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활동가 조슈아 웡, 아그네스 차우, 이반 램 반정부 시위 혐의로 수감

류지윤
2020년 12월 2일 오후 8:14 업데이트: 2020년 12월 3일 오전 1:30

홍콩에서 가장 유명한 민주화 운동가 중 한 명인 조슈아 웡(24)이 지난해 반정부 시위 조직·선동 혐의로 징역 13.5개월을 선고받았다.

동료 아그네스 차우(23)는 반정부 시위 선동·참가 혐의로 징역 10개월, 이반 램(26)은 반정부 시위 선동 혐의로 징역 7개월을 각각 선고받았다.

홍콩 웨스트카오룽 치안법원은 2일 세 사람에게 이같이 선고했고, 이들은 혐의를 순순히 인정했다.

홍콩 데모시스토당 간부인 이들은 앞서 지난달 23일 열린 공판에서 혐의를 인정해 법정 구속 후 구류 처분을 받고 수감돼 왔다. 그동안 웡은 독방에 수감돼 다른 수감자들과 만나거나 운동을 하는 게 금지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재판장에는 웡 등 세 사람을 지지하는 시민 100여명이 방청객으로 입장해 조용히 재판을 지켜봤다. 법원 밖에서는 친중공 시민들이 소규모 집회를 열고 무거운 실형을 선고해 달라고 구호를 외쳤다.

웡은 지난 6월, 완차이 지역 경찰본부를 에워싸고 벌어진 시위를 조직·선동·가담한 혐의를 받았다. 이 포위시위는 범죄인 인도 법안(송환법) 반대 시위가 고조된 가운데 경찰이 과잉진압을 벌여 시민들의 피해가 심각해진 데 따른 항의 차원이었다.

선고문이 낭독되자 웡은 “다가올 날이 더 힘들다는 걸 알고 있다. 우리는 견뎌낼 것이다”라고 외쳤다. 울음을 터뜨린 차우는 혐의를 인정했다. 그녀는 앞서 지난달 23일 판결 전날 페이스북에 “마음의 준비를 했다고 말하지만 조금은 두려운 게 사실”이라며 견뎌내겠다고 했었다.

2020년 12월 2일, 홍콩 활동가들이 조슈아 웡 등에 대한 선고 공판에 앞서 5대 요구사항을 상징하는 퍼포먼스를 펼치고 있다. | Lam Yik/REUTERS·연합

민주진영에서는 웡의 형량이 지나치게 무겁다며 그동안 홍콩에서 보장되던 자유와 표현의 자유가 심각하게 위축된 상황을 반영했다는 반응이다.

중국 공산당은 1997년 홍콩반환협정(중영공동성명)으로 영국 정부로부터 홍콩을 이양받으면서, 일국양제(1개국가, 2개체제)에 따라 홍콩에 고도의 자치권을 2047년까지 50년간 보장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지난 6월, 중국 공산당은 홍콩 국가안전법을 강행시켜 홍콩에 대한 억압을 강화했다. 협정 당사자인 영국 등 국제사회는 일국양제 보장 약속을 위반했다고 강하게 반발했다.

이날 웡에게 징역형이 선고됐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마샤 블랙번 미 상원의원은 “중국이 인권을 탄압하고 홍콩에 유지되던 자치권 비슷한 것마저 파괴했다”고 비난했다.

블랙번 의원은 성명을 통해 “신념을 지켜다오, 조슈아. 너는 세계 곳곳 자유의 투사들에게 감명을 주고 있다”며 격려와 위안의 뜻을 나타냈다.

<사진> 2019년 8월 30일 민주화 활동가 조슈아 웡과 아그네스 차우가 경찰본부 포위시위 선동·가담 혐의 등으로 체포됐다가 보석으로 풀려난 뒤 법원을 나서고 있다 | Tyrone Siu/REUTERS·연합

조슈아 웡은 15살 때인 2012년 학생운동단체를 조직하며 10대 시절부터 민주화 활동을 이어왔다. 지난 2018년 수감됐다가 이듬해 1년 반 만에 가석방되자, 당시 한창 진행 중이던 송환법 반대 시위에 참가했으며, 이번 1년 4개월여 만에 다시 감옥에 갇히게 됐다.

홍콩의 민주화 활동가들은 지난 6월 30일 발효된 홍콩 국가안전법으로 세계 금융중심지로서 위상과 홍콩의 자유가 급속하게 무너지고 있다며 우려하고 있다.

반면, 중국 공산당과 홍콩 당국은 기본권을 억압하지 않고 있으며 국가안전법 시행은 국가안보를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며 우려를 일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