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웨이, 생산라인 ‘빨간불’…IT 공룡기업들 잇따른 ‘결별’ 통보

이윤주
2019년 06월 10일 오전 11:30 업데이트: 2020년 04월 21일 오전 11:33

중국 화웨이가 트럼프 행정부의 강경한 ‘제재’ 정책으로 위기 국면을 맞이하면서 관련 업체들까지 생산라인에 심각한 타격을 받고 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세계 최대 전자제품 위탁생산(EMS) 업체인 대만 폭스콘(홍하이 정밀공업)이 일부 생산라인을 중지했다고 지난 3일 보도했다.

SCMP는 한 소식통을 인용, 생산라인 중단은 화웨이가 주문 물량을 줄여서이며 일시적인지 장기적인지는 확실하지 않다고 전했다.

화웨이에 스마트폰 부자재를 납품하는 대형 공급업체인 위밍신도 생산을 중단했다고 중국 ‘집미망(集微网)’이 지난 7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위밍신은 화웨이가 스마트폰 부자재 납입 연기를 통지해온 데다 새로운 주문량도 없어 광둥성 둥관의 공장 가동을 중지하는 한편 8000명 이상의 전 직원들에게 3~6개월 동안 휴가를 통지했다.

집미망은 미중 무역전쟁과 화웨이 사태가 장기전으로 치닫게 될 경우 관련 생산업체들도 상당한 어려움에 직면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화웨이 측은 미국의 제재 이후 주요 공급업체에 대해 스마트폰과 통신기기용 부품의 주문이 줄었다는 매체의 보도를 부인했다. 화웨이 대변인은 스마트폰 판매 목표에는 변동이 없다며 “우리의 각지 생산 상황은 정상적으로 이뤄지고 있으며 어떤 쪽으로도 눈에 띄는 조정은 없다”고 주장했다.

하이실리콘, 난국 피하기 어려워

IT 자문기관 가트너는 화웨이가 올해 1분기 스마트폰 세계시장에서 15.7%의 점유율을 기록하며 가파른 상승세를 나타낸다고 발표했다.

당시만 해도 승승 가도를 달리던 화웨이는 올해 중국에서 스마트폰 시장을 50%까지 점유하고 내년 말까지는 세계 최대 스마트폰 공급업체로 도약하겠다는 포부를 내비쳤지만, 최근 미중 무역전쟁에서 미국의 첫 번째 표적으로 정조준되면서 총체적인 위기 상황에 봉착했다.

화웨이 기술 진화의 핵심 부문인 자회사 ‘하이실리콘’도 이 난국을 피하기는 어렵게 됐다. 하이실리콘은 스마트폰의 두뇌라고 할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칩셋, 5G 네트워크 기지국 등 화웨이가 사용하는 반도체의 20% 이상을 공급하는 업체다.

2004년에 설립된 하이실리콘은 15년 만에 전 세계 7000명의 직원을 거느리고 지난해 79억 달러의 매출을 올릴 정도로 급성장한 기업으로 반도체 제품 설계 능력이 뛰어나 세계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문제는 하이실리콘이 칩 생산·개발을 미국 기업에 의존해온 까닭에 앞으로 미국 업체가 부품 공급을 중단할 경우 치명적인 타격을 입게 된다는 것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영국의 ARM마저 화웨이와 거래를 중단하겠다고 선언해 ARM의 최신기술을 사용할 수 없는 상태다 . ARM은 특히 반도체 칩 설계의 가장 중심이 되는 지적재산권(IP)을 쥔 회사이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화웨이가 자체 반도체 개발에 성공할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관측도 나온다.

ARM, 구글 이어 페이스북도 ‘反화웨이’

페이스북도 미국의 반화웨이 정책에 동조하고 나섰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7일 보도에서 페이스북이 화웨이의 신형 스마트폰, 태블릿PC 등 모바일 기기에 자사 애플리케이션이 탑재되는 것을 허용하지 않을 방침이라고 전했다. 여기에는 페이스북뿐만 아니라 페이스북이 보유한 인스타그램, 왓츠앱도 해당한다.

WSJ는 페이스북의 이러한 결정이 화웨이의 향후 스마트폰 사업에 또 한 번 타격을 입힐 것으로 분석했다. 페이스북 사용이 원래 불가능했던 중국을 제외한 유럽, 일본, 동남아시아 등에서 큰 피해가 예상된다.

앞서 구글은 화웨이에 구글 앱과 서비스 공급의 중단을 선언했다. 앞으로 구글 플레이스토어, 지메일, 유튜브, 크롬 브라우저 등이 화웨이 스마트폰에서 사라질 전망이다. 가트너는 구글 서비스 제공 중단으로 화웨이가 글로벌 스마트폰 사업에 큰 차질을 빚을 것으로 예측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