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시위현장서 몸싸움하다 흉기 꺼내 위협…에포크타임스 취재진 공격

에바 푸
2020년 06월 13일 오후 5:42 업데이트: 2020년 06월 13일 오후 8:27

홍콩 시위현장에서 흉기를 든 신원불명의 남성이 에포크타임스 취재진을 위협하고 이를 제지하려던 시민이 흉기에 부상을 입는 사건이 발생했다.

지난 12일(현지 시각) 홍콩 곳곳에서 범죄인 인도 법안(송환법) 반대 시위 1주년 기념 집회가 벌어진 가운데 ‘에포크타임스 홍콩’ 소속 계약직 영상기자 제리(가명)는 홍콩 동부 쿤통 현장으로 출동했다.

사건이 일어난 건 이날 오후 9시께였다. 쿤통 거리를 걸어다니며 시위 현장을 생중계하던 제리 기자의 카메라에는 하얀 셔츠 차림에 가방을 맨 남성 A씨가 검은 옷차림의 집회 참가자 10여 명에 둘러싸여 말싸움을 벌이는 모습이 포착됐다.

이후 벌어진 상황은 모두 촬영 영상에 녹화됐다.

A씨는 집회 참가자에 비해 수적으로 열세였지만 위축되지 않았고 삿대질을 주고받으며 격렬한 말다툼을 벌였다.

그러던 중 참가자 한 명이 비난하자 A씨는 그를 향해 오른손 주먹을 치켜들며 달려들었고, 다른 참가자 2~3명에게 제지당했다.

잠시 후 압박에서 풀려난 A씨는 격분해 바지 오른쪽 주머니에 지니고 있던 5cm 정도의 흉기를 꺼내 들어 자신을 뒤에서 말렸던 한 참가자의 목 가까이 겨누며 위협했다.

그러나 A씨의 폭발적 분노가 향한 곳은 집회 참가자들이 아닌 취재진이었다. 뒤늦게 카메라의 존재를 알아차린 A씨가 제리 기자에게 덮쳐든 것이다.

제리 기자는 “(A씨가) 내 카메라와 현장에 설치한 다른 촬영장비까지 낚아채려고 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흉기를 든 채 카메라를 빼앗으려는 A씨와 이를 제지하려는 제리 기자 사이에 위험천만한 몸싸움이 펼쳐지자, 이를 지켜보던 한 시민이 나섰다.

이 시민은 A씨가 든 흉기를 용감하게도 맨손으로 움켜쥐었지만, A씨의 격렬한 저항으로 손이 베이는 부상을 입었다.

현장을 찍은 영상에는 손목과 팔뚝까지 흘러내린 피와 보도블럭에 여기저기에 남은 혈흔, 지혈을 위해 사용한 휴지 등 처참한 상황이 담겼다.

지난 12일 홍콩 송환법 반대 시위 1주년 집회가 벌어진 쿤통의 한 거리에서 흉기를 든 채 에포크타임스 기자를 공격한 남성을 시위대가 제지하고 있다. | 에포크타임스
지난 12일 홍콩 송환법 반대 시위 1주년 집회가 벌어진 쿤통의 한 거리에서 흉기를 든 채 에포크타임스 기자를 공격한 남성. | 에포크타임스

당시 인근에는 경찰이 있었지만, 경찰은 유혈 소동이 벌어져 시민들이 몰려들고 나서야 개입해 상황을 정리했다.

시민들에게 제지된 A씨는 경찰에 넘겨졌고, 경찰은 A씨를 가해자로 보고 상해 혐의로 체포했다.

부상을 입은 시민은 현장에 출동한 구급대원들에게서 응급처치를 받고 병원으로 이송됐다.

제리 기자는 시민의 보호 덕분에 카메라를 지키려던 오른손에 찰과상 등을 입은 것을 제외하면 별다른 부상을 입지 않았다.

그는 “당시 나를 지키려던 시민이 다친 것을 알고 상처가 깊을까 봐 감사하면서도 무척 걱정됐다”며 감사의 뜻을 나타냈다.

이어 “현장에서 시민에게 ‘왜 맨손으로 흉기를 잡았냐’고 묻기도 했다”며 “그 시민은 내가 에포크타임스 기자라는 것을 알더니 ‘도와준 일을 후회하지 않는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1년 전 이날 홍콩 중심부인 애드미럴티(Admiralty·해군 본부) 앞 도로에는 홍콩 정부의 송환법 추진에 반대하는 시위가 벌어져 경찰과 시위대가 격렬하게 대치했다.

경찰은 시위대를 해산시키려 최루탄과 고무탄을 발사했지만 과격한 진압은 오히려 중국공산당을 반대하는 시위에 기름을 붓는 역효과를 냈다.

홍콩 시민들은 민주적 자유를 요구하는 대규모 시위를 시작했고, 시위는 폭염과 폭우, 온갖 부당한 탄압 속에서 6개월 이상 이어지며 민주화 항쟁으로 발전했다.

이는 국제사회에 홍콩 시민들의 결의를 보여준 역사적 사건으로 기록됐다.

현재 지역 경찰은 A씨에 대해 범행 동기와 경위 등을 조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르면, A씨는 27세 남성이며, 제리 기자를 보호하느라 다친 시민은 22세 남성이다.

한편, 에포크타임스 홍콩은 사건 직후 성명을 통해 폭력사태를 규탄하고 현지 당국에 이번 사건과 가해자 A씨의 배후를 조사할 것을 요구했다.

현장 영상을 보면 사건은 우발적으로 보이지만, 가해자 A씨가 우발적 상황을 노렸을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

에포크타임스 홍콩은 최근 몇 년간 수 차례 공격을 경험했다.

지난해 11월에는 새벽에 인쇄소에 마스크와 모자를 착용한 괴한 4명이 윤전기와 신문인쇄용지에 불을 질러 재산피해를 냈다.

성명에서는 “해당 사건 이후에도 인쇄소 부근에는 수상한 사람이 촬영하는 모습을 목격했다”고 설명했다.

동시에 “현장에서 취재진을 도운 홍콩 시민에게 경의를 표한다”며 “앞으로도 시민을 위해 힘 있는 보도를 계속하겠다고 다짐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