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시민들, 지난해 8월 폭력진압 규탄 집회…경찰은 참가자 115명 체포

류지윤
2020년 03월 4일 오후 3:19 업데이트: 2021년 05월 16일 오후 12:00

지난 주말 수백 명의 홍콩 시민이 거리에 다시 모였다. 홍콩 경찰이 지하철 차량 내부까지 들어가 시위대와 시민을 무차별하게 구타하며 63명을 체포한 ‘프린스에드워드역 사건’을 기념하기 위해서다.

지난해 6월 초부터 ‘범죄인 인도 법안(송환법)’ 반대 시위가 시작된 이래 이 사건은 가장 폭력적인 경찰의 진압이 있었던 날로 기억됐다. 프린스에드워드역 사건으로 시위대 3명이 사망했다는 소문이 급속히 퍼져 나갔고, 정부가 이 소문을 강력히 부인했지만 시위대는 매월 마지막 날에 이 역에 모여 추모 시위를 벌이고 있다.

지난달 29일 오후 5시경(현지시각) 몽콕에 있는 프린스에드워드 지하철역 출구로 손에 꽃을 든 홍콩 시민이 하나둘 모여들기 시작했다.

현지 방송 RTHK에 따르면, 한 시간 후 경찰들이 나타나 시위자들이 불법 집회를 열고 쓰레기를 버리고 있다면서 임시 기념 장소에 봉헌한 꽃과 기념품을 파손하고 이 지역을 봉쇄했다.

이날 저녁 해당 지하철역 인근과 몽콕 지역에서 시위대와 경찰 간 격렬한 충돌이 빚어졌고, 100명이 넘는 시위대가 체포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의 두려움으로 대부분 시민이 실내에 갇혀 비교적 조용한 시간을 보내던 중 가장 폭력적인 날이었다.

경찰들은 몽콕 경찰서 밖에서 시위대와 취재진을 해산시키기 위해 곤봉을 휘두르며 최루탄을 발사했다. 시위대는 나단 로드에 임시 바리케이드를 설치하고 돌, 화염병 등을 던지며 경찰에 맞섰다.

홍콩 언론 HK01은 몽콕 소이 거리에서 시위대가 경찰에게 플라스틱 물병과 우산을 던지자 권총을 꺼내 시위대를 향해 겨누기도 했지만 발사하지는 않았다고 보도했다.

시위대는 ‘홍콩 자유화’ ‘우리 시대의 혁명’ 등의 구호를 외치며 경찰의 해산을 요구했다.

다음날 홍콩 정부는 보도자료를 통해 “도로를 봉쇄하고 경찰관에게 화염병과 물건을 던진 ‘폭도’에 대해 ‘분사 및 체포 작전에 필요한 최소한의 병력’을 동원했다”고 밝혔다.

홍콩 경찰도 하루 전 몽콕에서 불법 집회 및 방화 등의 혐의로 15세에서 54세에 이르는 시민 115명을 체포했다고 1일 발표했다.

홍콩기자협회는 같은 날 성명을 통해 “경찰이 전날 몽콕에서 기자와 시민을 상대로 무차별 공격을 가했다”고 비난했다. 경찰은 현장에서 취재하던 기자가 ‘PRESS’(언론)라고 쓰인 조끼를 입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 기자의 헬멧과 마스크를 강제로 벗겨내기도 했다.

기자협회는 “경찰이 언론의 자유를 침해하고 현장에서 취재진을 해산시키기 위해 욕설을 하고 최루 가스를 사용했다”고 밝혔다.

8월 31일 프린스에드워드역 사건 당시 경찰의 행동은 국제 감시자들과 인권단체로부터 비난을 받았다.

탐 만케이 국제앰네스티 홍콩 국장은 사건 발생 하루 만에 성명을 내고 경찰에 대한 수사를 촉구했었다. 그는 “에드워드 지하철역에서 벌어진 끔찍한 장면은 국제경찰 기준에 훨씬 못 미침을 보여줬다. 겁에 질린 행인들이 난투극에 휘말렸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비디오 화면에는 경찰이 객차에 난입해 곤봉을 사용해 아무 위협도 가하지 않는 사람들을 연이어 때리는 장면이 나온다. 사람들이 피할 곳이 없는 객실에서 최루가스를 사용했고, 지하철역에 의료진이 들어가는 것을 막았다”면서 탐 국장은 홍콩 경찰의 행동을 지적했다.

경찰은 8월 31일 사건을 수사 중이라고 밝혔지만, 이후에도 자세한 내용은 나오지 않았다.

홍콩 민주화운동 지지 인사 3명 체포

최근 몇 달 동안 홍콩 시민은 코로나19에 대처하면서 잠잠히 보냈다. 홍콩은 1월 23일 첫 감염 사례가 보고됐고, 현재 홍콩은 감염자 95명 사망자 2명으로 알려졌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지난해 6월부터 홍콩의 민주주의를 발전을 위해 전개해온 홍콩 시위에서 경찰에게 약 7000명이 체포됐다.

2월 29일 집회에 앞서 홍콩 시위를 지지해 온 3명의 인사가 체포됐다.

홍콩 경찰은 반중국 성향 신문인 애플데일리(빈과일보 홍콩) 사주 지미 라이(黎智英), 홍콩 최대 야당인 민주당 전 주석 융섬(楊森), 홍콩의 대표적인 노동단체 홍콩직공회연맹 주석 리척얀(李卓人) 등 3명을 8·31 불법 집회 참가 혐의로 체포했다.

테드 크루즈(공화) 미국 상원의원은 트윗에 HK정부와 중국공산당이 코로나19사태에 시선이 집중돼 있음을 틈타 라이를 체포했다고 비난했다.

미국 의회의 중국집행위원회(CECC)는 3명의 민주인사 체포를 규탄하며 홍콩 정부에 “8월 31일 프린스에드워드역에서의 경찰 폭력에 대해 조사하라”고 촉구했다.

CECC는 “이런 터무니없는 행동은 코로나19 전파가 계속되는 기간에 대중의 신뢰를 떨어뜨릴 뿐”이라고 덧붙였다.

2019년 6월 이래로 홍콩 시위를 주도해온 재야단체 민간인권전선(民間人權陣線)은 3명의 체포에 대해 성명을 내고 “경찰이 반대 세력을 진압하기 위해 계획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민간인권전선은 2014년 8월 31일 홍콩행정장관 간접선거제를 결정한 지 5년째 되는 날, 8·31 집회를 조직하고 경찰에 예고했으나, 홍콩 경찰은 폭력 시위가 우려된다며 이를 불허했다.

하지만 수십만의 홍콩 시민은 이에 굴하지 않고 거리로 쏟아져 나와 직선제 쟁취 등을 외치며 완차이에서 센트럴까지 행진을 벌였고, 이후 저녁 경찰이 에드워드역을 습격했다.

민간인권전선은 3명의 체포에 대해 “그들의 행동은 8·31 비극을 우리의 기억 속에 더 깊이 스며들게 한다. 우리는 결코 경찰의 폭력을 잊지 못할 것”이라고 강조했다.