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행정장관 당선인, 시진핑·리커창과 회동…평론가 “일국양제 종말”

김정희
2022년 05월 31일 오후 3:57 업데이트: 2022년 05월 31일 오후 6:21

지난 30일 존 리(리카치우·64) 홍콩 행정장관 당선인은 베이징에서 리커창 중국 국무원 총리로부터 임명장을 받고 오후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회담했다.

시 주석은 리 당선인에게 “홍콩의 성공적인 ‘일국양제’(一國兩制·한 국가 두 체제) 제도는 세계에서 인정받았다”고 평가하며 “베이징이 ‘일국양제’를 실천하는 방침과 결심은 흔들린 적이 없고 바뀌지도 않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리 총리는 “홍콩 신행정부가 홍콩의 국제 금융·무역·물류 3대 중심지 위상을 공고히 다지기 바란다”라고 나라살림의 총책임자다운 인사를 건넸다.

하지만 에포크타임스 시사평론가 왕허(王赫)는 세 가지 사실을 근거로 “존 리가 당선된 것은 홍콩의 25년 ‘일국양제’가 파탄 났음을 세계에 알린 사건”이라고 진단했다.

왕 평론가는 “존 리는 이번 홍콩 행정장관 선거의 유일한 후보다. 이는 중국 공산당을 따르려는 장관 후보가 없다는 것을 설명한다”면서 “존 리는 전직 홍콩 보안국 국장이다. 홍콩의 민주주의는 이미 죽었고, ‘경찰이 다스리는 시대’가 왔다”고 했다.

왕 평론가는 또한 “2019년 홍콩 사람들이 ‘중국 송환법’을 반대하자 그들을 잔혹하게 진압하고, 이어서 ‘홍콩 국가안전법’을 추진했다. 중국 공산당이 시비를 전도하고 사실을 왜곡하는 모습이 적나라하게 드러났고, 동시에 베이징은 자신의 정책을 끝까지 실천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줬다”라고 설명했다. 

조셉 쳉(Jpceph Cheng) 전직 홍콩 도시대학 정치학 교수는 미국의소리(VOA)에 “예전과 달리 베이징은 앞으로 홍콩 행정부를 건너뛰어 직접 권력을 행사할 것이다”라며 “이전까지는 정책과 선거 제도만 주도했지만, 이제 베이징이 직접 지시를 내리는 범위가 방역, 의료, 서비스 교육 등으로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라고 했다. 

매체에 따르면 유럽연맹(EU)도 이번 홍콩 행정장관 선거가 민주주의 원칙과 정치 다원화에 어긋난 것에 대해 유감을 표하면서 “홍콩은 ‘일국양제’ 와해의 길에서 한발 더 나아갔다”라고 한 바 있다. 

시사평론가 리우뤠이사오(劉銳紹)는 RFA에 “시진핑과 리커창은 존 리와 회담할 때 중국 공산당이 아주 중시하는 국가 안전 문제를 크게 강조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는 중국 공산당이 홍콩에 대한 관리를 완화하겠다는 뜻이 아니다”라며 “그들은 잃어가는 홍콩의 경제 활력을 만회하려는 것일 뿐이다”라고 분석했다. 

올 1분기 홍콩은 작년 동기보다 국내총생산(GDP) 4%, 대외무역 4.5% 줄었고, 실업률은 작년 4분기의 4%에서 5%로 올라 8개월 이래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한편 오는 7월 1일 행정장관 취임을 앞둔 리 당선인은 송환법 반대 시위 당시 홍콩 보안국 국장을 맡고 있으면서 홍콩판 국가안전법에 동의하고 시위대 강경 진압과 언론 숙청을 한 ‘공로’로 중국 공산당의 인정을 받아 작년 6월, 정무사장(정무부총리)으로 승진했다. 

크리스 패튼 전 홍콩 총독은 지난 25일 프로젝트 신디케이트(PS)에 보낸 기고문에서 “존 리는 2019년 대화 대신 최류탄, 물대포 차, 고무 총탄을 사용하고 의료구조원마저 때리고 구타한 것으로 행정장관 자리에 올랐다”며 “1989년으로 돌아가면 존 리는 똑같이 톈안먼 광장의 젊은 시위자들을 탄압했을 것이다”라고 강하게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