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시민 100만명, 새해 첫날 평화행진 “5대 요구 전부 수용”

폭력사태로 조기 종료..."경찰이 시위 과격화 자극" 의혹도

프랭크 팡, 에포크타임스
2020년 01월 2일 오전 11:46 업데이트: 2021년 05월 16일 오후 12:00

(홍콩=에포크타임스) 홍콩 시민들이 2020년 1월 1일 민주화를 요구하며 대규모 거리 행진을 벌였다.

이날 집회와 거리 행진은 당초 경찰의 허가에 따라 오후 3시부터 10시(현지시각)까지 진행될 예정이었나, 오후 6시께 ‘폭력 사태’를 이유로 경찰에 의해 취소됐다. 참가 인원은 주최 측 추산 103만명. 경찰은 6만명으로 추산했다.

집회 주최한 민주화 단체 ‘시민인권전선’(CHRF)은 페이스북에 올린 성명에서 “우리와 국제사회 동료들에게 경찰의 폭력과 국가의 탄압을 잊지 말고 견뎌내며 우리의 결속을 보여주기 위해 새해 벽두에 시위를 벌인다”고 밝혔다.

CHRF는 행진에 앞서 빅토리아 공원에 수십 만명이 참가한 가운데 집회를 열고 정부에 5대 요구사항을 촉구했다.

5대 요구사항은 송환법 공식 철회, 경찰의 강경 진압에 관한 독립적인, 시위대 ‘폭도’ 규정 철회, 체포된 시위대의 조건 없는 석방 및 불기소, 행정장관 직선제 실시 등이다.

2020년 1월 1일을 맞아 거리로 나온 홍콩 시위대 | 홍콩=에포크타임스

빅토리아 공원 집회에 참석한 학생 활동가 써니 청은 단상에 올라 “새해에 시위를 더 많이 벌이자”고 시위대를 독려했다.

그는 “하늘이 중국 공산당을 멸할 것이다(天滅中共)”라고 외친 뒤 “중국 공산당은 홍콩인들의 적”이라며 “홍콩을 등지고 중국 정권과 가까워지려는 모든 친(親)중 기업에 대한 제재”를 촉구했다.

집회에서는 홍콩 경찰의 진압이 경제적인 부분까지 확대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CHRF 지미 샴 대표는 정부가 체포된 시위대에 대한 의료지원을 위한 모금단체 ‘스파크 얼라이언스’(Spark Alliance)를 탄압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지난달 19일 홍콩 경찰은 약 7천만 홍콩달러(약 103억원)가 모금된 스파크연맹의 은행 계좌를 동결하고 관계자 4명을 ‘돈세탁’ 혐의 등으로 체포했다.

또한 지미 샴 대표는 시민들에게 각 직업군에 따른 노조 가입을 촉구하며 “미래의 ‘3대 파업 투쟁’을 준비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3대 파업은 총파업, 동맹휴학, 상인들의 동맹파업을 뜻한다. 노조 가입은 시위에 참여한 근로자들에 대한 보호장치 역할도 한다.

지난달 20일에는 시위에 참여한 교사들에 대한 정직 처분 방침 등이 밝혀져 논란이 됐다. 홍콩 공영라디오텔레비전 방송(RTHK)에 따르면, 교육부 케빈 영 장관이 시위 관련 범죄로 체포된 교사들에 대한 정직을 학교 측에 요구했다. 시위가 시작된 6월 이후 지금까지 체포된 교사는 80여명이라고 RTHK는 전했다.

2020년 1월 1일 홍콩 빅토리아 공원에서 열린 집회에서 시위 참가자가 보편적 참정권을 요구하는 플래카드를 들고 있다 | 홍콩=에포크타임스

시위대는 이날 오후 2시 40분께 빅토리아 파크를 출발해 최종 목적지인 센트럴 차터로드까지 행진을 시작했다. 대열 선두에는 앤드루 추, 호카이밍 등 범민주 진영 구의원들이 앞장을 섰다.

시위대는 “5대 요구, 하나도 빼놓을 수 없다” “어깨를 나란히 걸을 때, 탄압이 두렵지 않다” “그쪽의 경찰, 이쪽에 합류” 등의 구호를 외쳤다. 소규모 그룹은 미국 국기인 성조기를 들고 미국 국가를 부르기도 했다.

시위대는 엄청난 인파에도 질서를 유지하며 순서대로 행진했다. 주최 측은 질서유지 요원을 배치해 시위대를 통제했다. 오후 4시쯤 첫 번째 대열이 최종 목적지에 도착했을 때도 빅토리아 공원에는 아직 발을 떼지 못한 시위대가 다수 남아 있었다.

약 1시간 후, 차터로드와 빅토리아 공원 중간쯤에 위치한 완차이 지역에서 시위대 일부와 경찰 사이에 충돌이 일어났고, 중국 보험사 건물 유리창 등과 HSBC은행 완차이 지점의 현금자동입출금기(ATM)가 파손됐다.

시위대 일부는 성조기를 들고 거리 행진했다. 2020.1.1 | 에포크타임스

충돌의 원인은 정확하지 않지만, 경찰은 최루탄과 페퍼 스프레이를 발사하고 시위대 여러 명을 체포했다. RTHK는 경찰이 현장에 있던 한 취재진에게 직접 페퍼 스프레이를 발사했다고 보도했다.

현지 시각으로 오후 5시 40분, 현지 경찰은 “헤네시 로드와 뤼가드 로드의 교차로에서 은행 ATM 기기 등을 파손한 혐의로 폭도 5명을 체포했다”는 보도자료를 냈다.

CHRF는 이후 페이스북을 통해 “경찰이 오후 6시 15분까지 집회를 취소할 것을 주최 측 요구했다”고 전했다. 앞서 경찰은 지난달 26일 이번 집회를 허가하면서 폭력 사태 발생 시 취소 방침을 밝혔다.

몇몇 네티즌은 CHRF의 페이스북에 “평화롭게 진행되던 집회를 억지로 끝내기 위해 경찰이 일부러 사건을 일으켰다”는 댓글을 남겼으며, 홍콩 시위대가 정보교환을 위해 사용해온 메신저 앱 ‘텔레그램’ 채팅 공간에는 은행 ATM을 공격한 사람들은 시위대가 아니라 경찰 측일 것으로 의심하는 메시지가 오갔다.

경찰은 즉각 두 번째 보도 자료로 그 혐의를 부인했다.

CHRF는 오후 6시 46분 행진을 조기에 끝내기로 한 경찰의 결정을 규탄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거리 행진 중인 홍콩 시위대 2020.1.1 | 에포크타임스

성명에서는 “경찰이 시민들을 향해 최루탄을 발사하며 사태를 과격하게 했다”면서 “시위 현장 부근 지하철역에 경찰병력을 배치해 시위 참가자를 색출하는 등 시민들을 자극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2020년 첫날, 경찰은 어이없는 구실로 올해 첫 합법적 집회를 해산시켰다”며 “홍콩 정부는 시민의 집회권을 침해했으며 대중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고 지적했다.

한편 이날 홍콩 빈과일보는 “경찰이 소고 쇼핑몰 인근에서 아직 퍼레이드 경로를 떠나지 않은 100여 명을 체포했다”고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