시장 점유율이 하락했다.

해외시장에서는 미국이 주도하는 디커플링(중국과 결별) 정책에 영향을 받고 있다.

미국 외에 인도, 호주, 일본, 캐나다, 영국, 이태리, 벨기에, 네덜란드에서 정부와 통신사업자들이 5G망 구축사업에서 화웨이를 배제하고 대신 삼성, 에릭슨, 노키아 등과 파트너십을 맺고 있다.

영국은 이달 초 자국 5G망에서 화웨이 장비 퇴출 시한을 2025년까지로 기존 방침에서 2년 앞당겼다.

화웨이가 중국 공산당 정보기관과 연계돼 국가안보를 위협한다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