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정부, 中 ‘휴대전화 유심칩 실명제’ 도입 예고…기자협회 항의

2021년 06월 4일 오후 9:18 업데이트: 2021년 06월 4일 오후 9:18

홍콩 정부는 6월 1일 ‘전기통신(등기 사용자 식별카드) 규례’ 정립을 선포하며, 휴대폰 유심(USIM)칩을 반드시 실명 등기해야 한다고 발표했다.

실명제도는 모든 휴대폰 유심칩 사용자들이 전기통신 회사에 개인 정보를 제공해 등기할 것을 요구한다. 개인 정보에는 이름, 신분증 번호, 출생일, 신분증 복사본 등이 포함된다. 기업 사용자는 업종 등기 및 기업 내 인물의 개인 정보를 반드시 제출해야 한다.

홍콩 정부는 기자회견을 통해 “전기통신 업체는 반드시 사용자가 제공한 정보의 사실 여부를 확인해야 하며, 수집한 정보를 유심칩 취소 등기 후 최소 12개월 동안 보관 및 저장해야 한다”고 발표했다.

이번 실명 등기제도는 2단계로 나눠 진행된다. 올해 9월 1일 발효된 후, 전기통신 업체는 반드시 180일 이내 등기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내년 3월 1일부터 시행되는 두 번째 단계에서 모든 시민은 새로운 선불카드를 사용할 경우 반드시 먼저 등기를 진행해야 한다.

현재 선불카드를 사용하고 있는 홍콩 시민은 360일 이내 전기통신 업체에 실명 등기를 완료해야 하며, 기한은 2023년 2월 23일까지다.

홍콩 기자협회는 6월 1일 성명을 발표해 홍콩 정부 행정회의가 통과시킨 휴대폰 유심칩 실명제에 대해 실망을 표했다.

성명은 “규례에 근거해 집법기관은 ‘절실’ 혹은 ‘긴급’ 상황이라는 이유로 법정 명령 없이 휴대폰 유심칩 관련 자료를 수집할 수 있게 될 것이다. 기자협회는 시민들이 언론 매체가 뉴스의 출처 보안을 약속할 수 없는 상황에서, 언론 매체에 위법 및 권력 남용 등 민감 정보를 제보할 용기를 내지 못할 것을 우려한다”고 밝혔다.

또한, “기자협회는 이번 새로운 정책은 집법 부문에 과도한 권력을 부여해 언론 매체들이 감시자의 역할과 기능을 발휘하는 것을 더욱 어렵게 만듦으로써 신문의 자유, 시민의 알 권리가 침해당해 대중의 이익이 충분한 보장을 받지 못하게 될 것을 우려한다”고 덧붙였다.

민주당 정보과기광파 정책 부 대변인 센줘란(冼卓嵐)은 “홍콩 정부의 졸속 입법 처리는 사마소의 마음과도 같다. 현재 입법회 내에는 막힘이 없으며, ‘선 정립 후 심의’ 방식을 통한 졸속 입법은 사람들의 눈을 찌푸리게 만든다”고 밝혔다.

홍콩 정부는 올해 1월 말 휴대폰 유심칩 실명제를 발표했고, 센줘란 부대변인은 이에 대한 반대 의사를 표해왔다.

센줘란 부대변인은 “익명 표현은 시민 언론 자유의 한 부분으로서, 홍콩 시민들은 개인 프라이버시를 굉장히 중시한다. 실명제는 홍콩 인권을 침해한다”고 밝혔다.

홍콩 정부가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집법 부문은 특정 상황에 재판관 명령 신청 없이 경찰 직급의 권한 부여만 받으면, 휴대폰 유심칩 사용자의 등기 자료를 요구할 수 있다.

쉔저란 부대변인은 “홍콩 국가보안법이 시행된 후, 집법 부문의 민주파 인사들에 대한 무작위 체포가 흔히 발생했다. 실명제가 정식으로 시행된다면 정권은 이견을 가진 사람들의 감시와 통제를 더욱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쉔저란 부대변인은 선불카드를 사용하는 시민의 개인 정보가 마케팅 수단에 활용될 수 있으며, 실명제는 보이스 피싱 사건 해결에 전혀 도움을 주지 않는다고 밝혔다. 범죄 조직들은 여전히 개인 정보 등기를 하지 않은 유심칩을 사용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홍콩 정부의 유심 실명제 통과는 충격적”

홍콩 기자협회가 발표한 성명에 대해 미국에 거주하는 중국 문제 전문가 지다(季達)는 “이번 실명제는 신문의 자유를 위반했다. 전화 제보자들은 모두 감시와 통제를 당할 것이기 때문에, 민감한 정보는 말할 엄두를 못 낼 것”이라고 밝혔다.

지다는 “선진화된 국제금융중심지 홍콩에서 유심칩도 실명으로 등기를 해야 한다는 소식은 매우 충격적이다. 전 세계에서 모든 사람들은 비행기에서 내려 유심칩을 구매할 수 있다. 이는 국제도시의 상징과도 같다. 선진화된 국제도시인 홍콩에서 유심칩 구매조차 실명으로 등기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한, “이는 세계에 있어서도 매우 중대한 사안이다. 홍콩은 글로벌 금융의 중심으로서 (실명제 통과) 이후에 구매하는 유심칩과 과거에 구매한 유심칩도 모두 1년 내에 등기를 해야 한다는 사실은 많은 해외 기구, 기업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다. 비즈니스 정보 역시 감시와 통제를 당할 것이다. 홍콩은 금융 중심지이다. 많은 것들은 모두 기밀이어야 하지만, 현재는 감시와 통제의 범위 내에 갇혔다”고 덧붙였다.

중국은 2010년부터 휴대폰 사용자 실명등기제도를 실시했지만, 당시 실시한 효과는 중국이 요구한 목적에 도달하지 못했다.

2015년 8월, 중국 공신부(공업정보화부)는 엄격한 휴대폰 유심칩 실명제 정책을 내놓았고, 2015년 9월 1일 중국의 전자통신 운영업체들은 핸드폰을 판매할 때 사용자가 본인 신분증을 제시해야 하며 현장에서 신분증 판독기로 검증을 해야 한다는 규정을 발표했다.

실명인증을 하지 않은 기존 고객 역시 사후 실명 등기를 해야 했고, 온라인을 통한 유심칩 구매도 신분증 정보 확인 후에야 가능했다.

2016년 5월, 중국 공신부는 “모든 전기통신 운영 업체들은 반드시 2016년 연말 전까지 휴대폰 사용자의 실명제의 95%, 2017년 6월까지 100%를 달성해야 한다”는 새로운 통지를 발표했다.

이번 정책의 대상은 중국에 거주하는 홍콩, 마카오 및 해외 국적자들도 포함한다. 실명 등기를 하지 않은 사용자는 즉시 서비스 이용이 중지되거나 번호가 해제된다.

중국은 “실명등기는 국가 반테러, 사회치안, 불량 정보 확산 방지, 보이스 피싱 방지를 위한 조치”라고 발표했다.

그러나 지다는 “현재 홍콩에서 시행하는 휴대폰 유심칩 실명제는 중국이 중국의 경험을 홍콩으로 이식해 홍콩중국화를 실시하려는 시도”라고 지적했다.

지다는 “홍콩은 매우 민감한 지역이다. 홍콩은 하나의 기지로서 반공의 최전선”이라며 “중국은 정치적으로, 사회관리 방면에서 홍콩을 철저히 중국화하려 한다. ‘홍콩 국가안전법’은 그 첫걸음이자 제일 중요한 발걸음이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국가안전법을 기반으로) 중국은 철저히 홍콩의 법제를 파괴하고 홍콩에서 공산당의 독재통치를 실행할 수 있다. 중국은 점차 본토의 경험을 홍콩으로 옮겨와 중국 민중에게 가했던 통제수단을 홍콩에 적용할 것이다”고 밝혔다.

지다는 또한 “현재 미중 관계는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으며, 국제사회는 중국을 포위하고 있다. 남중국해 및 대만 정세가 모두 민감한 상황에서 중국은 홍콩을 전면적으로 통제하려고 할 것이다. 이러한 시기에 휴대폰 유심칩 실명제 정책을 내놓은 것은 중국이 국제사회의 압박에 대해 긴장하고 두려워하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덧붙였다.

/류지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