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웨이가 스카우트 했나… SMIC 핵심 기술자 사직

차이나뉴스팀
2021년 07월 7일 오후 8:59 업데이트: 2021년 07월 9일 오후 11:10

중국 최대 반도체 파운드리 기업인 중신궈지(中芯國際, SMIC)에서 최근 갑작스러운 핵심 기술자 사직 사건이 발생했다. 20년간 SMIC에서 근무했던 핵심 기술자 우진강(吳金剛) 부총재가 사직한 것이다. 일각에서는 우씨의 사퇴가 연봉과 관련이 있을 것이라는 추측도 나오고 있으며 우씨가 화웨이에 갔다는 보도도 나왔다. 화웨이는 SMIC의 투자자 중 하나로, 두 회사 모두 중국 인민해방군과 관련이 있다.

SMIC는 4일 저녁 자사 핵심 기술자인 우진강 박사가 최근 개인 사정으로 사임 및 퇴사 절차를 밟았다고 공시했다. 사직 후 우 박사는 더 이상 회사 업무를 맡지 않는다.

우진강은 2001년 SMIC에 입사해 SMIC의 5대 핵심 기술자 중 가장 먼저 입사했다. 2001년부터 2014년까지 조감독, 총감독, 선임 총감독을 역임했으며, 2014년부터 현재까지 연구개발(R&D) 부총재를 맡아 재임 기간 동안 회사의 핀펫(FinFET) 첨단 공정기술 연구개발 및 관리 업무에 참여했다.

지난 5월 20일 SMIC가 공개한 ‘2021년 커촹반(科創板·중국판 나스닥) 양도제한조건부주식(RSU) 인센티브 계획 1차 수여 대상 명단’에서 우진강은 핵심 기술자로서 약 930만위안(약 16억원) 상당의 양도제한조건부주식 16만 주를 받은 바 있다. 이번 사직은 그가 16만 주를 포기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SMIC가 우진강과 체결한 근로계약서, 비밀유지협약 또는 조항 및 경쟁 업계 취업 제한 조항에 따르면 우 박사는 회사의 사전 서면 동의를 얻기 전 회사 내외의 누구에게도 직간접적으로 어떠한 기밀/독점 정보를 공개할 수 없으며 사내에서의 직책을 수행하는 것 이외의 어떤 목적으로도 기밀/독점 정보를 사용할 수 없다.

중국의 반도체 제조업체 중 기술력이 가장 앞선 곳은 SMIC다. 현재 SMIC는 14nm 이상 공정으로 칩을 생산할 수 있다. 중국 매일경제신문에 따르면 SMIC의 최근 시가총액은 4593억위안(약 80조)이다.

SMIC는 설립 직후 세계 최대 규모의 웨이퍼 파운더리인 TSMC로부터 SMIC의 장루징(張汝京) 팀이 TSMC의 지식재산을 빼돌렸다는 법적 소송에 직면했다. 2010년 말, 8년간의 법적 다툼 끝에 SMIC는 TSMC에 2억 달러 배상 외에 지분 8%를 무상으로 주기로 합의했다.

투자설명서에 따르면 우진강은 SMIC의 핵심 기술자 5명 중 1명으로, 나머지 4명은 SMIC의 공동 CEO인 자오하이쥔(趙海軍)과 량멍쑹(梁孟松), 저우메이성(周梅生) 기술연구개발총괄 부총재, 장신(張昕) 운영·엔지니어링 선임 부총재다.

중국 매체 오브위크(OFweek)는 지난 2020년 량멍쑹이 떠난다는 소식과 함께 장상이(蔣尚義) 부회장도 떠난다는 소식이 전해지는 등 SMIC가 심상치 않다고 전했다. 장상이와 량멍쑹 모두 대만 태생으로, TSMC의 기술직 요원 출신이다.

결국 SMIC는 거금을 털어 2200만위안(약 38억)짜리 대저택 한 채를 량멍쑹에게 선물했으며, SMIC 6월 주주총회에서는 주식 인센티브제를 내놓아 량멍쑹에게 총 2400만위안 상당의 주식 40만 주를 지급했다.

2021년 들어 SMIC는 장상이가 SMIC 부회장을 맡았으며 량멍쑹이 이사 및 공동 CEO라고 공표했다. 이는 SMIC가 장상이와 량멍쑹을 동시에 회사에 남아 있도록 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장상이는 TSMC의 고위급 임원으로, 노광장비 등의 구매를 담당했으며, 미국, ASML 등을 상대하는 데 뛰어났다. 량멍쑹은 TSMC의 거의 모든 제조 공정 칩 개발에 참여했다가 삼성에 스카우트돼 삼성이 14nm 공정에서 짧은 시간에 TSMC를 앞지를 수 있게 했다. 2017년 량멍쑹은 SMIC에 스카우트됐다.

량멍쑹은 TSMC의 선임 연구처장을 지내는 동시에 국제전기전자공학회(IEEE) 석학회원(Fellow)을 지냈다. 350여 편의 기술논문을 발표했으며 450건이 넘는 특허를 갖고 있다.

자료에 따르면 저우메이성은 싱가포르 국적으로, 2017년 이후 현재까지 SMIC 국제기술연구개발 담당 부총재를 맡고 있다. 램리서치 중국 지역 수석기술관을 거쳐 TSMC, UMC, 글로벌파운드리스(GlobalFoundries) 등 유명 반도체 회사에서 관리직으로 일했다.

자오하이쥔은 싱가포르 국적으로, 2010~2016년 사이 SMIC 최고운영책임자 겸 집행부총재, SMIC 북부 사장을 역임했다. 2017년 10월부터 현재까지 SMIC 최고경영자 겸 집행이사를 맡고 있다.

장신도 싱가포르 국적이다. SMIC 입사 전 10년 동안 TSMC 미국 파운드리, 글로벌파운드리스에서 관리직으로 일했다. 2010년 SMIC에 입사해 국제 첨단 제조기술 선임 총감독, 운영·엔지니어링 선임 부총재를 맡고 있다.

5명 중 저우메이성과 우진강만 TSMC에서 일한 경험이 없는 것 같다.

5명의 핵심 기술자 가운데 상대적으로 낮은 연봉을 받기 때문에 우진강의 사직이 연봉과 관련이 있는 것 아니냐는 추측도 나왔다.

SMIC 2020년 재무보고에 따르면 우진강이 2020년 회사로부터 받은 급여는 세전 214만 1000위안(약 4억)으로, 다른 4명과의 격차가 꽤 크다.

오브위크에 따르면 20년 만에 우진강은 SMIC를, SMIC는 우진강을 성취시켰다. 이치에 따라 SMIC에 대한 우진강의 감정은 다른 4명의 감정보다 더 깊을 텐데, 왜 다른 기술자들이 회사를 그만둔다고 하면 백방으로 만류해 놓고, 우진강이 떠나려 할 때는 이렇게 순조로운 것일까? 오브위크는 우진강이 화웨이에 갔을 가능성이 높다고 추측했다.

SMIC와 화웨이는 밀접한 관계로, 두 회사 모두 중국 공산당의 군민(軍民)융합 계획에 연루돼 미국의 제재를 받고 있다. 군민융합이란 민용 자원과 기술, 자본을 활용하거나 민간 신분을 이용해 외국 기술을 빼내 군사력 강화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중국공산당 당국의 국가급 전략이다.

또 화웨이는 SMIC의 투자자 중 한 곳으로, 2014년 설립된 SMIC 산하 집적 회로 신기술 개발 회사에 투자하고 있다. 당시 정부 측은 이 회사가 “차세대 CMOS 논리공법을 개발해 중국 최고의 집적 회로 연구개발 플랫폼을 만들 것”이라고 공언했다.

미 국방부는 상무부는 각각 2020년 9월과 12월 SMIC를 제재 명단에 올렸다. SMIC가 중국 인민해방군과 관련이 있는 데다 베이징 당국의 ‘군민융합’ 정책이 미국 기술을 군사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하기 때문이다. 미 상무부는 미국 제조사들이 10nm 및 10nm 이하 웨이퍼를 만드는 장비를 SMIC에 판매할 수 없도록 제한한다고 명시했다.

중국 경제학자 청샤오눙(程曉農)은 “중국의 웨이퍼 제조업은 미국과 대만의 핵심 기술을 훔치고 높은 임금으로 고위급 임원을 스카우트하는 것으로 시작했으며, 오랫동안 수입에 의존해 왔다”며 “자체 연구개발 능력의 근간이 부족하니 후속 발전이 취약하다”고 말했다. 또한 “SMIC를 향한 미국의 여러 차례 제재는 중국이 핵심 기술을 빼돌려 저비용으로 자체 웨이퍼 산업 발전을 이룬 데 대한 경계심을 높인 것”이라고 했다.

지난달 3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중화인민공화국의 특정 기업에 자금을 공급하는 증권 투자의 위협에 대처하기 위한 행정명령’에 서명해 8월 2일부터 중공군과 감시기술이 있는 중국 회사에 대한 제재를 시행할 것을 요구했다. 미국 블랙리스트에 오른 59개 중국 군산복합체 중에는 SMIC, 화웨이 등이 포함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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